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항소심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칭을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심판결의 제2면 20행의 "2020. 7. 20."을 "2020. 7. 31."로 변경한다.
제1심판결의 제3면 글상자 안 5행과 6행 사이에 아래 기재를 추가한다.
『5.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
제1심판결의 제4면 글상자 아래 1행의 "갑 제1, 4호증, 을 제3, 6, 7호증"을 "갑 제1, 4, 6호증, 을 제3, 6 내지 8호증"으로 변경한다.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이후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고, 프랑스 법원에 의하여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이후에는 권리행사에 특별한 장애가 있지 않았음에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등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다투지 아니하였다. 원고가 위 퇴직금 수령일로부터 약 5년 내지 위 석방일로부터 4년이 경과한 후 제기한 이 사건 소는 원고와 피고의 고용관계가 종료되었다는 피고의 정당한 기대를 해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다212646 판결).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으나,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38270 판결).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5, 7, 8,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9. 2. 1. 프랑스 법원에 의하여 강간 등 혐의로 구속되어 2021. 9. 3. 기소된 이후 2024. 1. 12. 무죄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위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는바, 법률전문가가 아닌 원고로서는 위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자신의 혐의 없음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프랑스 법원은 2020. 7. 22. 원고를 석방하며 프랑스 출국금지, 거주지 제한, 주 3회 경찰서 출석, 사법기관의 소환에 응할 의무, 여권 및 신분증의 법원 제출, 피고의 모든 임직원 및 D과 그 친족과의 접촉 금지 등의 사법통제조치명령을 하였고, 위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재차 구금될 수 있음을 고지하였는데, 프랑스에 체류하며 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원고로서는 실질적으로 위 형사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다툴 수 없는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③ 원고가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때로부터 5년이 지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프랑스에서 구금되어 있던 중인 2019. 8. 5. 원고의 은행계좌로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송금하였고, 원고는 위와 같이 혐의사실을 다퉈 프랑스에서 2024. 1. 12.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2024. 5. 1.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후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은 2024. 8. 14.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에 비추어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한 후 피고에 이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위 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은 아래와 같은 절차적, 실체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위 처분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위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중 일부로 2021. 7. 1.부터 2024. 8. 2.까지의 미지급 임금 259,083,43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2024. 8. 2.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7,196,762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의 선행처분인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아래와 같은 하자가 있어 무효인바, 위 직위해제 처분에 기해 이루어진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역시 무효이다.
부당한 처분근거 규정 적용에 기한 재량권 일탈, 남용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실질적인 사유는 원고가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것으로,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기소될 때까지 수사 진행 경과를 지켜본 후 사건의 실질에 부합하는 피고 인사규정 제29조 제1항 제5호(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적용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직권면직 사유가 되지 않는 위 규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기소 여부나 구체적인 수사 결과에 대한 확인 없이 직권면직 사유로 이어지는 같은 항 제2호(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자)를 성급하게 적용함으로써 처분근거 규정 적용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에 대하여 단순히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로 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이 원고는 최종적으로 프랑스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므로, 결과적으로 원고가 상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에는 아래와 같은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이다.
절차적 하자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은 직위해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하여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므로 실질상 징계해고에 해당한다. 피고는 징계해고에 관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인사규정 및 그 위임을 받은 시행세칙이 정한 징계위원회의 개최, 징계사유의 고지, 진술권 부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이다.
처분사유 부존재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일로부터 3개월 간 위 직위해제 처분사유인 '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가 계속되어야 한다. 프랑스 법원에 의해 구금상태에 있었던 원고가 위 3개월 동안 상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계속하였다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였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실질적인 처분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이다.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실질적인 사유는 원고가 강간 등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으로, 원고가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이상 위 직위해제 처분의 사유는 소급하여 소멸하였고, 이에 기한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역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이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선행처분인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하자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고, 근로자의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직위해제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이 당해 직위해제처분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이냐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두821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부하 직원인 D의 고소로 원고에 대해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수사가 진행된 사실은 앞서 본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에게는 피고 인사규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자'라는 직위해제사유가 인정되고, 피고가 위 규정을 적용한 것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 인사규정 제29조 제1항 제2호는 '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거나 또는 소속직원에 대한 지휘 및 감독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자'를 직위해제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상사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자'란 부하 직원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는 상급자가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등을 하여 조직 내 신뢰를 상실하거나 대외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지휘·감독체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더 이상 정상적으로 부하 직원을 지휘·감독하기 어려운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고가 2019. 2. 1. 구속된 이후, 피고는 2019. 2. 6. E 본부장 등을 프랑스 현지에 급파하여 비상실사를 진행하였는데, 위 실사 과정에서 D이 원고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원고를 고소한 사실, 이를 이유로 D이 프랑스 현지에 소재한 C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실, 이에 대해 원고는 D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호간 합의에 의한 내연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었던 사실 등이 확인되었고, 실사원들이 현지에 체류 중이던 원고의 배우자 및 현지 직원들을 상대로 면담한 결과 원고와 D의 잦은 만남이나 교류도 이미 현지 직원들 사이에 눈에 띄고 있는 상태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가 D에 대한 강간 등 혐의로 구속되어 형사절차가 개시된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의 상사로서의 품위 내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의 신뢰는 중대하게 훼손되어 원고는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일로부터 약 5년후에 성폭행 혐의에 관하여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할뿐더러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원고는 피고가 피고 인사규정 제29조 제1항 제5호(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당시 원고는 아직 기소되지 아니한 상태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을 뿐더러,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처분을 유보하였다가 위 규정을 적용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자체의 하자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직권면직처분과 징계처분이 따로 규정되어 있으면서도 직권면직처분에 관하여는 일반의 징계처분과 달리 아무런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그 면직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사용자가 직권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16206,16213 판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35350 판결).
