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은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D에게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D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를 위하여 화물 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 F 주식회사, G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H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들은 모두 화물차량을 소유한 운송차주(이하 ‘지입차주’라고 한다)와 물품 운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소유하지 못하여 위 회사들로부터 제공받은 위 회사들 소유 차량으로 화물의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운송기사(이하 ‘운송기사’라고 한다)와 ‘임대차량 및 용역 관리 계약’을 체결한 후 그들을 통하여 화물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D이 2014. 11. 18. 이 사건 회사와 체결한 ‘임대차량 및 용역 관리 계약’의 주요 내용은 ① 이 사건 회사는 D에게 화물 차량을 임대하고, D은 위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화물을 운송하며, 상차지에서 하차지까지의 운송에 대해 제반책임을 지고, ② 이 사건 회사는 D에게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의 D의 임대차량운행으로 발생된 용역수익에 대해서는 익월 말일 현금으로 지급하며, ③ 제세공과금, 공제분담금, 종합보험료, 유대 등은 상기 용역료 정산 시 우선 차감하고, 매월 지급되는 유류보조금은 D이 매월 부담하는 운행차량임대료와 해당차량 감가상각비로 대체하며, ④ D은 이 사건 회사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관리권을 양도할 수 없고, 운행수탁관리를 계속할 수 없는 때는 차량 및 관리권을 이 사건 회사에게 바로 반납하여야 하며, ⑤ 이 사건 회사의 동의 없이 관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때 또는 사전 예고 없이 차량운행을 3일 이상 중단하여 이 사건 회사에게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을 경우 이 사건 회사는 이행의 최고 없이 일방적으로 본 계약을 해약할 수 있고, ⑥ 제반 법규 및 행정지시에 의한 차량동원, 종사원의 교육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이로 인한 비용이나 불이익을 이 사건 회사에게 부담시킬 수 없고, ⑦ 본 계약의 위탁관리 기간은 1년으로 한다는 것이다(증거기록 9~10쪽).
D은 2014. 11. 18.경부터 2021. 10. 29.경까지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부터 총 3대의 화물차량을 제공받아 화물 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운송기사들의 출퇴근 시간은 지정되어 있지 않으나, 이 사건 회사는 운송기사에게 화물의 운반일, 운반량, 도착지, 도착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 D은 이 사건 회사의 배차에 따라 보통 아침 7시 정도에 배차팀 직원 또는 피고인이 무전기나 전화기를 통하여 운송 지시를 하면 그에 따라 운송 업무를 시작했고 지시 받은 운송 업무를 마치면 다시 위 회사로부터 운송 지시를 받아 다음 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D에게 배정된 화물차에는 지피에스(GPS)가 장착되어 있어 이 사건 회사는 위 화물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임대차량 및 용역 관리 계약에 따라, D은 차량을 제3자에게 재임대하거나 보조운전사나 대리운전기사를 채용하여 운송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었다. 또한 D은 위 회사로부터 지시받은 운송 업무 이외에 별도로 자기의 계산으로 거래처를 확보하여 운송 업무를 한 사실이 없다. 거래처들과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모두 회사였고, D은 자신이 운송하는 화물에 대하여 운송계약의 체결이나 운임 설정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D의 차량운송내역서에는, D이 매월 수행한 운송 업무에 해당하는 매출액에 유류보조금을 더한 금액이 ‘매출계’로, 유류대, 차량임대료 및 자차보험료 등의 합계액이 ‘공제계’로, ‘매출계’ 금액에서 ‘공제계’ 금액을 뺀 금액이 ‘급여액’으로, ‘급여액’에서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과태료, 가불, 차량수리비 등을 뺀 금액이 ‘수령액’으로 각 기재되어 있다. D은 매월 회사로부터 위 ‘수령액’에 해당하는 금액 상당의 돈을 지급받았다.
위 회사는 운전기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근무기간 동안 고용보험, 건강보험(직장가입자), 산재보험 및 국민연금보험 등에 피보험자로 가입시켜 주었는데, D은 보험가입을 요청하여 위 각 보험에 가입되었고, 그 비용은 회사가 모두 부담하였으며, 사업소득세가 아니라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구체적인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위 인정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회사는 D이 수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을 지정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송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였고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D이 원심 법정에서 ‘배차라는 것도 좋은 배차 있고 나쁜 배차 있고, 공차거리 먼 데도 있고 적은 데도 있고 이런 여러 가지가 많이 있다. 그런데 만약 배차를 거부하면 그때부터 안 좋은 배차로 나간다고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45쪽), 피고인 또한 경찰 조사에서 ‘배차 사무실에서 상주하고 있으며, 배차에 관여하기도 한다.’, ‘기사들에게 배차를 정하는 기준이 회사 내부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거리를 우선적으로 보되, 부지런한 사람에게 먼저 배차한다. 여기서 부지런하다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먼저 도착하는 사람을 말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185~186쪽) 등에 비추어보면, D이 회사의 운송 지시를 거부하면 다음 운송 지시가 줄어들거나, 상대적으로 더 힘든 운송 작업에 투입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회사의 운송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D이 일정한 사업장에 출퇴근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회사는 D의 이동 경로나 휴식 여부 등 운송 업무 과정을 GPS장치와 무전기를 통해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도착지와 도착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던 사정을 고려하면, D은 사용자인 이 사건 회사가 지정한 근무 시간․장소에 구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운송 업무에 필수적인 도구라 할 수 있는 화물차량이 이 사건 회사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제3자에 의한 업무 대행 및 운송기사의 다른 사업장에 대한 노무제공 가능성이 사실상 제한되었는데, 이와 같은 화물차량의 소유관계나 D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전속성 등에 비추어 볼 때 D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D이 매월 지급받는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운반물량에 따라 정산한 금액이고, 유류보조금을 회사가 정하는 임대료 및 감가상각비와 정산처리를 하였으나, 이는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거나 사용자인 이 사건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D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D이 4대 보험에 가입된 점, 근로소득세가 납부되었던 점은 D의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이다.
한편 피고인은, 지입차주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과 같이<1> 지입차주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한 D 또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정한 자본을 투자하여 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지입차주의 경우, 자신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여 지입회사와 별도의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금원을 지급받으며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 등을 신고·납부하는 점, 자신의 운송 업무를 제3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대행하게 할 수 있는 점, 지입회사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운송기사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또한 피고인은, D은 화물운송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해당하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경우 플랫폼 회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앱 등을 통하여 이용자(고객)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겸업이 허용되어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건 회사의 운송 기사의 작업 방식과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바, D을 플랫폼 노동 종사자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강행규정이므로, 그 규정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법률의 부지나 법적 평가에 관한 착오가 있다고 하여 그 적용을 피할 수 없으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가사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D을 비롯한 대다수의 임대기사들로부터 퇴직금지급을 요구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인식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2013년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발령 받아 확정되고, 2014년, 2015년 각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발령 받고 정식재판청구를 하여 벌금형의 판결을 선고 받은 적이 있으며(증거기록 211쪽 내지 221쪽),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F 주식회사의 임대기사들이 위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지급을 구하는 소(인천지법 2017가합59597)를 제기하여 2020. 10. 8. 1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 받고(증거기록 160쪽 내지 173쪽) 그 항소심에서 2021. 11. 5.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은 D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고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미지급된 퇴직금이 상당한 액수에 달하여 죄책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당심에서 피해자에게 퇴직금 전액을 변제 공탁하였는바, 이러한 특별한 사정변경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