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18. 8. 24. 선고 2018노744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업법취지,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점, 다른 법령에서 예외적으로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채권으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그 성격상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근로자의 임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D의 단체협약서, 임금협정서에는 임금에서 공제가 가능한 항목으로 '소송등판결 금액'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문언의 해석상 공제가 가능한 범위가 불분명하므로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

결국, 피고인은 법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의 명확한 의사에 반하여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만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주시 덕진구 C에 있는 합자회사 D의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50명을 사용하여 택시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임금은 그 지급 기일에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3. 5.부터 계속 근로하고 있는 근로자 E에게 2017년 4월분 임금을 같은 달 15.에 지급하면서 1,333,219원 중 933,219원만 지급하여 4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2017년 5월분 임금을 같은 달 15.에 지급하면서 1,150,689원 중 729,025원만 지급하여 421,66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금직접지급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그 단서에서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는바,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한 채 기득 이익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체결과정에 있어서도 그 진정성과 명확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점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동의가 있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자동채권과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대출원리금 등 채권 등을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7623 판결 참조).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임금 미지급에 의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하여 위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도267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근로자 E에게 확정판결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만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근로자 E가 2014. 7. 12.과 2014. 9. 17. 피고인이 운영한 합자회사 D(이하 'D'이라 한다)1)의 택시를 운행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D은 E를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2014가소121484호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2015. 11. 20. E가 D에게 644,2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한 E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D은 E에게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E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17년도 임금협정서 제17조 제3항 제4호(이하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2017년 4월분 임금에서 400,000원, 2017년 5월분 임금에서 421,664원, 합계 821,664원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만을 E에게 지급하였다.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의 내용은 2017~2018년도 단체협약서 제52조 제1항 제4호 및 2015년도 임금협정서, 단체협약서에도 규정된 내용이다.

(3)

이 사건 임금협정은 교섭창구 단일화절차를 거친 이후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용자 측 사이에 10여회의 교섭을 거쳐서 체결된 적법한 단체협약으로 보이므로, 그 효력은 근로자 E에게도 미친다. 한편, 교섭에 참여한 노동조합 대표 F 등의 진술에 의하면, 일부 근로자들이 자신의 귀책사유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등 사업장에 손해를 입히고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심각하였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 먼저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의 도입을 제안하였고, 노동조합 측도 고민 끝에 이 조항의 도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의 내용, 도입취지, 체결과정의 진정성 및 명확성, 피고인이 근로자 E의 임금에서 소송판결금액을 공제한 경위나 횟수, 공제한 총액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을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4)

전주시는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과 사실상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2016년도 임금협정서 제17조 제2항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전액지급 원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하여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는데, 위 위원회는 2016. 3. 30. 위와 같은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임금전액지급 원칙 등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당시 쟁점이 된 임금에서 기준운송수입금 부족 부분을 공제한다는 내용과 소송판결금액을 공제하는 내용을 본질적으로 달리 볼 이유도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에 따라 E의 임금에서 확정판결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 및 사정들과 아울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1)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의 문언 내용뿐만 아니라, 임금에서 공제가 가능한 채권으로 '소송판결금액'을 규정하게 된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사용자 및 노동조합 측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이 사건 임금협정조항을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면(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72249 판결 등 참조), 임금에서 공제가 가능한 '소송판결금액'의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그 범위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해석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의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고인은 E의 임금에서 확정판결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기 이전에 E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통지를 하였고, E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2개월에 걸쳐 임금에서 손해배상금을 공제함에 따라 E는 월급의 약 60~70%는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 즉,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을 근거로 임금에서 '소송판결금액'을 공제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경제생활이 위협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입법취지가 훼손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을 근거로 확정판결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만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하는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① D의 사용자 측과 교섭대표 노동조합 측이 적법하게 체결한 2015년도 단체협약서와 임금협정서에 임금에서 공제가 가능한 채권으로 '소송판결금액'을 규정하였고, 노동조합 측은 이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2016년도, 2017년도 단체협약서와 임금협정서에까지 위 조항이 그대로 포함된 점, ②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3. 30. 이 사건 임금협정조항과 같은 내용의 2016년도 임금협정서 제17조 제2항이 근로기준법 제43조 본문의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의결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임금협정 조항을 근거로 근로자 E의 임금에서 확정판결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제(재판장) 황윤정 김주완

각주1) 2018. 4. 18. 회사의 상호가 합자회사 G으로 변경되었다.

각주2) 제1심 판결이유의 기재와 달리 2017~2018년도 단체협약서의 내용대로 변경하였다(수사기록 44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