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1. 8. 선고 2022가단142630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43,813,003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1. 5.부터 2023. 11. 8.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 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피고 소속의 근로자로서 1989. 11. 24. 입사하여 2020. 10. 21. 정년퇴직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8. 10. 21. 정부 방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하여 원고를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만 60세부터 정년(만 61세)이 되는 날까지 최초 1차년도(만 60세)는 총연봉의 15%, 그 다음해 2차년도(만 61세)는 총연봉의 20%에 해당하는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그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으로 정년 후 3년(기본 1년 + 매 1년 단위 추가 2년 연장 가능) 동안 주 3일(1주 24시간)을 근무(40% 단축 근무)하며 정규직 재직 당시 최대 연봉(피크연봉)의 35% 및 별도의 성과급, 연구수당, 복리후생 등을 지급하는 형태의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고용 제도'라고 한다).

라.

이 사건 재고용 제도는 '정년 후 재고용 운영기준(을 제5호증, 이하 '이 사건 운영기준'이라 한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재고용이 될 수 없도록 하였다.

마.

원고는 책임급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던 2014년과 2015년에 각 실시된 피고의 인사평가에서 연속으로 최하위등급(D등급)을 받아 이 사건 재고용 제도를 통한 재고용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바.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 인해 삭감당한 급여는 1차년도 15,929,628원, 2차년도 21,239,505원(합계 37,169,133원)에 이른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급여 삭감'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7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 소급입법금지원칙 등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한 임금 삭감에 따른 차액 상당액 합계 37,169,133원 및 퇴직적립금 삭감에 따른 차액 상당액 합계 6,643,870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소급입법은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진정소급입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눌 수 있는바, 이 중에서 기존의 법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인 데 반하여,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것이다. 또한,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그 법률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당해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률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5두5390 판결 참조).

개정 취업규칙이 기존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징계시효를 연장하는 등으로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가 개정 취업규칙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그러한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개정 전 취업규칙의 존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가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신의칙상 적용이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두4931 판결 참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개정 취업규칙이 기존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나 그 시행 이전에 사실관계 등이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되었다면 이는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이에 대해 피고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국가의 형벌권이나 과세권 등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원칙으로, 사적자치가 근간인 취업규칙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은 과 거의 확립된 법률관계로 생성된 권리, 지위 등을 후행의 규범 등으로 임의로 박탈할 수 없다는 보편타당한 원칙이라고 할 것이고, 취업규칙이 노사 간에 사실상의 규범력을 가지는 이상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은 취업규칙 등에 적어도 '유추적용'은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무효 여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5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책임급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던 2014년과 2015년에 각 실시된 피고의 인사평가에서 연속으로 최하위등급(D등급)을 받은 점, ② 2018. 10.경부터 시행된 이 사건 임금 피크제는 정년이 되기 2년간 1년치 총 급여의 약 35%(= 15% + 20%)에 달하는 급여삭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점, ③ 다만, 이에 대한 보완으로 사실상 근로자에게 3년간 정년이 연장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이 사건 재고용 제도를 두고 있는 점, ④ 그러나 위 재고용 제도는 이 사건 운영기준 제2조 제3항 제1호에 의해 애초부터 원고와 같이 '연구원의 책임급 재직기간 동안 개인평가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경우'재고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이하 이 사건 쟁점 규정'이라 한다), ⑤ 이 사건 재고용제도의 대상자 자격과 관련해 이 사건 운영기준 제2조 제3항 제2호에 의하면, 정직 이상의 징계를 2회 이상 받은 경우'에도 대상적격에서 제외되는데, 다만 위와 같은 경우는 위 운영기준 부칙(2016. 12.) 제2항에 의해 '2017. 1. 1.부터 발생한 징계처분에 적용'되도록 하고 있는바, 이 사건 쟁점 규정은 위 제2호와 비교해 사실상 자격 제한 정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보임에도 해당 부칙과 같은 경과조치도 전혀 없는 점, ⑥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이와 연동된 이 사건 재고용 제도가 없었다면 정년까지 그 급여 전부를 수령하며 재직할 수 있었음에도 위 각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부당히 자신의 1년치 임금 중 약 35% 가량을 수령하지 못하게 되었고, 피고는 원고와 같은 경우에 대비해 아무런 보완책도 준비하지 않은 점(임금 삭감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등 별도의 제도 보완책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등을 종합해 보면, 이는 기존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정당한 근로계약에 의해 체결되어 확립되어 있었던 급여와 관련된 원고의 지위를, 그보다 후행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고용 제도와 연동되어 원고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기존의 임금과 관련한 원고의 지위를 박탈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진정소급입법에 준하고, 이에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해 볼 때 위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다(이와 같이 헌법상 불소급의 원칙에 기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보는 이상 원고의 고령자고용법 위반 등에 따른 무효 주장은 따로 살피지 아니한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진정소급입법에 준하는 것이어서 원고의 사익과 피고의 공익 사이의 비교형량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4년과 2015년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2회 연속 D등급을 받은 것 자체가 해당 관계기관의 압력 등에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원고의 침해되는 사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등의 시행에 따른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부언한다.).

