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E과 동업관계에 있었으므로 E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② E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E이 노동을 제공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산정에 잘못이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원심의 양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는 형법 제40조 소정의 상상적 경합범으로 보아야 하는데도(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도1324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E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관계로 판단한 것은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E이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E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2012. 5. 1. E과 근무지와 담당업무, 급여, 4대 보험, 복종의무, 계약해지사유, 손해배상책임 등이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이 신규 아동 및 부모와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여 언어치료사들의 월별시간표를 정하였고, 이에 따라 E은 피고인이 지정한 초록색 방에서 지정된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하였다.
D(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에는 고정된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지정된 시간표에 따라 이 사건 센터에 출근하여야 하고, 시간표대로라면 E은 매일 9시부터 18시 혹은 19시까지 이 사건 센터에 상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E이 이 사건 센터에 상주하면서 매월 약 100시간 이상 수업을 진행한 이상 다른 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업이라는 노무의 특성상 작업도구, 비품 등은 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E이 직접 제작한 교구를 제외한 나머지 검사도구, 교구, 비품 모두 이 사건 센터 소유이고, E이 직접 제작한 교구를 보조적으로 활용한 것은 아동의 수준과 상태를 고려한 수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E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이 사건 센터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지시를 하였고, 2013. 12. 30. 최초로 부산지방노동청양산지청에 출석하여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고인이 교재나 수업방식, 진도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E은 2013년 1월부터 8월까지 급여에 대한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고,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E은 2013년부터 108만 원을 기본급으로 지급받되, 수업이 80회를 초과하는 경우 3월까지는 1회당 15,000원을, 4월부터는 1회당 16,500원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2013. 2. 5. E에게 '퇴직금정산'이라는 명목으로 301,120원을 지급하였다.
2013. 10. 4.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은 E에게 퇴사하고 14일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센터의 언어치료사 채용공고를 하면서 고용형태는 '정규직', 급여는 '기본급 비율제', '4대보험 가입 및 퇴직금 지급'을 그 근로조건으로 명시하였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액수에 관하여
피고인은 E이 작성한 일지에 총 143건의 허위 사실이 있고, 일부 서류는 아예 없는 등 E이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언어치료사는 지정된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한 뒤 아동별로 수업을 한 날짜와 그 수업 내용을 일지에 기록하여야 함에도 E은 4월부터 6월까지의 일지를 실제로 수업한 내용과는 다르게 작성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언어치료사의 주된 업무는 '약속된 시간에 언어치료를 제공하는 것'이고, 수업 및 부모 상담이 끝나면 부모의 동의하에 해당 수업에 대한 치료비를 즉시 단말기로 결제하는데 E이 수업한 아동들의 치료비가 결제된 점에 비추어 보면 E이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할 것이다.
피고인은 E이 9월, 10월의 수업아동 이름 및 횟수를 기재한 업무일지를 보고하지 않아 수업료를 정산할 수가 없어서 그 지급이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E은 2013. 10. 9. 피고인에게 이메일로 일지를 보낸 적이 있고, 피고인이 언어치료사들의 월별시간표를 정한 이상 E의 9월, 10월 시간표를 알고 있었으며,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에서 결제내역을 통한 수업여부 확인이 가능하므로 피고인이 E의 퇴직일로부터 14일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