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원고들이 특별히 강조하는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이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심 판결서 6면 2행 “노동조합법”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로 고쳐 쓴다.
제1심 판결서 7면 5행부터 10면 11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2) 대표권 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단체협약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 민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이러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교섭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헌법 제33조제1항은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위와 같은 헌법상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제1조에서 ‘헌법상 노동3권 보장,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 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 등’을 법의 제정 목적으로 밝히면서, 그 이하에서는 노사 간의 협약자치를 인정·존중하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가령 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여러 사항을 규율하면서도 단체협약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거나 어떤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노사가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교섭을 통해 자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②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체와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는 한편, 그러한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 중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과 같은 특정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여(제92조제2호), 노사가 자율적으로 형성한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둘러싼 분쟁에 있어 노동조합법의 규정이 민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그 해석의 기준이 되는 것이고,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 제33조에 따라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계약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노사의 협약체결권자 사이의 ‘합의’로 인하여 성립되고 그 효력이 발생하며, 협약의 당사자들이 그러한 합의에 구속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계약’과 다르지 않다. 또한 단체협약에 규범적 효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상대적인 우위에서 근로조건 등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조건 등에 대한 관여권을 부여함으로써 계약자유나 사적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함이지 협약자치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는 단체협약의 해석이나 효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 민법 일반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는 취지, 또 이를 구체화한 노동조합법의 규정 취지, 일반적인 계약과 다른 단체협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서 민법의 일반규정이 적용될 국면인지 여부가 더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의 해석 등에 있어 민법의 적용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은 외양상으로 ‘노사의 단체협약체결권자가 각 근로자와 사측을 대리 내지 대표하여 합의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 해석에 있어서 ‘대표자, 대리인의 권한 남용’과 관련하여 민법 제107조제1항 단서의 유추적용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 규약 등에서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을 전면,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인되므로, 이는 노동조합이나 사측의 대표자가 단체협약 체결에 있어 보유하는 권한의 자율성을 넓게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가 ‘단체협약체결권자의 무제한적인 단체협약체결권’을 인정한다거나, ‘노사 각 대표자가 상대 대표자와 통모하거나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 내지 주체의 이익에 객관적으로 반함을 인식하였고 상대방도 이를 알고 있는 경우에까지 단체협약체결권자의 권한 및 그 행위의 효력을 보장’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노동조합법 제30조제1항 역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단체협약체결권의 무제한적인 자율성까지 인정하는 취지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또한, 단체협약체결권자의 권한 남용의 형태는 사측의 대표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대표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어서, 노사합의에 있어서 대표권 남용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근로자 측에 불리하다거나 헌법 및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민법 제107조제1항 단서와 이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하는 ‘대표권 남용의 법리’는 단체협약의 해석에도 적용될 수 있다.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0조제1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그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다(대법원 2015.10.15. 선고 2014다20835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 6호증, 을 제11 내지 3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피고의 전 대표이사인 H이 단체협약체결과 관련한 대표권을 남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상대방인 이 사건 노조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피고의 대표권 남용 항변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무효에 대한 피고의 다른 주장은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노사합의서 체결 당시 피고의 노사협력처장 K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는,㉠ 2020.7.24. 2020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상견례가 종료된 이후인 13시부터 14시경까지 J 지부장을 비롯한 집행부 7~8명이 사전예고 없이 피고의 대표이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H과 피고의 주요부서 처장들이 동석한 가운데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이행을 요구하였는데, 이때 H은 이사회의 부결 등의 사유를 들어 즉시 합의이행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제시하였고, ㉡ 이후 16:30경부터 13층 대회의실에서 H과 이 사건 지부 집행부 및 7명의 정년퇴직자 등이 참석하여 이 사건 현안합의서 이행에 관한 면담을 추가로 진행하였으나, H은 현재 여러 정황상 이행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며, ㉢ H과 J는 17시부터 18:10경까지 피고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단 둘이서 별도의 협의를 진행한 다음, J는 정년퇴직자들을 설득하여 18:30경 이후 회사를 떠났고, H도 퇴근하였으며, ㉣ K은 당일 대표이사실에서 있었던 상황파악을 위해 19:30경부터 H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결국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 K은 2020.7.27. 월요일 출근하여 H과 면담을 통해 2020.7.24. 별도 합의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전혀 별도의 약속이나 합의를 한 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진 피의자신문 당시 H과 J는 모두 ‘2020.7.24. 저녁 피고 대표이사의 사무실에서 J와 H 둘만 있을 때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리고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J 역시 이 사건 파업 개시 무렵에서야 이 사건 노사합의서 내용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거나 언론에 이를 공개하였는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측 역시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을 파업 직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에 관하여 노사 간에 아무런 사전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 H은 피고의 직원, 임원 등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사전에 내부적 검토나 논의 등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지부의 지부장 J와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향후 이루어지는 파업에 관하여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파업 참여 조합원 및 파업참가일수는 조합이 결정하여 제출한 자료에 따른다’는 내용인데, 이는 원고들 주장과 같이 단순히 파업 기간에 생계보장 차원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넘어, 파업 참여자나 일수까지 협약 당사자인 노동조합 측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사측인 피고의 입장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지급 규모 등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합리함이 존재한다.
