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3노84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채증법칙 위반

증거순번 7번 상담일지는 증거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D와의 근로관계는 2021. 11. 30. 종료되었으므로 2021. 12.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피고인에게는 위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도 없다.<1>

2.

판단

가.

채증법칙 위반의 점

피고인은 원심에서 상담일지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였다.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제1심에서 한 증거동의를 항소심에서 취소할 수 없고, 증거조사가 종료된 후에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더라도 취소 또는 철회 이전에 이미 취득한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도202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미 증거동의한 위 증거에 대하여 이 법원에 이르러 비로소 증거능력을 다투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2>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청주시 서원구 B건물, 2층에 있는 C㈜의 실질 경영자로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부동산컨설팅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1. 8. 초경부터 같은 해 12. 30.까지 토지주 설득 등 업무를 수행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2021년 12월 임금 2,20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D의 근로계약이 2021. 11. 말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D가 2021. 12. 30.까지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2021. 11. 말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를 바탕으로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추가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과 D 사이에 2021. 11. 말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사실에 대한 명시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D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2021. 11. 말까지 안되면 포기해야 된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좀 더 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가 되면서 더 일을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57쪽).

②

F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직원들에게 “2021. 11. 말까지 업무를 일단락하고, 연장을 하더라도 그 뒤 상황을 봐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2021. 11. 말까지 일이 끝나지 않다 보니 “2022. 2월인가 3월까지는 우리가 다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49쪽), 당심 법정에서도 ‘D와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전에 정해진 일당 형태 말고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를 거절했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교회 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D는 그만두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D로부터 임금지급을 요구받을 당시 D에 대해 공소사실 기재 임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다툴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D와의 근로관계 2021. 11. 말에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근로관계의 유지 여부를 다투고 있다.

②

F은 당심 법정에서 ‘자신은 2021. 11. 말경 피고인과 의견 차이가 있어 그만뒀는데, 그 자리에는 D도 함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앞선 가) ①, ②의 각 진술을 보태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과 F, D 사이에 2021. 11. 말경 근로관계 종료 여부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③

D는 근로관계 개시 이래 주당 50만 원(= 일당 10만 원 × 주 5일)의 임금을 매주 지급받아 왔는데, 2021. 11. 29.부터 2021. 12. 3.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20만 원(2021. 11. 29. 및 2021. 11. 30.분)만을 지급받았다. 이러한 사정은 2021. 11. 말을 기준으로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에 어떠한 내용으로든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④

D의 주된 업무는 H지구 일대의 토지주들을 상대로 전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출장 등의 방법으로 토지매매를 설득하는 외근 업무로서 상시적으로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업무 지시를 수행하거나 출퇴근이 지정된 업무가 아니다. 그런데 2021. 12. 1. 이후 D가 피고인으로부터 업무를 지시받거나 자신의 업무 수행 내용을 피고인에게 보고했음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검사가 제출한 상담일지, 업무기록표, 카카오톡메신저 내용 등은 D가 2021. 11. 말경까지 수행하던 업무를 2021. 12.에도 계속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일 뿐, 그 자체로 피고인으로부터 업무를 지시․감독받거나 피고인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음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아울러 위 ③항과 같이 임금이 지급된 2021. 11.까지는 D의 임금에 대한 지출결의서가 작성되고 피고인이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던 반면(수사기록 118~125쪽), 2021. 12.에는 위와 같은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위 ②, ③의 사정에 보태어 보면 적어도 임금 지급을 요구받은 당시의 피고인에게는 실제 임금지급의무의 존부를 다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⑤

피고인은 D에게 2021. 11.까지의 임금은 모두 지급하였고, D의 소개로 일을 시작한 G에게는 2021. 12.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다. D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의 존부에 대한 다툼 외에 피고인이 그 지급을 거절할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피고인이 D에게 민사재판을 통해 인정된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과도 부합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2의 나. 1)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같은 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중렬(재판장) 빈태욱 이진용

각주1) 피고인은 원심에 제출한 진술서(2023. 3. 7.자)를 통해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지급할 임금이 없다’고 주장하며 ‘D에게 받을 것이 있다면 소액심판청구를 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당심에 제출한 진술서(2024. 3. 19.자)를 통해서도 ‘소액심판을 청구해도 될 일이고, 그 결과 주라고 판결받으면 지불할 수도 있는 돈이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주장의 취지는 그 지급의무의 존부 등을 민사소송을 통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서 이러한 사정이 있는데도 피고인이 형사상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이고, 이를 뒤에서 보는 법리에 적용하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으로 정리된다.

각주2) 피고인은 이밖에도 항소이유서를 통해 원심에서 한 D의 법정진술에 대해서도 증거 부동의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판기일에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311조) 이는 증거 동의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주장은 결국 해당 진술 또는 서증의 신빙성을 다투는 뜻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 함께 고려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