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피고는 2016. 12. 16.경 「2016년 B기관 개방형 직위 채용공고(이하 '이 사건 채용공고'라 한다)」 를 하였다. 이 사건 채용공고의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17. 1. 24. 피고와 사이에「개방형 직위보임자(법무분야 전문인력) 고용계약(이하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 한다)」 을 체결하였고,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주로준법감시 업무에 종사하였다. 이 사건 고용계약의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7. 12. 말경 윤리준법부 및 윤리준법부 산하 법무관리팀을 폐지하고, 윤리준법부 산하 청렴윤리팀, 고객만족팀을 인사부 산하에 신설된 윤리경영실 소속으로 변경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2018. 1. 11. 부산 본점 윤리경영실의 수석팀장 직위에 있던 원고를 같은 달 22.자로 부산 사상구에 소재한 C기관의 수석팀장으로 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내었다. C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로는 ① '구상권관리규정'에서 정하는 구상권 관리업무, ② 소송전담인력 및 채권추심인력 관리, ③ 재기지원보증, 회생지원보증, 실패예방 등 기업구조개선 관련 업무, ④ 기업지도, ⑤ 기타 본부의 지시에 의한 업무, ⑥ ①부터 ⑤까지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부수업무가 있다.
피고는 2018. 1. 26. 원고에게 2018년 상반기 목표를 아래와 같이 배분하였다(이하 '이 사건 업무지시'라 한다).
원고는 2018. 1. 30. 피고에게 "발신인은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합니다"라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우편은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아래는 피고의 내부 규정 중 일부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4, 5호증, 갑 2, 6, 10호증의 각 1, 2, 갑 3호증의 1, 갑 9호증의 2, 을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요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아래에서 보듯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이 사건 고용계약상 근로조건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부당하고, 이 사건 업무지시 역시 부당하다. 이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원고에게,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민법 제390조 또는 근로기준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아래 2)항에서 보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이 사건 고용계약상 원고의 근무지를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한 근로조건을 위반한 것이다.
피고는 채용공고 시 근무지를 특정해 왔고, 이 사건 채용공고 시에도 근무지를 '부산 본점'으로 특정하였다. 실제로 원고는 채용 후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1년간근무하기도 하였다.
'특수인력 운용요령' 제2조, 제12조 제1항 제5호는 개방형 직위보임자로 '특수인력 운용요령'이 적용되는 원고에 대하여는 근무처 이동에 관한 인사규정 제22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다. 실제로 피고는 원고와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이 2년인 개방형 직위 보임자인 채권운용 전문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 근무지를 '서울 여의도'로 특정하였다.
설령 이 사건 채용공고를 청약의 유인으로 보더라도, 원고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무지에 관하여 별도의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피고는 묵시적으로 근무지를 이 사건 채용공고에 기재된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관련 법령상 근로계약 체결 시 근무지를 특정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5호, 제114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호).
이 사건 인사발령은 부당하다.
원고의 전 소속인 윤리준법부의 법무관리팀은 폐지된 것이 아니라 피고의 경영기획부 산하 조직법규팀으로 변경되었을 뿐이므로, 피고가 단행한 조직개편은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의 출 · 퇴근에 다소의 유익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원고가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원고의 연봉이 인상될 수도 있었다.
이 사건 업무지시는 부당하다.
피고는 원고에게 홀로 2018년 상반기 6개월 동안 120건이나 되는 지급명령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소송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라는 일방적인 지시하였다. 설령 원고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라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지시한 업무량이 과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더라도, 법무사 사무실의 경력 있는 직원 또는 사무장이나 담당하는 위 업무를 12년 경력의 변호사인 원고에게 맡긴 것은 부당하다.
위 소송사건을 관할하는 법원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밖에 소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원고의 근무지를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한 이 사건 고용계약의 내용을 형해화하여 원고의 업무 내용을 전국법원을 대상으로 하는 외근업무직으로 전환시킨 것과 다름이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소극적 손해
피고는 원고에게, ① 원고가 피고를 그만 둔 후 개업준비를 하는 등으로 수입을 올리지 못한 2018. 2.경부터 2018. 4.경까지 3개월 동안은 그 기간 임금의 100% 상당액인 25,102,700원, ② 2018. 5.경부터 이 사건 고용계약의 원래 만료일이었던 2019. 1. 23.까지는 그 기간 임금의 70% 상당액인 46,080,060원, ③ 2018년 복지포인트 상당액인 1,150,000원, ④ 2018. 5.경부터 2019. 1. 23.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상당액인 7,036,930원 합계 79,369,69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
이 사건 인사발령 등으로 인해 향후 원고의 경력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우려가 생기는 등 원고의 인격권 또는 명예가 침해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89,369,690원(= 79,369,690원 +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요지
아래에서 보듯이, 피고는 이 사건 고용계약상 근로조건을 위반하거나 원고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소극적 손해는 원고의 해지통보로 발생하였을 뿐 피고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고, 피고의 인사발령 또는 업무지시로 인해 원고의 인격권이나 명예가 침해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이 사건 고용계약상 원고의 근무지는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되지 않았다. ① 이 사건 채용공고 중 '모집부문'란에 근무지가 피고의 부산 본점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 사건 채용공고 중 '근무조건'란에는 근무지에 관한 내용이 없고,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도 근무지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인사규정 제22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하다.
