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9. 11. 27. 선고 2019가합4474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부산 부산진구 C에 소재한 D병원(이하 'D병원'이라고 한다)을 설립하여 이를 운영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되어 2015. 12. 14.부터 2019. 3. 15.까지 D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채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 D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근무연도를 맞아 2017. 1. 2. 원고와 사이에 연봉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피고의 연봉총액으로 계산한 퇴직금 액수인 23,833,333원을 12분하여 계산한 2,166,667원을 매월 급여일에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이하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교부해 주었다.

다.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라.

피고는 D병원을 퇴직한 이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원고가 피고의 퇴직금 70,743,835원을 법정기한 내 미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하였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19. 5. 1. 원고에게 2019. 5. 31.까지 피고에게 미지급한 퇴직금 70,743,835원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다.

마.

원고는 2019. 5. 31. 피고에게 위 시정지시한 금액 70,743,835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E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 요지

가.

원고

1)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의 근로에 대하여는 구두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고, 2017. 1. 1.부터 2019. 3. 15.까지의 근로에 대하여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를 교부받아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이 2015. 12.부터 2019. 3.까지 피고에게 40회에 걸쳐서 합계 84,333,342원을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른 퇴직금으로 지급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퇴직금 지급약정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지급받은 퇴직금 상당액 84,333,342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매월 지급되는 월 급여와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은 적이 없고, 원고와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퇴직금이라 주장하는 위 표 기재 각 해당 금원은 피고의 임금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위 표 기재 각 해당 금원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나.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 근로에 대한 부분

가)

원고는 이 기간 피고의 근로에 대하여 구두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채 구두로 근로조건을 정하여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 D병원에서 근무하였고, 갑 제1호증의 3의 기재, 증인 E, 증인 F의 각 일부 증언에 의하면, 피고는 이 기간에 원고로부터 매월 연봉 총액을 12분하여 계산한 돈에서 각종 세금 등 공제액을 모두 공제한 금액을 이른바 '넷'(net)이라는 명목의 임금(이하 '실 수령 임금'이라고 한다)으로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E, 증인 F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각 사정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 증인 E, 증인 F의 각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기간 피고의 근로에 대하여 실 수령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았다거나 원고와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기간 피고의 근로에 대하여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사용자는 근로자와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근로자에게 연봉에 포함되는 퇴직금에 관한 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고, 퇴직금에 관한 사항이 명확하게 제시된 서면을 작성하여 교부할 의무를 부담한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93조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

또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하며, 근로계약 체결 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위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위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와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와 같은 퇴직금 명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되는지 여부, 연봉에 포함되는 퇴직금의 범위 등이 불분명하고, 달리 퇴직금에 관한 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연봉에 포함되는 퇴직금의 범위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②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기간 피고의 근로에 관하여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고, 피고의 2015. 12.분 내지 2016. 12.분 급여명세서에는 퇴직금 항목의 지급 내역도 찾아 볼 수 없는바, 피고가 이 기간 근로에 대하여 원고와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다거나 원고로부터 실 수령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았음을 추단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증인 E은 피고의 급여명세서(갑 제1호증의 3) 중 기타 항목(이하 '기타 항목'이라고 한다) 기재 각 해당 금원이 퇴직금 명목의 임금이므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기타 항목 기재 각 해당 금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증언하였다. 피고는 2017. 1. 2.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으므로,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는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 피고의 근로에 대한 퇴직금과는 무관하고, 이 기간 피고의 기타 항목 기재 각 해당 금액과 피고가 지급 받기로 한 퇴직금의 액수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의 성격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피건대, 원고에게 고용된 D병원 소속 의사 F은 기본급 11,932,629원을 지급받았던 시기인 2015. 9.분, 2015. 10.분, 2015. 11.분 급여 중 기타 항목에 대하여 6,541,536원을 매월 지급받았다가[피고는 기본급 15,100,000원을 지급받던 시기(2016. 1.분부터 2016. 5.분까지) 기타 항목에 대하여 2,083,333원을 매월 지급받았을 뿐이다], 기본급 26,637,256원을 지급받았던 시기인 2019. 5.분, 2019. 6.분, 2019. 7.분 급여 중 기타 항목에 대하여 3,833,333원을 각 지급받았는데, 위와 같은 기본급에 비례한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의 액수, 기본급 변동에 따른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의 액수 변동에 비추어 F이 지급받은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F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를 작성한 2017. 1. 2. 이후 지급받은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은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에 매월 지급받기로 기재한 퇴직금의 액수와도 다르다. 이러한 사정은 원고에게 고용된 D병원 소속 의사 G, 의사 H, 의사 I, 의사 J, 의사 K의 경우도 동일한데, 결국 원고가 D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지급한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위 의사들이 스스로 기재한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상의 퇴직금 액수와도 맞지 않다.

