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지방공기업법에 의해 설립되어 대전광역시로부터 공공시설물의 유지, 관리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단이다.
원고는 2004. 2. 18. 행정 4급으로 임용되어 피고에 입사한 뒤, 2007. 3. 20. 행정 3급, 2016. 2. 11. 행정 2급으로 각 승진하였고, 2020. 12. 31. 정년퇴직하였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배경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10. 4. 6. 3급 이하(3급~8급) 직원의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인사규정 개정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고, 대전광역시는 2010. 4. 13. “향후 시에서 정한 임금피크제 등 임금유연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하였다.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가 개정되면서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부칙 제1호에 따라 2016. 1. 1.부터 시행). 그리고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대전광역시는 2015. 7. 27. ‘행정자치부에서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마련했으니,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2015. 9. 24.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하였다.
임금피크제의 시행 경과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15. 9. 30. 아래와 같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15. 11. 27. 아래와 같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세부사항을 합의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2015. 12. 31. 인사규정 제67조의2 제1항에 “정년 잔여기간이 3년 이내에 있는 직원에 대하여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 제2항에 “임금피크제 운영에 관한 사항은 별도 지침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공단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제정하였다.
피고는 2019. 9.경 피고의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의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관해 합의하였고, 2019. 9. 11. 그 내용을 공단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에 반영하였다.
원고가 지급받은 임금
원고는 2018. 1. 1.부터 2020. 12. 31.까지 아래와 같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는 근로조건이 다른 별개의 근로자 집단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3급 이하 근로자만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결과적으로 2급 이상의 근로자에게만 불리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확실한 3급 이하 근로자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동의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는 효력이 없다.
원고와 피고는 매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는데, 계약 당시 임금피크제에 동의한 바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반영된 취업규칙은 개별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내용이므로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개정됨에 따라 의무화된 60세 이상의 정년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임금만 삭감하는 것이므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이는 근로자를 연령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거나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감액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소멸시효가 도과된 부분을 제외한 2019. 6.분부터 2020. 12.분까지의 미지급 임금 합계 23,033,531원(= 2019. 6. 1.부터 2019. 12. 31.까지 미지급분 5,049,132원 + 2020. 1. 1.부터 2020. 12. 31.까지 미지급분 17,984,399원) 및 이에 대한 2021. 1. 15.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한다.
피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실질적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원고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위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시행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원고에게 적용된다.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감액된 임금이 기재된 2018, 2019년도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근로계약이 있었을 뿐,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한 개별 근로계약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정책연수제도를 시행했고,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삭감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축근로제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근로자의 동의가 없었는지 여부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년퇴직 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여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 원고와 같은 2급 이상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노동조합에 가입된 3급 이하 근로자들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의 인사규정상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는 모두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받으며 동일한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고, 3급 이하 근로자들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될 것이 예상되므로(피고도 4급으로 임용되어 2급까지 승급하였다), 2급 이상 근로자 집단뿐만 아니라 3급 이하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가 된다.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서 변경한 취업규칙에 따라 시행된 것이므로 적법하다.
개별근로계약 우선 적용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등 참조).
판단
원고와 피고가 매년 개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온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 그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그런데 갑 제2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가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될 뿐(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피고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개별 근로계약에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따로 정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결국 취업규칙에 규정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따로 존재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체계로 인해 연령별 생산성 수준 등이 보수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상향됨에 따라 인건비가 증가해 청년층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2015. 7.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을 마련해 각 공공기관에 송부했고,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도입 경위 및 시행 경과에 비추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만 58세, 59세 근로자는 직위, 직급 등 보직을 유지하면서 임금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입었으나, 그 정도(8%, 12%)가 사회통념상 과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만 60세 근로자는 임금이 25% 감액되어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되긴 하나, 그 기간 동안 근로의무 없이 정책연수만 받게 되므로 그러한 감액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임금이 감액되는 대신 그와 유사한 비율로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할 수 있는 단축근무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리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며 정년 1년 전부터는 근로없이 자율적으로 재취업교육, 취미생활, 여행, 휴식 등의 개별활동을 할 수 있는 정책연수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제도는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조치로서 적절해 보인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해 감액된 임금 상당액을 재원으로 하여 총 17명의 신규직원(2016년 7명, 2018년 8명, 2021년 2명)을 채용하였다. 즉,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에 맞게 감액된 재원을 사용하였다.
소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고, 원고의 개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에게 적용된다.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