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식회사 B(이하 'B'이라고 한다)과 D 사이에 작성된 연봉직급여근로계약서(증거기록 제6쪽, 제7쪽, 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고 한다)는 D에 의해 위조된 것이고, 달리 위 당사자들 사이에 위 근로계약서 기재와 같은 근로계약이 체결된 바도 없으므로, B이나 피고인은 D에게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임금 연 70,000,000원 및 성과급연 1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또한 B은 D가 임금으로 지급받았다고 자인하는 31,500,000원 이외에도 D에게,2015. 11. 9. 8,600,000원, 2016. 1.경 1,000,000원, 2016. 2.경 3,000,000원, 2016. 2. 12.9,840,000원, 2016. 3.경 2,000,000원, 2016. 3. 10. 2,000,000원, 2016. 5. 3. 1,000,000원, 2016. 5.경 1,000,000원 등 합계 28,44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미지급 임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B은 D를 위해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을 설정·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D는 B이 D 명의로 가입한 퇴직연금을 해지하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22,832,731원을 수령하였으므로, B이 D에게 지급할 퇴직금은 남아있지 않다. 설령 원심 설시와 같이 D가 B을 위하여 지출한 경비를 보전받기 위해 위 퇴직연금계좌에 들어있던 금원을 가져간것이라고 하더라도, D가 위 금원을 수령함으로써 피고인과 D 사이에는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피고인에게는, D에게 지급할 임금 등의 지급의무의 존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장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당초의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아래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와 같이 교환적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당심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이와 같이 공소사실이 변경되었음을 전제로 살피기로 한다.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남 고성군 C 소재 B의 대표이사로 상시 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선박구성부품 제조업을 경영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9. 22.경부터 2016. 12. 31.까지위 회사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2015. 12.부터 2016. 12.까지의 13개월의 임금 44,333,329원(매월 5,833,333원, 기 지급된 31,500,000원 제외), 성과금 33,750,000원, 연차휴가미사용수당 2,870,810원, 퇴직금 14,470,330원 합계 총 95,424,469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계약서 위조 등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D에 의해 위조되었고, B과 D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같은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실도 없으므로, 사용자인 B 또는 피고인이 D에게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임금 및 성과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B과 D의 의사합치에 의하여 적법하게 작성되었고, 이에 따라 B과 D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 내용과 같은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B의 상무이사로 근무하면서 D를 B에 소개하였던 E는 원심에서, "당시 B의 전무인 K으로부터 'D가 입사하기로 하였고 연봉 8,500만 원에 합의하였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하였고(E에 대한 증언 녹취록 제6쪽), D도 원심법정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B의 법인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D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계약서에 법인 인감을 날인하였다고 하더라도, D는 B에서 직원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서 작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도 B 법인 인감을 날인할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111쪽, 피고인도 D에게 근로계약서 작성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D를 직접 만나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월 급여를450만 원으로 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E, D의 진술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은 구두로 D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면서도 월 급여 외에 다른 근로 조건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피고인은 2015. 10.경 D에게 매월 세후 5,000,000원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초과지급된 임금의 환수를 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D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D를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하였으나, 담당 검사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D에 대하여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임금 추가 지급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D가 B으로부터 임금으로 지급받았다고 자인하는 금원 외에 2015. 11. 9.부터 2016. 5.경까지 8차례에 걸쳐 합계 28,440,000원(2015. 11. 9. 8,600,000원,2016. 1.경 1,000,000원, 2016. 2.경 3,000,000원, 2016. 2. 12. 9,840,000원, 2016. 3.경2,000,000원, 2016. 3. 10. 2,000,000원, 2016. 5. 3. 1,000,000원, 2016. 5.경 1,000,000원)을 임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B이나 피고인이 D에게 위 각 금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위 돈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D가 2015. 12.부터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B이 D에게 2015. 12. 이전인 2015. 11. 9. 지급한 8,600,000원을 미지급 임금에 대한 변제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D에 대하여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영수증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다.
피고인 및 D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피고인과 D의 대화가 녹취된 녹취록의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D가 업무를 진행하면서 소요된 경비나 출장비, 카드대금등을 급여와 별도로 정산해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112쪽, 제114쪽, 제156쪽, 제168쪽 등 참조).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D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나 B으로부터 위와 같이 8차례에 걸쳐 지급받은 금원은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B에 근무하면서 지출한 경비, 출장비, 카드대금 등을 정산받은 것이라고 진술하는바, 위 진술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일 뿐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지급한 금원의 액수가 매 회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 984만 원 등으로 D의 급여인 월 5,833,333만 원과 그 액수가 맞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D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퇴직금 지급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① B이 D 명의로 퇴직연금을 설정·유지함으로써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발생하였고, ② D는 2016. 12. 27. B이 D 명의로 가입한 퇴직연금을 해지하고 22,832,731원을 수령하였으므로 B이 D에게 지급할 퇴직금은 남아있지 않으며, ③ 설령D가 위 금원을 수령한 것이 퇴직금 지급으로 평가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D가 위 금원을 수령함으로써 피고인과 D 사이에 퇴직급 지급기한의 연장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사용자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을 설정·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인 주장과 같이 곧바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고, 근로자가 퇴직 후 적립된 퇴직연금을 퇴직금으로서 수령할 때 비로소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첫 번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증거기록에 의하면 D는 2016. 12. 27. B이 D 명의로 가입한 퇴직연금을 해지하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22,832,731원을 가져간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원심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D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퇴직연금에서 수령한 금원은 퇴직금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 중 자신의 계산으로 선지출한 경비 등에 대한 정산조로 지급받은 것이다(증거기록 제156쪽)"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별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② 피고인과 D의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D에게 '일단 이게 전체 다 퇴직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자, D가 '아, 경비로 쓸 겁니다. 지금 경비 해 가지고'라고 답변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다시 '어 그러니까 내가 일단 지급은 해 주는데'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는바(증거기록 제168쪽), 위 대화 내용에 앞서 본 D의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D가 피고인의 승인 하에 그동안 사용한 경비 등을 보전받기 위해 D에 대한 퇴직연금 계좌에 있던 금원을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검찰조사 당시, "저는 D에게 퇴직연금에 들어가 있던 돈을 가져가라고 말한 사실은 없는데, D가 대표이사의 도장을 가진 것을 기회로 임의로 위 금원을 가져가 버렸습니다(증거기록 제109쪽)"라고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검찰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D에게 위 퇴직연금 계좌에 있던 금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D가 위 돈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두 번째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 주장과 같이 D가 피고인의 승인 하에 D의 퇴직연금 계좌에서 22,832,731원을 수령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과 D 사이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퇴직금 지급연장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당사자들 사이에 이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세 번째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각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D에게 지급할 임금 등의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한 범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위조 등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거절사유들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D에게 월 500만 원의 임금 및 이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을 지급해 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D에게 13개월간의 임금 및 근무한 전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일체를 지급해 주지 않은 점(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기간 D에게 지급한 금원은 D가 사용한 경비나 카드대금의 정산조로 지급된 것이다), ③ 그럼에도 피고인은 미지급 임금 지급에 관한 어떠한 내용도 D에게 고지해준바 없고, D와 이를 협의한 적도 없으며, 관할관청을 통해 위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