③

증인 E은 이 법정에서 자신은 원고와 피고가 구두로 체결한 근로계약조건에 기하여 피고에게 급여명세서를 제시하고 급여를 지급해 왔는데, 피고가 여기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어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구두로 합의한 근로조건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것과 같이 피고가 지급받은 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을 퇴직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실 수령 임금에 포함되어 있으나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의 존재와 그 범위를 명시적으로 인식하고 퇴직금에 관한 근로조건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증인 F은 자신의 경우 원고와 술자리에서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실 수령 임금만을 토대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였고, 나아가 실 수령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따라서 F이 원고와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인 원고가 근로자인 F에게 실 수령 임금에 포함되어 있으나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액수를 명시하여 제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증인 E, 증인 F은 의사들은 고액 임금자로서 실 수령 임금에는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증언하였다. 이들의 위 각 증언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실 수령 임금에 퇴직금 명목의 돈이 일정한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서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 계산·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라 단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사용자 내지 근로자의 인식과 이들 사이에 이루어져 온 관행의 존재만으로 연봉 총액 또는 실 수령 임금에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증인 F은 현재 의료계에서 실 수령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된다는 인식에 변화가 있었고, 변화된 인식에 따라 퇴직금 지급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2)

피고의 2017. 1. 1.부터 2019. 3. 15.까지 근로에 대한 부분

가)

피고는 2017. 1. 2. 원고와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에게 매년 발생하는 퇴직금 총액을 12분한 2,166,667원을 급여와 함께 매월 지급해 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를 작성하여 교부해 준 사실, 피고가 2016. 6.부터 2019. 2.까지 원고로부터 매월 기타 항목에 대한 2,166,667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E, 증인 F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각 사정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 증인 E, 증인 F의 각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실 수령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받았다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매월 실 수령 임금과 별도로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오히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 및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는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실 수령 임금으로 지급한 돈의 실질은 모두 임금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기간 피고의 근로에 대하여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가 원고로부터 피고의 2015. 12. 14.부터 2016. 12. 31.까지의 근로에 대하여 실 수령 임금과 구분되는 별도의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았거나 원고와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음을 각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피고가 2015. 12.부터 2016. 12.까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실 수령 임금에는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가 작성한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는 피고가 D병원에 입사할 당시 또는 매월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노무법인의 조언에 따라 분쟁 예방 목적으로 2017. 1. 2. 당시 재직하던 의사들로 하여금 일괄적으로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사후에 작성한 문서이다.

③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서에는 연봉 총액을 12로 나눈 18,833,333원을 매월 5일에 지급하고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해 지급한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한다거나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이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퇴직금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합의하지 않은 경우 실 수령 임금과 별도로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 체결 및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 작성·교부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실 수령 임금 18,833,333원에 2,166,667원을 더한 21,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와 사이에 실수령 임금과는 별도로 구분되는 2,166,667원의 퇴직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2,166,667원은 원고의 기본급 내지 평균임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피고가 기존에 받아 오던 실수령 임금 중 기타 항목에 대한 2,166,667원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기타 항목에 대한 금원의 성질은 앞서 본 바와 같다).

④

원고는 피고에게 2016. 6.부터 2016. 12.까지 매월 기타 항목에 대한 2,166,667원을 포함한 21,000,000원의 실 수령 임금을 각 지급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 체결 및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 작성 이후인 2017. 1.부터 2018. 10.까지는 매월 기타 항목에 대한 2,166,667원을 포함한 21,000,000원의 실수령 임금을, 2018. 11.부터 2019. 2.까지는 매월 기타 항목에 대한 2,166,667원을 포함한 21,500,000원의 실 수령 임금(기본금 500,000원 상승)을, 2019. 3. 기타 항목에 대한 1,000,000원을 포함한 10,750,000원의 실 수령 임금(당월에 대한 근무 일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을 각 지급하였다. 즉, 이 기간 피고의 실 수령 임금은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에 기재된 퇴직금 액수만큼 증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 수령 임금에서 위 퇴직금 액수를 공제할 경우 오히려 피고가 기존에 지급받아 온 실 수령 임금보다 감소하여 이 사건 연봉근로계약 체결 및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 작성 이후 피고의 근로조건은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⑤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임금과 퇴직금 등의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실질적 협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당사자들이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이익을 얻은 경우 부당이득의 반환을 인정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 없이 퇴직금 지급 면탈을 위한 편법적 행위 내지 행정적 편의로 형식적으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인정하는 것은 퇴직금 분할 약정을 원칙적 무효로 보아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돌아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가 형식상 작성됨으로 인하여 피고의 정당한 임금이 퇴직금으로 재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단지 퇴직금 선지급 요청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이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

소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실 수령 임금 중 원고 주장의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피고가 실질적으로 부당이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욱진(재판장) 박가연 주문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