3)

일부무효의 법리 등

가)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노사 간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유지시켜 주기 위하여 둔 규정인 점과 위 각 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간 합의는 그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에 정한 기준과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이 포함된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다8152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임금피크제 등과 같이 노사 간 단체규정도 법률행위의 일종이고, 민법은 이 경우 법률행위의 일부 무효 법리를 규정하고 있는바(제137조),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등에 민법상의 일부 무효의 법리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됨은 타당하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이 사건 재고용 제도가 원고와 같이 애초부터 위 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자들에게는 기존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게 되어 무효라고 보더라도, 위 임금피크제 등이전부 무효라기보다는 이 사건 쟁점 규정으로 인해 원고와 같은 원시적 제외자에 한해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행위의 일부 무효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쟁점 규정만 무효로 봄이 타한 점, ② 그 경우 원고는 애초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재고용 제도(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이 사건 재고용 제도를 따로 규정해 마치 양자가 서로 별개의제도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고용 제도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도 이 사건 재고용제도의 시행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양자는 사실 동체라고 할 것이다.)의 적용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는 피고에 재고용되지 않은 상태로 퇴직 후 약 3년의 시간이 경과한 점, ③ 이에 퇴직 후 3년 간 재고용을 보장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재고용 제도는 원고에게는 이제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인 점 등을 모두 종합해 보면, 원고에게는 애초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제 고용 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되었던 급여 등을 미지급 급여로서 원고에게 보전해 줌이 타당하다.

4)

소결

가)

갑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퇴직연금 납입과 관련해 2018. 10.까지는 월 897,940원의 사용자부담금을 납부하다가 이 사건 급여 삭감으로 인해 그 다음달부터 2020. 10.까지 626,870원 ~ 605,720원 사이의 낮아진 사용자부담금을 지출하게 된 점(2018. 11.부터 2020. 10.까지의 사용자부담금 합계는 14,906,690원이다.)이 인정된다. 한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급여 삭감이 없었다면 원고의 급여가 월 897,940원의 사용자부담금에 해당하는 급여보다 더 낮아질 경우는 없으므로 위 월 897,940원을 기준으로 하여 피고가 2018. 11.부터 2020. 10.까지 원래 지급하였어야 할 사용자부담금을 계산해 보면 합계 21,550,560원(= 월 897,940원 × 24개월)이 된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급여 삭감으로 인해 6,643,870원(= 21,550,560원 - 14,906,690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위와 같은 이익은 이 사건 임금 피크제가 없었다면 퇴직연금 기금에 그대로 납입되어 향후 원고에게 연금 등을 통해 지급되었을 것인바, 결국 이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한 것이 된다.<1>

나)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인 이 사건 급여 삭감액 37,169,133원과 퇴직연금 사용자부담금 차액 상당의 부당이득금 6,643,870원의 합계액 43,813,003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정년퇴직한 날부터 14일이 경과한 2020. 11. 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11. 8.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은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등의 존부를 법원이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이 부분 지연손해금 청구와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 따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근

각주1) 원고가 청구원인에서 부당이득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변론 전체의 취지로 비추어 보아 그와 같이주장한 것으로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