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6,085,106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0.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5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7. 10. 23.부터 2018. 10. 22.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E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근무한 사실, 피고가 원고에 대한 퇴직금 20,425,530원 및 연차수당 15,659,576원<1>을 체불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36,085,106원(= 20,425,530원 + 15,659,57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요청으로 월급 2,000만 원에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모든 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이른바 ’네트계약‘, 이하 ’❶ 주장‘).
원고는 의사로서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도 진료하였어야 하나, 2017. 12. 25. 성탄절 등에 연차를 쓰고 근무하지 아니하였는바, 원고의 미사용 연차일수는 원고가 취업규칙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16일 중 10일에 불과하다(이하 ’❷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였으므로 그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원고는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피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피고가 별도의 퇴직금을 부담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원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등 제세공과금 56,356,730원도 원고의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원고의 임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돈은 더 이상 없다(이하 ’❸ 주장‘).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 전문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돈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돈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돈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이상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 앞서 본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재판상 자백은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 행한 상대방 당사자의 주장과 일치하는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의 진술로서, 일단 재판상 자백이 성립하면 그것이 적법하게 취소되지 않는 한 법원도 이에 기속되는 것이므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에 관하여 성립된 자백과 배치되는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없다. 자백을 취소하는 당사자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이상 그 자백이 진실에 어긋난다는 사실과 자백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 아울러 증명하여야 하고, 진실에 반하는 것임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착오로 인한 자백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4288, 84295 판결 등 참조).
퇴직금 포기(선지급)에 관한 약정이 무효로 됨으로써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따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 근로소득세 등 대납에 관한 약정의 효력도 상실되어 사용자가 대납한 근로소득세 등을 근로자가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본다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퇴직금 포기(선지급) 약정을 체결한 근로자로서는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퇴직금 포기(선지급)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결과가 되어 사용자에 대하여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제도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게 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446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❶ 주장에 대한 판단
을 제1, 4 내지 8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가 2017. 10. 23. 월급을 2,000만 원으로 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제수당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하 ’이 사건 네트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채무 등으로 피고에 대한 급여채권이 압류당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피고에게 부탁하여 2017. 11월부터의 월급을 F, G 등 가족 명의 계좌로 지급받은 사실, 신용보증기금이 2018. 4. 16.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타채102446호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급여채권의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위 신청을 인용하는 2018. 4. 17. 자 결정이 2018. 4. 20.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급여 중 17,500,000원이 2019. 3. 14. 신용보증기금에 지급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네트계약에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한 부분은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 전문에 따른 근로자의 요구에 의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볼 수 없고,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이 사건 네트계약에서 월급에 연차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한 부분도 원고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데도 근로기준법 기준에 미달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서 무효라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급여채권이 압류될 것을 우려하여 피고에게 급여를 가족 명의 계좌로 지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하여 강행법규에 위배되는 약정이 유효로 된다고 볼 수도 없다.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궁박한 처지를 악용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❶ 주장은 이유 없다.
❷ 주장에 대한 판단
을 제9호증 기재에 의하면, 2013. 1. 1. 제정․시행된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 제25조에 근로기준법 제60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규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❷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근로감독관은 원고의 미사용 연차일수가 26일임을 전제로 미지급 연차수당을 17,702,130원으로 계산하였다.
피고도 2022. 4. 11. 자 준비서면 2면에서 원고의 연차일수가 26일이고 원고가 그중 16일을 사용했다고 주장하였다. 위 16일은 2017. 12. 25. 성탄절, 2018. 1. 1. 신정, 2018. 2. 15.~17. 구정 연휴, 2018. 3. 1. 삼일절, 2018. 5. 5. 어린이날, 2018. 5. 22. 석가탄신일, 2018. 8. 15. 광복절, 2018. 9. 24.~26. 추석 연휴, 2018. 10. 3. 개천절 등 공휴일 13일을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의사라는 이유로 일요일에만 쉴 수 있고 공휴일에는 근로하여야 한다고 볼 법률상․계약상 근거가 없다.
피고는 2022. 5. 27. 자 준비서면 3면에서는 위 취업규칙을 들어 원고의 연차일수가 16일이고 원고가 그중 6일을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②에서 본 피고의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다. 이 사건 네트계약은 유급휴일에 관하여 “별도의 제규정에서 정한 바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여기서 말하는 ’별도의 제규정‘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한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는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❸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이 사건 네트계약서 어디를 보더라도 임금과 구별하여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고 피고도 원고가 반환할 퇴직금의 액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돈을 피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네트계약 중 퇴직금 선지급(내지 포기)에 관한 약정이 무효로 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근로소득세 등을 대납하기로 한 부분까지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 그와 같이 보게 되면 퇴직금 선지급(포기)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결과가 되어 강행법규인 퇴직금제도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게 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근로소득세 등 제세공과금 56,356,730원에 관하여 원고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과 원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제세공과금에 관하여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❸ 주장(상계항변)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소결론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36,085,10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이 송달된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21. 10. 1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12.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다만, 소송비용은 사안의 성격에 비추어 민사소송법 제98조, 제101조 단서를 적용하여 피고가 전부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다).
판사 권보원
각주1) 근로감독관이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에서 인정한 체불 연차수당 17,702,130원(갑 제1호증) 중 원고가 피고 주장을 받아들여 여름휴가를 위해 사용하였다고 인정한 3일분 수당을 공제한 금액(원고 2022. 4. 13. 자 준비서면 1면). 즉, 15,659,576원≒ 17,702,130원 × 23일/26일(원 미만 버림).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1일 임금이 650,000원임을 전제로 연차수당을 계산하나(위 준비서면 1면 및 피고 2022. 4. 11. 자 준비서면 2면), 그와 같이 계산할 근거가 부족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