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택시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택시 운전기사로 고용되어 2002. 7. 15.부터 2012. 8. 19.까지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하였다.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라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 2007. 12. 27. 신설되었고, 경주시 지역에서는 이 사건 조항이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이 사건 조항이 시행되자 피고를 포함한 경주시 지역 법인택시 회사와 전국민주택시 노동조합연맹 경주지부는 2010. 7. 29.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그 후 2011. 6. 30.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2011년 임금협약과 노사합의 가 각 체결되었는데, 위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은 2011. 7. 1.부터 2013. 6. 30.까지이고,1일 근로시간은 3시간 20분(월 25일 만근), 만근시 월 임금 445,000원으로 정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1년도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종전에 체결된 2005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여 왔는데, 2005년도 단체협약은 1일 근로시간을 7시간 20분, 주 근로시간을 44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6 내지 12,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조항 등의 성격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은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제6조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라고, 제6조 제5항(이 사건 조항)은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의2는 "이 사건 조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이란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정해진 지급 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다만, 소정 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근로자의 생활 보조와 복리후생을 위하여 지급하는 임금은 산입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는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에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최저임금 제도와 퇴직금 제도는 강행규정이므로(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7038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한 부분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무효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일반택시 운송사업을 하는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조항의 시행일 이후부터는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위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다가 퇴직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위 조항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합의각서의 취지
앞서 본 최저임금 제도와 퇴직금 제도의 성격, 이 사건 합의각서 제1항의 문언적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합의각서의 취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노사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반영한 임금을 정할 때까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지급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조항의 시행일 이후부터는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갑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를 종합하면, 2010. 7.부터 2011. 6.까지 인정되는 원고의 최저임금액 합계는 7,609,705원이고, 같은 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임금 합계는 3,986,72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계산 내역은 별지 청구금액 기재와 같다.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3,622,985원(= 7,609,705원 - 3,986,72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2. 9.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합의각서 관련
피고는, 피고를 포함한 경주시 지역 법인 택시회사와 전국민주택시 노동조합연맹경주지부는 이 사건 합의각서를 통하여 이 사건 조항의 적용 시기를 임금협상 완료 이후로 연기하였고, 이는 단체협약의 성격을 가지므로 그 규범적 효력에 따라 조합원인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를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일반택시 운송사업을 하는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조항의 시행일 이후부터는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내용은 강행규범인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의 시행일 이후에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등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각서를 통하여 이를 포기하게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없는 이상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각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각서의 유효성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사납금 유예 관련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의 취지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2010. 7. 1.부터 2011. 6. 30. 사이의 최저임금 부족액을 원고가 피고에게 납입하지 않은 같은 기간 동안의 사납금 인상분과 상계하는 취지이고, 이는 오히려 원고에게 유리한 약정이어서 유효하므로, 피고의 최저임금 차액 지급의무는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최저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각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각서가 사납금 인상분과 최저임금 지급분을 상계한다는 취지로 작성되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위 최저임금 차액을 지급할 경우 당연히 같은 기간에 원고로부터 지급받을 사납금도 인상되었을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소정 근로시간 소급 적용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최저임금 산정에 필요한 근로시간은 2010. 7. 1.부터 소급 적용되므로, 위와 같은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임금은 최저임금을 초과하여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각서에는 최저임금 산정에 필요한 근로시간을 2010. 7. 1.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취지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협약의 적용 시기를 2010. 7. 1.로 소급하기로 정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2011. 6. 30.자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은 2011. 7. 1.부터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소멸시효 항변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의 부분은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됨으로써 이미 소멸하였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이 시행된 이후에는 당연히 강행법규인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지만,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새로운 임금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상당의 임금의 지급을 유예하였고, 새로운 임금협약이 2011. 6. 30. 체결되어 2011. 7. 1.부터 시행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경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의 지급청구권은 새로운 임금협약이 체결된 2011. 6. 30.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그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4. 2. 21.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한 만큼, 원고의 위 채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신의칙 위반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는 2011년 임금협정과 불가분적으로 연관된 합의이고,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이 수차례에 걸쳐 진지하게 합의한 내용인 점, 이 사건 합의각서의 내용은 사측보다는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한 내용인 점, 이 사건 합의각서를 무효라고 보면 이를 전제로 한 노사 간의 합의가 균형을 상실하고, 피고로서는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①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②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③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9364 판결 등 참조). 한편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 스스로가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3.23. 선고 99다440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개정 최저임금법은 2007. 12. 27. 개정되어 공포되었으나, 피고가 소재한 경주시의 경우 실제 시행일은 2010. 7. 1.이므로, 개정 최저임금법의 공포일로부터 시행일까지 2년 6개월이 넘는 기간이 있었다. 위와 같이 최저임금법의 개정일과 시행일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둔 데에는 당사자 사이에 개정 최저임금법에 부합하는 새로운임금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여 주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위 기간 동안에 근로자들의 고정급의 액수를 최저임금법의 기준에 부합하게 하면서도 사납금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장차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할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피고는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신의칙의 주장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오랜 기간 동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의 산정에서 제외되어 왔던 관행이 존재하였고, 그에 부합하는 유권해석도 있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관행을 양해하면서 실제로 노사 간에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점 등의 특별한 사정들을 감안하여,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제외된다는 신의가 공여되었고 그러한 신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같은 정기상여금만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지 아니하는 다른 임금청구 사건에까지 신의칙을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특히 강행규정 위반 사건에서 원칙적으로 신의칙 주장을 배척하여 왔던 판례의 일관된 입장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일반택시 운송사업 운전 근로자에 관련한 최저임금법의 개정취지가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쉽사리 포기되거나 후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조항의 시행으로 고정급 이외에 운전 근로자들이 직접 가져가는 운송 수입은 최저임금액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으므로,그때까지 피고와 운전 근로자들 사이에 최저임금액 산정과 관련하여 무슨 신의 공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종전의 신의 공여 상태가 지속된다고 볼 수는 없게 되었다.
때문에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해 임금협약의 개정 협의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결국이 사건의 경우에는 정기상여금의 경우와 같이 신의가 공여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강행규정에 반하여 신의칙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신의의 공여와 관련하여, 이 사건 합의각서 제3항은 "조합원, 비조합원 누구를 막론하고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할 시는 노사가 공동 노력하여 설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을 보더라도 당시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노동조합과 이 사건 조항의 적용 유예를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자들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에 따른 최저임금과의 차액 지급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에 의해 이 사건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신의를 피고에게 공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반해 운전 근로자들의 임금 차액 지급청구를 받아주게 되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특별한 사정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의의 공여에 관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경영상 불측의 손해 발생 여부를 중심으로 신의칙 주장의 당부를 판단한다면, 자칫 근로자의 임금지급 청구권의 존부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상태나 재무구조, 수익구조의 건전성 여부가 임금 청구사건의 승패를 좌우하는 쟁점이 됨으로써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의 본래 취지가 몰각될 염려도 있으므로, 중대한 경영상의 위험 발생 여부 등만을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용구(재판장) 오범석 이지연직무연수로서명날인불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