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0. 25. 선고 2023노29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 C, D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 B, C, E에 대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였다. 피고인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는 외에, 검사는 따로 항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2022고합27 사건(주식회사 I에 대한 사기의 점)

피고인이 주식회사 H(이하 ‘H’)의 대표자로서 피해 회사인 I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와 경보단말 제작 용역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원청인 M로부터 대금 일부를 선급받았다는 사실을 피해 회사에 고지할 의무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피해 회사가 납품한 물품의 하자 및 계약 조건 미준수를 이유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 회사에 대한 편취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

2022고합55, 56, 57, 138사건(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점)

피고인은 2020. 12.경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부터 지급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대금을 받지 못하여 불가피하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 또한 피고인은 사업에 관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임금 등의 체불을 방지하지 못하였던 것에 불과하므로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2022고합27 사건(피해 회사에 대한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① 피해 회사는 H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이미 원청인 M로부터 대금 상당액을 수령하여 소비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H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의 편취행위는 피해 회사가 납품한 물건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등과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자금 사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 ④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선급금 수령 사실을 통지하지 않으면 M로부터 선급금을 환수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서 나아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이미 선급금을 소비하였던 점 등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기망 사실 및 편취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면밀히 다시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특히 피고인에게 피해 회사에 원청인 M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은 더욱 뒷받침된다. 즉 ① 원청 대금 결제와 연동하여 곧바로 피해 회사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던 이 사건 계약 내용 [제5조 4)항], ② ‘위 계약 내용은 피해 회사가 H의 자금 능력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청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수령하기 위해 넣은 조항이었다’라는 취지의 피해 회사 전 이사인 원심증인 Y의 진술(공판기록 1권 208면), ③ 이 사건 계약 체결 무렵 H는 이미 금융기관 연체가 발생하였고, 직원들로 하여금 대출을 받게 하여 회사 운영비에 충당할 정도로 어려운 자금 사정에 직면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H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M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은 피해 회사가 H와의 계약 체결 여부, 그 내용 등을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위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H는 금전 지급을 구하는 다수 민사소송 등을 진행중이고 그 기술성과 시장가치가 상당하여 이 사건 계약 당시 납품 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은 충분하였으나, 피해 회사가 납품한 물품의 하자로 인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추가적인 사정들이 확인된다. 즉 H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한 B은 원심법정에서 ‘H는 2018. 2.부터 수금이 유동성 있게 잘되지 않았고, 2019. 2. 이후 H의 경영상황이 더 안 좋아졌으며 보유한 현금이 별로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공판기록 1권 288면, 291면, 292면), H의 회계 용역을 수행하였던 회계사 Z은 수사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자산(특히 기술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부분)으로 계상하여,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일 뿐, H는 현금이 없는 회사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369면). 앞서 본 사정에 더하여 위 각 진술을 고려하건대, H의 현금흐름은 피해회사로부터 경보단말기 등을 공급받더라도 제때 그 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H가 제기한 위 다수 민사소송 등은 2022. 9.경 이후 이루어진 것으로 그 대금 지급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바, 이를 들어 이 사건 계약 체결 무렵 H가 변제능력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피해 회사가 납품한 물건의 누수 하자 등 문제는 2019. 11.경에 이르러 불거진 문제로서 H의 선급금 소비와 그 사실에 대한 미고지, 이 사건 계약 체결, 납품 수령 등으로 이어지는 이 사건 편취 범행의 기수 후 사정에 불과하여 이 사건 기망 행위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의 제5조 4)항의 문구, 즉 ‘M 납품 프로젝트에 연계한 원청 결제조건으로, 원청 결제일 익일까지 지급’을 근거로, H와 M의 결제조건이 H의 계약이행보증증권·하자담보이행증권 제출이어서 피해 회사가 동일한 원청 ‘결제조건’으로 하자담보이행증권을 제출하지 않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 계약의 내용은 원청 대금 지급과 연동하여 즉시 피해 회사가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마련된 조항으로 보일 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 회사가 하자담보이행증권을 제출해야만 피해 회사에 대금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2022고합55, 56, 57, 138 사건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도969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의 계약에서 정한 사업비 정부출연금 지급 시기, ② H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대한 사업비 정산 요청 시기, ③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H에 제시한 합의안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근로자들 금품을 청산하지 못한 데 대한 정당화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면밀히 다시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은 H가 M가 발주한 2020년 N사업(H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수주한 2019년 N사업에 이은 다음 년도 사업이다) 수주 입찰에 실패하였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정부출연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으며, 각종 민사소송에 계류되어있다는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은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으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서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H는 임직원에 대한 차용금 채무나 금융기관에 대한 20억 원 이상의 대출 채무 등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9. 2.부터 대출금이 연체되기 시작하였으므로 H의 재정 상황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피해 회사에 대한 대금 지급,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련 사업 진행시 선금보증금의 납부) 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 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다수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였고 임금을 체불하는 동안 계속 근로를 제공받은 점, ④ 근로자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임금 등을 체불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근로자 측과 성실하게 협의를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로 인해 임금 또는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피해 회사로부터 5억 3,900만여 원을 편취하고 근로자 8명에 대하여 임금 등 3억 1,200만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그 편취금액 및 미지급금액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뚜렷한 자금 조달 계획 없이 신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용 계약을 체결한 다음 ‘돌려막기’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나아가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며 소송 제기를 반복할 뿐 정작 일부 확보된 돈으로 기존 채무 변제 등에 전념하기보다 또다른 ‘돌려막기’식 신규 투자에 활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러한 점들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피고인은 그와 배우자의 개인 돈을 회사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등 회사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나름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H는 2020. 8. 6. 피해회사에 2,200만 원을 지급하여 이 사건 계약의 납품 대금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증거기록 1권 70면). 또한 H는 피해 회사에 이 사건 계약의 납품 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2020. 12. 29.경 피해 회사와 H 제품에 대한 총판계약(증거기록 별권 1권 61면)과 H 소유의 특허권에 대한 양도계약(증거기록 별권 1권 70면)을 각각 체결하였는데, 위 총판계약에 따른 채권을 피해 회사에 양도하였고(공판기록 3권 1429면 이하), 당심에서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비록 피해 회사가 양수한 특허권에 대한 연차료 또는 등록료를 내지 않아 일부 소멸된 것이 있기는 하나 위 특허권의 양도계약 당시 경제적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게 채무상환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당심에서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피해 회사가 H에 납품한 물품에는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하여 피해 회사도 이러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채무를 부담한다고 보이므로, 피해 회사의 실질적인 피해액은 판시 편취액 합계액에서 상당 부분 감액될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이 일부 근로자들에게는 부족하게나마 체불 금품을 변제하였고 일부 근로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여 일부 금품을 변제받기도 하였으며 상당수 근로자들에 대하여 부분적으로나마 체당금이 지급되어 일부 피해회복이 되었다(증 제45호증). 당심에 이르러 새로운 배당절차가 예정되어 있는바, 위 절차에 참가한 근로자들은 체불 금품을 변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증 제46호증).

피고인은 2007년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외에는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

위와 같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의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