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7. 10. 13. 선고 2016노495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대구은행(이하 '피해 금융기관'이라 한다)에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하면서 기업구매자금 대출신청을 함에 있어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어떠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일 필요가 없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 등 참조).

또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와 상대방의 착오 및 재물의 교부와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바, 착오에 빠진 원인 중에서 피기망자 측의 과실이 일부 경합한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이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도1697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의 용도를 알고 있음에도 그 대출금을 편취할 의사로 피해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대출을 받아 공장 내 시설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5. 3. 25. 주식회사 유엔티엔지니어링으로부터 품목란에 '160LFiltering 2set'라고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고, 같은 날 위 세금계산서는 '기재사항 착오정정'을 이유로 발급 취소되고 품목란에 'E 신설공장 건축설비 잔금'이라고 기재된 세금계산서가 다시 발급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 3. 26.경 피해 금융기관에 160L Filtering 2set을 구입하였다는 내용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면서 1억 2,100만 원의 기업구매자금 대출신청을 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5. 3. 26. 주식회사 유엔티엔지니어링으로부터 품목란에 '6㎡ Air Blower 2set' 등 4개 물품이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고, 같은 날 위 세금계산서는 '기재사항 착오정정'을 이유로 발급 취소되고 품목란에 'E 생산설비 공사외 중도금'이라고 기재된 세금계산서가 다시 발급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 3. 27.경 6㎡ Air Blower 2set 등을 구입하였다는 내용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면서 1억 7,600만 원의 기업구매자금 대출신청을 하였다.

③

기업구매자금대출은 기업이 원자재를 구매하는 경우 그 즉시 매출을 올려 변제할 수 있음을 바탕으로 손쉽게 대출을 해주는 제도인바, 그 대출금은 원자재 구매에 한정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④

피고인은 대출을 받은 돈을 당초 세금계산서 기재와 같이 160L Filtering 2set 및 6㎡ Air Blower 2set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하였으므로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위 물품들은 원자재가 아닌 공장 시설 그 자체로서, 기업구매자금대출금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⑤

피해 금융기관의 대출담당자인 G은 이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장 내시설에 사용하기 위하여 대출신청을 한 것이라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바, 기업구매자금대출은 원재료 구입 등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하고, 원재료의 가공 · 판매를 통한 원재료 구입비용 회수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져시설자금대출에 비하여 대출기업에 대한 대출금 회수에 불측의 위험요소가 개재될 가능성이 적은 점에 비추어 보면 G의 진술은 수긍할 수 있다.

⑥

피고인은 이 사건 대출 이전에도 기업구매자금대출을 받은 적이 있고, 이 사건 대출 직전에 시설자금대출과 기업구매자금대출을 각각 나누어 신청하였다가 대출신청이 부결되자, 시설자금대출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신청하고, 기업구매자금대출은 재차 피해 금융기관에 신청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세금계산서의 품목을 수정하여 재발급받았음에도 의도적으로 발급 취소된 세금계산서를 제출하여 대출신청을 하여 대출이 이루어졌다.

⑦

설령 피해 금융기관이 대출신청 당시 제출받은 세금계산서의 품목이 공장 내 운영설비임을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는 금속 및 비철금속 제련업, 비철금속 주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그 생산활동에 고철이나 중고제품 등에서 금속이나 비금속을 추출하는 일이 포함되어 설비 자체가 원재료가 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금융기관이 엄밀한 심사를 하지 않은 채 대출을 실행함으로써 착오에 빠진 원인 중에서 피기망자 측의 과실이 일부 존재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기죄는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소결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사기 범행은 그 경위와 수단 및 결과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위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 금융기관에 상당한 피해를 준 점, 피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도 적지 않은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사기 범행이나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의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기보다는 갑작스러운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증자가 늦춰지면서 사업상 어려움에 처하자 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피해 금융기관도 대출 심사를 함에 있어 다소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 이르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범행의 피해 근로자들과 모두 합의하여 위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