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8. 2. 21. 원고에 대하여 한 대호지농업협동조합으로 전적하라는 내용의 인사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조합원들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확대 및 유통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자재 및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하 '피고 조합'이라고 한다)이다.
원고는 2015. 3. 1. 피고 조합에 정규사원으로 입사하여 예금출납업무 등을 담당하여 왔다.
피고 조합을 비롯한 당진시 관내 12개 지역농협은 「당진시지역농협인사업무협의회협약(이하 '인사업무협의회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위 12개 지역농협을 구성원으로 하는 인사업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위 인사업무협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소속 직원들의 승진 및 지역농협간 인사교류를 실시하고 있는데, 인사업무협의회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조합은 2018. 2. 19. 개최된 인사업무협의회에서 의결된 바에 따라 2018. 2. 21. 원고를 피고 조합에서 대호지농업협동조합(이하 '대호지농협'이라고 한다)으로 전적하는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피고 조합의「인사교류규정」중 관내 다른 지역농협과의 인사교류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3, 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조합이 원고를 대호지농협으로 전적시키기 위해서는 원고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피고 조합은 원고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인사발령을 통하여 일방적으로 원고를 전적시킨 것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근로자의 동의 없는 전적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피고 조합은 인사교류규정 제7조에 따라 연도 말까지 다음 연도의 인사교류 실시계획 및 세부기준을 수립하여 관내 조합 및 직원에게 이를 공고하여야 하고, 피고 조합이 소속 직원을 다른 농업협동조합으로 전출하는 인사발령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교류규정 제9조에 따라 인사발령 대상자에게 인사발령에 관한 상담 기회를 부여하는 한편, 같은 규정 제10조, 제11조에 따라 인사발령 대상자로부터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받아야 함에도,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인사교류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임산부인 원고의 지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의 임산부 근로자 보호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조, 제6조, 제23조 제1항, 제74조에 위반된다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 조합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발령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종래에 종사하던 기업과 간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간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동일 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기업그룹 내의 다른 계열회사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와 같은 관행이 기업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근로자의 동의를 전적의 요건으로 하는 이유는, 근로관계에 있어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을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인바,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기업들이 기업그룹을 형성하여 자본·임원의 구성·근로조건 및 영업 등에 관하여 일체성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그 그룹내부에서 계열기업간의 인사교류가 동일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보나 전근 등과 다름없이 일상적·관행적으로 빈번하게 행하여져 온 경우, 그 그룹 내의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전적시키는 것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사용자의 법인격이 달라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동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부의 이와 같은 전적에 관하여 미리(근로자가 입사할 때 또는 근무하는 동안에) 근로자의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두면, 그때마다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2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1호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근로시간·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근로자의 특정기업에의 종속성을 배려하여 근로자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의 전적에 관하여 근로자의 포괄적인 사전동의를 받는 경우에는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복수기업이라도 좋다)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인사발령의 법적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 조합 소속 근로자인 원고를 대호지농협으로 적을 옮겨 대호지농협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는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원고와 대호지농협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이거나 피고 조합이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를 대호지농협에 양도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전적'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앞서 본 법리에 따른 전적의 유효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사건 인사발령이 전적의 유효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먼저 피고 조합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한 동의를 얻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조합을 비롯한 당진시 관내 12개 지역농협이 인사업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위 인사업무협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지역농협간 교류인사를 시행하고 있는 사실, 피고 조합이 인사업무협의회의 의결에 따라 2018. 2. 21. 원고를 대호지농업협동조합으로 전적시키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이고, 을 제4,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8. 2. 19. 피고 조합에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을 제11호증) 및 인사교류희망서(을 제4호증)를 각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제3, 4, 5호증, 을 제4, 5,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조합은 2018. 1. 24. 피고 조합 소속 전체 직원들에게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2018. 1. 26.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으나, 당시 원고는 인사교류를 희망하지 아니한 탓에 피고 조합에서 요구한 위 각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던 점, ② 피고 조 합은 2018. 