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4. 3. 선고 2024노373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3년에 처한다.

검사의 피고인 B, C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원심 판시 각 사기 부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A이 피해자들에게 무인정산기 'F'(이하 'F'라고만 한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에게 선고한 형(징역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피고인 B, C에 대하여: 사실오인)

피고인 B, C은 주식회사 E(이하 '(주)E'이라고만 한다)의 중역으로서 'F'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피고인 A과 순차적·암묵적인 의사결합 아래 'F' 판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사기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 B, C에게 이 사건 사기범행 전부에 대한 공동정범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 B, C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실오인

1)

원심의 판단

피고인 A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란에서 상세한 설시를 통하여 피고인 A은 'F'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고, 'F'를 판매하더라도 즉시 제품을 설치해 주거나 오류 발생시 즉각적인 A/S를 해주기 어려웠으며, EB 등 피해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포스와 연동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홍보매장 선정 및 프로모션 광고 참여시 할부금 지원, 일정 기간 무료 사용 후 즉시 환불 등의 조건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사원들을 통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F' 판매대금을 편취한 사실 및 그 편취의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이를 고 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데,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관점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9497 판결 등 참조).

(2)

우리 형사소송법이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할 때,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5313 판결 등 참조).

또한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설시한 이유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A은 'F'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용상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A/S를 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A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1)

원심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BN, BK, BL, 영업사원들, 피해자들의 각 진술은 'F' 판매(구매) 경위, 설치과정, 작동여부, 오류 형태나 빈도, A/S나 환불 과정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서로 일치하고 여러 객관적인 정황에도 부합하는바, 위 증인들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2)

위 증인들의 진술 및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에 의하면 'F' 판매 이후 대다수의 제품에서 작동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고장 및 불만신고에 적절히 대응하기에도 기술적·비용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F' 개발에 참여한 BK, BL 등은 위와 같은 오류 발생뿐 아니라 표준화와 관련하여서도 (주)E의 대표인 피고인 A에게 'F' 영업을 반대하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표시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 A은 당시 'F'를 판매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태블릿 키오스크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였다고 보인다.

(3)

피고인 A은 구체적인 계약이행의사, 계약 이행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거래 상대방인 피해자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오히려 허위로 말하도록 영업사원들에게 지시하며 판매를 독려하였다. 또한 'F'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피고인 A의 지시나 발언, 행위 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을 기초로 판단해 보면, 피고인 A은 'F'의 작동오류로 인하여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은 물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넉넉히 인정된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 A은 사기죄나 공갈미수죄 등으로 2회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사기 피해액,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도 상당한 액수에 달하여 죄책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당심에서 피해 근로자인 EJ, EH과 합의하여 위 피해 근로자들이 피고인 A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 CN, CZ, BG, DE, DT, CI, CG, DI, DL, G, CL, DN, CT, DD, DC, DR과 합의하여 위 피해자들이 피고인 A의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변경에다가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 C은 제주도에서 이루어진 'F' 초기 개발 및 판매와 영업 교육 등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후에는 'F'와 관련한 피고인 A의 지시 또는 교육 내용을 영업사원들에게 전파하거나 피고인 A의 지시를 단순히 수행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였을 뿐, 영업사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피고인 A과 'F' 판매에 관한 수익을 공유하는 위치에는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 C이 피고인 A과 공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볼 때에,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861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과 함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 B, C이 (주)E에서 각 총괄 본부장, 영업부 실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A의 자금사정이나 'F'의 개발상황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전반적으로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피고인 A이 피고인 B, C을 포함한 회사 직원들에게 위와 같은 자금경색이나 제품개발 문제를 투명하게 공유하였다는 사정이 기록상 보이지 않는다.

나)

오히려 피고인 A은 회사 대표로서 'F' 판매사업의 밝은 전망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고무시키며 판매촉진을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하였는바, 'F'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피고인 B, C은 'F'에 발생하는 오작동이 단순히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오류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검사의 피고인 B, C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