한편, 원고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작성 경위는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내용이 피고에 의하여 이행되지 않고 있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을 받고 있어 파업 결의가 어려우며, 모회사인 한국철도공사가 파업 시 대체인력을 쉽게 투입할 수 있어 근로자들의 노동3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근로자들의 파업기간 중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측면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파업 결의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지닌다. 그런데,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작성 직전에 ‘2020년도 임금협약’을 위한 상견례가 있었고, 그 이전부터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내용이 이행되고 있지 않아 이미노사간 분쟁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작성됨으로써 근로자들로서는 노사간 평화로운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기 보다는 파업 결의를 선택하여 피고에게 각종 의무 이행 및 임금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한편, 동시에 평균임금의 70%를 수령할 유인이 커졌고, 반대로 피고로서는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수준을 비롯하여 각종 요구사항에 동의하거나, 근로자들의 파업이 발생하는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구하고 있는 청구금액 합계액은 25억 원을 초과하는데, 피고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평균 당기 순이익이 약 7억 8,000만 원에 지나지 않는 점, 피고는 모회사인 한국철도공사로부터 각종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회사로, 피고의 근로자가 파업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게 되어 위탁계약에서 정하여진 인력과 시간이 위탁업무에 투입되지 않을 경우 그만큼 계약금액을 감액 당하게 되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따라 피고가 입게 되는 손해는 막대할 것으로 능히 예상된다. 반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로 인하여 피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신뢰’, ‘노사의 상생’ 등과 같이 추상적이거나 그 실현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들에 불과한데, 피고가 이 사건 현안합의서 상 의무이행도 거부하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목적을 이 사건 노사합의 서로서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H은 이 사건 현안합의서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그 효력유무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해 주었고, 약 2주 뒤인 2020.8.6. 대표이사의 직위에서 해임되었다. 한편,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작성 이후 노사 양측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J는 단체교섭이 결렬되어 이 사건 파업이 개시된 무렵인 2020.10.20. ‘파업 시 평균임금의 70%를 보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파업을 독려하는 취지의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였고, 2020.12.22. 조합원들이 가입되어 있는 네이버밴드에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게시하였으며,2021.1.12.경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루어졌다. 피고 측은 위 네이버밴드 게시글과 언론보도를 통해 비로소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단체교섭이 이루어지는 방식, 절차 등은 이를 규율하는 법령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당사자들의 자치에 따라 이에 관한 ‘관행’이나 ‘단체협약 상 단체교섭 규칙’ 등으로 구체화되는바, 협약자치 원칙에 부합하는 단체협약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노사간 관행이나 단체협약 상 규칙에 부합하는 형식적 외양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위와 같은 밀실 합의 및 협의 내용의 미고지 등의 방식이 이 사건 노조와 피고 사이의 단체교섭 상 관행의 범위나 단체협약 상 단체교섭 규칙 안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다(피고가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언론보도 이전까지는 지득하지 못하였다는 경위를 보면 오히려 기존의 단체협약 관행에 상당히 어긋난다고 볼 여지가 크다). 또한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율·조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단체협약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협약의 절차상 일정 정도의 밀행성이나 예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법질서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단체협약 체결 경위 및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파업 시 임금 제공이라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예외를 형성하는 중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파업개시 전까지 협약체결 당사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절차상 법질서가 허용하는 합리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 위 ②항에서 본 사정과 이 사건 노사합의서 체결의 절차적 문제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 내용은 피고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 체결 경위,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이 사건 파업개시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노조(J 또는 I)는 H이 피고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이 사건 조합 및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독단적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설령 이 사건 노사합의서 체결이 H의 대표권 남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더라도, 대표권 남용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선의의 제3자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무효로 원고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107조제2항의 ‘선의의 제3자’는 외형상 형성된 무효의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데,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사람들일 뿐, 단체협약으로 말미암아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제3자라는 전제 하에 있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원고들은, H이 관련 형사사건(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고단2015, 같은 법원 2023노1689)에서 ‘피고의 대표이사로서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채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노조 조합원들에게 액수 불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고, 동시에 피고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업무상 배임 기수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데,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 명의로 한 채무부담행위가 법률상 효력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하여 법인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대표자의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2.5.24. 선고 2012도2142 판결 등)는 법리에 비추어 보면, H이 배임죄의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유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대법원 1997.9.30. 선고 97다24276 판결 등 참조), H에 대한 형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배임죄 유죄판결의 인정에 있어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효력 유무가 다투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바,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효력과 관련된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구태회
판사 최성보
판사 이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