2. 7. 당진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로부터 2018년도 승진 및 인사교류를 위한 회의 개최일정을 통지받은 후, 그때까지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 희망서를 제출하지 않은 원고, C, D 등 3명의 직원들에게 재차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할 것을 독촉하였고, 원고는 위와 같은 독촉에도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지 않다가 피고 조합의 총무담당자인 E의 지시에 따라 회의 개최 당일인 2018. 2. 19.에 이르러 피고 조합에 위 각 서류를 제출하였던 점, ③ E도 진술서(을 제5호증)를 통하여 원고와 D, C가 인사업무협의회 개 최일인 2018. 2. 19. 오전까지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자신이 원고와 D, C에게 위 각 서류의 제출을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바 있으므로, 당시 원고는 인사교류를 희망하지 아니함에도 상급자인 E의 거듭된 지시에 따라 그 의사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조합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인사발령에 앞서 피고 조합 소속 전체 직원들로 하여금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바 있고, E이 작성한 진술서(을 제5호증)에도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는 원활한 인사를 위하여 제출하는 서류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당시 피고 조합은 인사교류에 동의하는 직원들로부터만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받은 것이 아니라 인사교류 업무처리의 효율을 위하여 인사교류 동의의사와는 무관하게 소속 직원 전원으로부터 일률적으로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 제출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업무처리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고 조합에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직원이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의사를 밝힌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⑤ 피고 조합은 업무처리의 효율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원고에게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할 것만 거듭 지시하였을 뿐, 만일 원고가 인사교류를 희망하지 아니하는 경우 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이를 백지상태로 제출할 수 있음을 전혀 설명하지 아니하였고, 위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 서식에는 인사교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표시할 수 있는 란이 아예 존재하지도 아니하므로, 원고가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백지로 제출하거나, 또는 인사교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위 각 서류에 기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인사발령에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⑥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 직후부터 피고 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의사에 반하여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 및 인사교류희망서를 제출하였음을 이유로 2018. 4. 30. 이 사건 인사발령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고(이 법원 2018카합5040), 2018. 5. 18. 이 사건 인사발령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이 사건 인사발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 조합에서 대호지농협으로 전적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원고의 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다른 지역농협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확립되어 그러한 관행이 피고 조합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조합의 인사교류규정 제11조에서 피고 조합이 인사업무협의회에 인사교류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인사교류 대상 직원들로부터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받아 위 동의서를 첨부한 인사교류요청서를 인사업무협의회에 제출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인사업무협의회협약 제12조에서 인사교류를 희망하는 지역농협의 조합장은 인사교류 대상 직원의 동의를 얻어 인사업무협의회 의장에게 인사교류내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에서 본 바이다.
위와 같이 피고 조합을 비롯한 당진시 관내 12개 지역농협 사이의 전적은 인사교류규정 및 인사업무협의회협약에 따라 해당 직원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위 인사교류규정 및 인사업무협의회협약의 내용과 달리 위 각 지역농협과 소속 직원들 사이에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해당 직원을 다른 지역농협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존재하였다거나, 그 관행이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었다거나, 피고 조합의 직원들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전적에 관한 규범화된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피고 조합이 원고로부터 전적에 관한 포괄적인 사전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피고 조합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재직기간 동안 당진시 관내 다른 지역농협으로 전적되는 것에 대하여 사전에 포괄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 조합의 복무규정 및 인사교류규정, 피고 조합을 비롯한 당진시 관내 12개 지역농협 사이의 인사업무협의회협약에서는 지역농협 직원들의 전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위 내부규정 및 협약의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준수하기로 하면서 피고 조합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원고가 위 내부규정 및 협약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위반하여 자신의 적법·유효한 동의 없이 다른 지역농협으로 전적되는 것에 대하여도 사전에 포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 조합이 원고에 대하여 미리 전적 대상이 되는 관내 다른 지역농협에서 원고가 종사하여야 할 업무나 임금·근로시간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피고 조합이 원고로부터 전적에 대한 유효한 포괄적 사전동의를 얻은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소결론
결국 원고를 피고 조합에서 대호지농협으로 전적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전적의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고,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인 사발령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박민 황지영
각주1) 이 사건 인사발령이 전적의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는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나머지 무효사유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