원고가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주로 준법감시 업무에 종사하기는 하였지만, 피고가 2017. 12. 말경 원고의 전 소속인 윤리준법부의 법무관리팀을 폐지하고 기존인력인 준법감시역을 활용하는 등 조직 및 업무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진 반면, 원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소송 직무로의 변경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소송 등 업무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C기관의 수석팀장으로 보임하는 인사발령을 하게 된 것이므로 업무의 효율성, 능률증진이라는 면에서 타당성이 인정되고 업무상 필요성이 매우 크다.
피고의 부산 본점은 부산 남구에, C기관는 부산 사상구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부산 본점보다는 오히려 C기관가 원고의 주소지인 김해시에 인접해 있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의 직위나 보수에 변동이 생기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계속 근무한다고 해서 연봉이 인상될 수도 없었다.
이 사건 업무지시는 정당하다.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는 원고의 담당 직무 중 하나로 "소송 및 각종 법률자문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배치된 C기관의 주업무가 소송업무이다.
원고에게 배분된 소송업무 중에는 간단한 지급명령이나 구상금 청구소송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원고 혼자 위 소송업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업무량이 과다하다고 할 수 없다. 위 소송업무는 피고에게 중요하고, 그 내용이 간단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판단
이 사건 고용계약상 원고의 근무지 특정 여부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는 최초 채용 당시의 근무지만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되었을 뿐 그 이후 근로계약 및 인사규정 등에 의하여 근무지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 또는 승낙하고 피고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에 비추어, 앞서 본 이 사건 채용공고 중 '모집부문'란에 근무지가 피고의 부산 본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피고의 부산 본점에서 1년간 근무한 사정 및 갑 8호증의 1, 2, 갑 9호증의 1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고용계약상 고용기간 동안 원고의 근무지가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채용공고 중 '근무조건'란에는 근무지에 관한 내용이 없고,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도 근무지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고용계약상 원고는 피고의 인사규정을 준수하여야 하는데, 인사규정 제22조는 "B기관의 업무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정기 또는 수시로 근무처 이동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특수인력 운용요령 중 일부 규정은 개방형직위보임자에 대하여 인사규정 제22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이 아니고, 달리 원고 주장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변호사인 원고를 C기관에 배치한 것에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는 별다른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
피고가 2017. 12. 말경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원고의 전 소속인 윤리준법부의 법무관리팀이 폐지됨에 따라 피고에게는 원고를 재배치할 필요가 생겼다(원고는 법무관리팀이 경영기획부 산하 조직법규팀으로 변경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 인사발령 직전 원고의 소속은 경영기획부였어야 하나 이 사건 인사발령 직전 원고의 소속은 윤리경영실이었으므로, 피고가 단 행한 조직개편으로 법무관리팀은 폐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배치된 C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소송전담인력 및 채권추심인력 관리' 업무가 포함된다.
이 사건 고용계약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소송 및 각종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전후하여 수석팀장으로서의 직위를 유지하였고, 피고의 부산 본점, C기관 및 원고 주거의 위치, 이 사건 고용계약상 보수에 관한 규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인사발령이 원고의 출 · 퇴근 및 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사건 업무지시의 정당성 여부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업무지시는 원고에게 2018년 상반기 중 부산, 울산, 경남지역 밖에 소재하는 법원이 관할하는 120건의 사건을 배분하는 내용이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가 홀로 위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알 수 없는 갑 4, 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업무지시로 원고에게 배분된 업무가 과도하다거나(오히려 위 사건 중에는 지급명령신청 등 비교적 간단한 업무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인 원고가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고용계약상 고용기간 중 원고의 근무지가 피고의 부산 본점으로 특정되었다거나, 이 사건 인사발령 또는 업무지시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 한 원고의 주장은 더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엄성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