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와 2024. 5. 1. 상호 합의에 따른 공증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피해자가 진정을 취하하였으며 피고인이 500만 원을 지급하였는바, 2021. 6. 14.부터 2024. 3. 10.까지 발생한 체불임금 부분과 2024. 5. 2,부터 8. 12.까지 발생한 체불임금 부분 상호간은 각 범의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포괄일죄가 아닌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
피해자는 2024. 5. 2. 노동청에 진정취하서를 제출함으로써 그 전까지의 임금미지급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하게 표시하였다. 따라서 그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다시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명시적으로 처벌불원의 의사를 밝힌 후 철회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 제2항에 의하여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2024. 3.경까지 의 합계 57,756,773원의 임금 미지급 부분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위 부분에 대하여 유죄라고 판단하였는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판단
실체적 경합범 주장에 관하여
관련법리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하고, 그 경우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해자가 도중에 퇴사하였다가 재입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사실은 그 전체 기간에 걸쳐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2021. 6. 14.부터 2024. 3. 10.까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피해자가 근로를 중단하고 2024. 3. 27. 노동청에 피고인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종전의 체불임금 지급을 약속하며 공정증서 등을 작성하여 주었고 이에 피해자는 2024. 5. 2. 위 진정을 취하함과 동시에 재입사하여 2024. 8. 12.까지 근무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공정증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며 종전의 체불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입사 이후 다시 임금을 체불하자 피해자가 2024. 8. 21. 피고인에 대한 진정서를 재차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경기가 어려워 지급하지 못하였다. 계속 반복인데 포항에 있는 회사와 계약을 하였고, 위 회사로부터 수금을 받아 임금을 지급하려 하였는데 수금이 되지 않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재입사 이전 선반밀링 가공 업무를 하였고, 근로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세전 월 352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는데 재입사 당시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입사 전후로 임금을 미지급하게 된 사정을 달리하거나 피해자의 근로제공의 형태가 달라진 사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공백 기간은 약 두 달여 정도로서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다.
피해자가 사직서 제출 후 재입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위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피해자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공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관련법리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의하면 고소는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으나, 일단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 이러한 법리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있어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나, 그러한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된 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고 다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행위자를 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10183 판결 참조). 임금미지급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한 사건에 있어서도 근로감독관에게 진정취하서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인지를 심리하여 그것이 인정되면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5도1691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에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여야 하는지 여부는 피해자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 즉 피고인을 처벌하지않을 것'을 명시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가 2024. 5. 2.경 근로감독관에게 문자메시지로 '취하로 사건 종결 원합니다.'라고 진정 취하의 의사를 표시한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 희망의 의사표시를 확정적으로 철회한다는 진실한 의사를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수사 초기에 노동청에 제출하는 진정사건 취하서는 진정사건의 수사 진행을 잠시 보류함으로써 조사에 응하여 임금 채권 유무, 그 범위를 밝힐 부담을덜고 사용자의 변제를 기다리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할 여지가 크고, 임금 등을 실제로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종국적, 확정적으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상 매우 이례적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야 한다.
피해자가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자체에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되지 않았고,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전화 등 사실확인내용에도 "2024. 5. 1.자로 퇴직금은 지급되었고 나머지 체불 금액 53,766,880원은 미지급되었으나 연말까지 분할로 지급하기로 공증의 방식으로 합의하였다. 추후에 분할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재진정하기로 하고 일반취하로 종결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당시 임금을 분할하여서라도 지급받기로 합의 가 되어 진정을 취하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취하 당시에는 근로감독관에게 '추후 분할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재진정하기로 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는바, 담당 근로감독관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면 다시 사건 진정할 수 없다'취지의 고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2025. 3. 14.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출석하여 "지급을 기다렸음에도 계속 지급을 미루고 있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임금은 근로자와 가족의 생계의 원천이므로, 미지급 임금 채권은 근로자의 재산권으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이 사건 임금 미지급으로 인하여 상당 기간 동안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점, 피고인이 동종범행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지급금으로 7,000,000원을 지급받아 그 피해가 일부 보전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