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B은 통영시 C을 소재지로 하여 수산물가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사업주이고, 피고인 A은 주식회사 B의 대표자로서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등 근로자의 전반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총괄하여 관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
피고인은 2023. 7. 9. 12:58경 경남 사천시 D에 있는 주식회사 E 공장에서, 위 공장에 설치되어 있던 수산물 냉동장치인 터널 프리저(이하 ‘이 사건 장치’라고 함)를 피고인이 인수하여 주식회사 B 공장으로 이전설치하기 위하여 설비작업자인 피해자 F(남, 66세)로 하여금 이 사건 장치에 대한 철거작업을 진행하게 하였다.
이 사건 장치는 공장 바닥에서 약 2.5m 높이의 설비였고, 이를 해체하려면 먼저 설비작업자가 이 사건 장치 상부로 올라가서 그곳에 연결되어 있는 배관을 절단하는 작업이 필요하였으며, 당시 이 사건 장치 상부 주변에는 두께 50mm의 샌드위치 패널이 설치<1>되어 있었으나 패널의 일부 구간(가로 길이 1025mm, 세로 길이 620mm)이 절단된 상태로 뚫려 있어 설비작업자가 그 사이로 추락하거나 견고하게 고정되지 못한 절단된 샌드위치 패널을 딛고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에게는 추락 위험에 대비하여 근로자에게 안전모 등을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하고<2> 추락 위험 장소에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개구부에 안전난간, 울타리, 덮개 등 방호조치를 설치<3>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피해자가 안전모 등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지 관리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장치 상부에서 배관 절단 작업을 수행하다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음에도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안전난간 등의 추락 방지 조치를 하지 아니한 과실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아니한 피해자가 위와 같이 절단되어 뚫려 있던 샌드위치 패널의 남은 부분을 딛고 작업을 하던 중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샌드위치패널이 떨어지면서 이와 함께 약 2.5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여 머리를 부딪혀, 2023.
11. 26. 07:11경 진주시 강남로 79에 있는 경상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피해자를 급성경막하출혈에 의한 뇌실염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위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근로자로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다.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가 구입한 이 사건 장비의 철거 및 이전 설치 공사를 G에게 도급하였고 G이 피해자를 고용하였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장치 철거 공사를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바 없고 단지 철거 작업을 발주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판단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임을 전제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3항 위반의 ‘사업주’로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여 피고인들이 ‘사업주’에 해당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G에게 이 사건 장치의 철거 및 이전 설치 공사를 일괄 도급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회사는 생굴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수산물가공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인 A은 그 대표이사이다. 피고인들은 수산물 냉동설비인 이 사건 장치를 인수하게 됨에 따라 이 사건 장치를 철거하여 이전 설치할 필요가 생겼을 뿐, 평소 냉동 기계설비의 철거, 설치 등에 종사한 바 없어서 이러한 설비의 철거 공사에 관한 지식이나 전문성이 없었다. 반면 G은 냉동 기계설비에 관한 전문가로서 오래 전부터 냉동설비의 철거, 설치, 관리, 시공, 점검 등을 업으로 영위하여 왔고, 피고인은 평소 냉동설비에 관한 문제가 생기면 G에게 그 점검 내지 관리 등을 전적으로 맡겨 왔다(G 증인신문 녹취요지서 5, 6면).
피고인들은 사천시에 소재한 주식회사 E로부터 이 사건 장비를 구입하게 되어, 이 사건 장치를 위 사천 공장에서 철거하여 피고인들의 통영 공장으로 이전 설치하는 공사 전체를 G에게 일괄하여 맡겼다. 그러자 G은 평소 해오던 대로 직접 냉동설비의 철거 경력이 많은 일용직 기계공 2명을 고용하였는데, 그중 피해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인들과 G 내지 피해자 사이에는 구두로만 이야기가 오갔고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 등 계약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G은 ‘공사가 얼마나 걸릴 지는 확정적으로 알지 못하였지만 일단 G과 인부들의 일당을 각각 20만 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그와 같이 요구하였고 피고인들이 그 일당을 지급하였다’고 증언하였다. G은 이 사건 장치 철거 공사의 현장책임자로서 현장을 총괄하여 피해자 등 다른 인부들을 인솔하여 철거 공사를 진행하였고,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 A은 외국 출장을 간 상태여서 철거 현장에 와 보지 않았다. 달리 피고인 회사 내에 냉동설비의 철거 작업의 구체적 진행에 관하여 지시, 감독할 수 있는 능력이나 전문성을 갖춘 부서나 직원들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장치 철거 작업을 수행한 H도 G이 공사 책임자여서 G이 하라는 대로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증언하였다(H 증인신문 녹취요지서 3~6면).
이와 같이 G이 피해자의 채용, 보수 등 근로조건의 결정, 구체적인 공사 진행 내역을 결정․지휘하였다는 증거만 있을 뿐 피고인들이 채용이나 근로조건 결정 등에 관여하였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는 점, 피고인들이 철거 공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공사가 완성되면 일이 끝나는 것으로 예정하였던 점은 피고인들이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여 보수를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서 철거 등 공사를 일괄 도급하였다는 도급계약관계와 부합하는 사정이다.
피고인 A은, ‘G으로부터 청구받은 G과 인부들의 일당, 경비 등을 G에게 지급하면 G이 인부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 사건 장치를 철거하는 구체적인 작업 순서나 공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며 철거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G에게 공사 전체를 일괄하여 맡겼다’고 진술하였다(피고인신문 녹취요지서 8~10면). 이러한 피고인 A의 진술이 허위라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G, H의 진술 내용과도 주요 부분에서 부합한다. 피고인들이 G과 피해자 등이 일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일당을 부담하였지만 이는 냉동설비 전문가인 G의 판단에 따라 피고인들이 그 비용만을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피고인 A은 이 사건 장치의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장치와 철거 현장의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5차례 정도 현장에 방문한 사실이 있고, 작업 준비 및 진행상황에 관하여 중간에 G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바 있으며, G에게 “안전수칙 준수하고 작업할 때 단디 해라”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피고인신문 녹취요지서 3, 4면).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장치의 매수인이자 철거 공사의 발주자로서 일반적인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일의 완성에 관하여 관여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피고인 A이나 피고인 회사의 직원들은 이 사건 장치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 현장에 방문하거나 공정에 관하여 지시를 내린 바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장치의 철거 공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은 전문가인 G에게 이 사건 장치 철거 등 공사를 도급하면서 그에 관한 안전조치의 이행에 관하여도 일임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아가 이른바 ‘축소사실의 인정’으로 피고인들에게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지를 본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건설공사(기계설비의 설치 및 해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도급인으로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을 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 현장은 피고인들이 아닌 제3의 회사 공장이어서 피고인들이 그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관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장치 철거는 피고인들이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은 기계설비 철거에 관한 전문성이나 시공능력이 없었고 공사 진행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건설공사발주자’(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 단서, 제10호)일뿐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새롬
각주1) 공장 바닥에서 볼 때 위 샌드위치 패널은 천정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장치의 상부는 위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천정으로 가려져 있는 구조이며, 설비작업자가 이 사건 장치의 상부에서 배관을 절단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위 샌드위치 패널의 위쪽(즉, 천정의 위쪽)을 딛게 됨
각주2)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32조 제1항
각주3)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42조, 제43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