인사규정 등에 직위해제처분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도록 복직발령을 받지 못하거나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면직된다는 규정을 두는 경우, 그 규정에 의하여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면직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일단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하고 그 직위해제처분 당시에 이미 근로자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귀책사유가 있어 해고의 요건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직위해제처분 후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직권해제처분에 이은 면직 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두9113 판결 참조).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에 징계해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인사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과 이에 이은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 인사규정은 징계와 관련하여 '제5장 상벌'에서 그 사유로서 '1.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2. 사규를 위반하거나 공사의 체면 또는 신용을 손상시켰을 때', '3. 공사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공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4. 부정행위를 하였을 때', '5. 법령을 위반하였을 때'를 정하고 있고(제39조), 그 종류로서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및 견책'을 정하고 있으며(제40조), 그 절차로서는 인사규정 시행세칙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인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증언을 청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반면(제47조의1 제2항), 직권면직과 관련하여서는 '제4장 보직, 휴직 및 면직'에서 그 사유로서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보직을 받지 못한 자' 등을 정하고 있는데(제35조 제1항 제6호), 위 징계사유와 동일한 내용에 해당되는 직권면직사유는 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직권면직절차에 관하여도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징계사유와 직권면직사유는 별개의 사유로서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징계해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 인사규정이 정한 위 징계절차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할 징계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사유 존재 여부
원고는 상사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피고 인사규정 제2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바와 같고, 원고가위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3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보직을 받지 못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사유는 원고가 피고 인사규정 제35조 제1항 제6호, 제2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상사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시켜 직위해제된 때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때까지 보직을 받지 못한 것'으로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상사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가 3개월 간 지속될 것'이 그 처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 간 보직을 받지 못한 이상 직권면직의 형식적 요건은 일응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앞서 본 법리(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두9113 판결)에 따라 피고가 원고의 직위해제사유가 소멸하였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는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이다.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9. 7. 1.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당시 프랑스 법원에 의해 구금되어 있던 상태로, 2019. 2. 1. 구속된 이후 약 5개월 간 근로제공 내지 보직수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점, ② 원고가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원고의 사적인 생활관계에서 발생한 형사절차에 기한 것으로, 그 발생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와의 관계에서 원고에게 그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③ 원고는 2019. 7. 31. 석방된 이후에도 2024. 1. 12. 형사재판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위 법원의 사법통제조치명령에 따라 피고 측 임직원들과의 접촉이 금지되었던 점, ④ 원고의 종전 보직인 B은 프랑스 현지에서 상주하며 프랑스를 상대로 한 투자유치, 국내기업들의 프랑스 시장 진출 지원, 양국간 경제협력 도모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 보직으로서 피고로서는 직위해제 상태에 있는 원고를 대신하여 위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조속히 배치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1>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때로부터 3개월 동안 위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인사규정 제35조 제1항 제6호의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보직을 받지 못한 자'라는 직권면직 사유가 적용되고, 피고가위 3개월 동안 원고에게 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것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미지급 임금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이 사건 직권면직 처분 무효 확인 청구가 이유 없으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미지급 임금지급 청구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민사소송법 제418조 본문에 따라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함이 원칙이나, 이 사건은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었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조 단서에 따라 이 법원이 스스로 본안판결을 하기로 한다. 다만,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원고에게 더 불리한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대법원1995. 7. 11. 선고 95다9945 판결,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469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항소만을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지영(재판장) 황성미 박성윤
각주1) 피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한 후 2019. 2. 25. 원고의 후임 B을 부임시켰다고 하고 있다(2024. 12. 23.자 준비서면 10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