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1노12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다만, 위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원심은 다음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범하였다.

1)

사용자 여부

피고인은 명목상 이사장에 불과하고 학교법인 C(이하 ‘이 사건 학교법인’이라고 한다)은 그 설립자인 G가 실질적으로 이사장 역할을 수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학교법인 산하의 D고등학교 소속 교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G이고, 피고인을 피해교사들에 대한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립학교법 제29조 제5항에 따르면 교원의 인건비가 포함된 교비회계의 책임자는 학교장이므로 교사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은 학교장이 부담하고, 명목상 이사장에 불과한 피고인은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

2)

고의의 존부

피고인은 이 사건 학교법인의 실질적인 업무에 전혀 관여할 수 없었고, D고등학교의 재정상태에 대하여 보고받은 적도 없으며, 교사 임금이 미지급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시작된 후에야 알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교사 임금 미지급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는바,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공소기각 대상 여부

이 사건 피해교사들 중 21명은 G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처벌불원서의 상대방은 G 개인이 아니라 피고인을 포함한 이 사건 학교법인 운영주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21명에 대한 부분은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어야 한다.

설령 위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G 개인으로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은 위 21명의 피해교사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하여 심리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심리하지 않았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용자 여부에 대한 판단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사립학교법 제19조 제1항은 “이사장은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이 법과 정관에 규정된 직무를 수행하며 그 밖에 학교법인 내부의 사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학교법인 정관 제23조 제1항도 “이사장은 법인을 대표하고 법인의 업무를 통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사장은 이 사건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그 업무 전반을 수행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②

피고인은 2017. 4. 28.부터 2019. 1. 4.까지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재임하였다. 피고인은 G가 이 사건 학교법인을 실질적으로 모두 운영했고, 피고인은 명목상 이사장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2018년 이사장으로서 총 13번의 이사회에 참석하여 이사회를 진행하고, 이사회에 상정된 이 사건 학교법인 및 학교의 예산 안이나 이 사건 학교법인 직원 및 학교 교직원들의 채용, 승진, 전보 등에 대한 안건을 심의․의결하여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권한을 행사하였는바, 피고인을 명목상 이사장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③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한 명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실제 이사장으로서 이사회에 참석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G가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피고인을 명목상으로만 이사장으로 등기하여 두고 이 사건 학교법인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G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로서 피해교사들에 대하여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여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④

구 사립학교법(2019. 12. 3. 법률 제166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사립학교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4항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예산은 당해 학교의 장이 편성하고 다음 각 호의 절차에 따라 확정․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예산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친 후 이사회의 심사·의결로 확정되고, 그에 따라 학교장이 집행하는 것이므로(구 사립학교법 제29조 제4항 제2호), 학교 교원에 대한 임금 지급에 관하여 이사장도 당연히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변호인이 학교 교원의 임금 지급의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고 이사장에게는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722 판결은 사립학교 학교장이 학교 직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위 판결을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까지 해석할 수 없다.

나.

고의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2014. 1. 3.경부터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로 재임하다가 2017. 4. 28.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점, ② D고등학교는 2018년 학생 수가 급감하여 입학금, 수업료 등의 수입이 감소하였고, 그로 인하여 교사들에 대한 임금 중 일부가 미지급된 점, ③ D고등학교 2018학년도 세입예산명세서에는 2017년 대비 입학금, 수업료 등의 수입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고, D고등학교 2018학년도 예산안에 대하여 이사회에서 심의․의결이 이루어졌으며, 위 이사회에 피고인도 이사장으로서 참석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오랜 기간 동안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 내지 이사장으로 재임하였으므로 2018년도 D고등학교가 예산 부족으로 교사들에 대한 임금을 일부 미지급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8. 11. 14.경에는 피해교사들에 대한 임금이 미지급된 사실을 알았고, 당시에도 미지급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공소기각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

1)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G가 2021. 4. 7. 전주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전주지방법원 2019고단1698, 1306(병합),2347(병합)], 위 사건 피해교사들 중 21명이 G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고, 위 처벌불원서가 원심에서 제출되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G는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서 2019. 2.경부터 2019. 9.경까지 D고등학교 소속 교사들에게 명절휴가비 등을 미지급한 행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것으로 이 사건과 그 내용을 달리하는 점, ② 위 21명이 제출한 처벌불원서에는 G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 관한 것임을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점, ③ 위 21명이 G에 대하여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도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당심에서 위 21명 중 1명은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에서 피해교사들 중 21명이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심이 위 21명에 대하여 처벌불원 의사의 존부를 조사하지 아니한 것에 어떠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교사들에게 아직까지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심에 이르러 피해교사들 32명 중 20명이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피고인이 G의 부탁으로 이 사건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고,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G가 이 사건 학교법인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학생 수 급감 등으로 이 사건 학교법인 및 D고등학교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교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고, 이 사장의 직책을 가진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