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8. 21. 선고 2025노22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7년 10개월에, 피고인 B을 징역 2년 6개월에, 피고인 C, D을 각 징역 1년 6개월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C, D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각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피고인 C, D<1>에 대하여) : 사실오인, 법리오해

1)

A은 '피고인 C, D에게 이 사건 범행 내용을 알렸고, 위 피고인들은 이를 알면서 도와준 것'이라고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달리 A이 허위로 진술할 동기를 찾을 수 없다.

2)

B의 진술 내용 역시 피고인 C, D의 이 사건 범행 가담 경위에 대한 A의 진술에 부합한다.

3)

A, B의 진술, 이 사건 범행의 구조와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 C, D이 최소한 A, B의 이 사건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방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C, D을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A, B :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8년, 피고인 B: 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C, D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9. 7. ~ 9.경 A으로부터 "페이퍼컴퍼니인 'H'을 설립할테니 'F 주식회사'(변경 전 'G 주식회사', 이하 'F'라고 한다)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여 주고, 피해자 주식회사 E(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에서 청소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하면 그 돈을 H으로 보내 달라."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A, B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기 범행을 함에 있어서 이를 돕기 위하여, 2019. 9. 하순경 A, B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H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였으며, 2019. 11.경 A의 지시에 따라 F의 2019. 10.분대금 청구서에 원래 청소용역대금 외에 60,980,000원을 '기타' 항목으로 추가한 후 이를 A에게 전달하고, 2019. 11. 19.경 피해회사로부터 원래 청소용역대금보다 부풀린 금액 60,980,000원을 F 명의의 E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송금 받아 그중 F의 수수료 5% 상당을 제외한 금원을 H 명의의 N조합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2019. 11. 19.경부터 2021. 12. 31.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총 27회에 걸쳐 원래 청소용역대금보다 부풀린 금액 합계 2,631,737,543원을 F 명의의 위 E은행 계좌로 송금받고, 2019. 10. 31.경부터 2022. 1. 2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28회에 걸쳐 그 중 F의 수수료 5% 상당을 제외한 합계 2,495,937,000원을 H 명의의 위 N조합 계좌로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A, B이 피해회사로부터 합계 2,631,737,543원을 편취하는 것(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을 방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이 A과의 만남 당시 B을 미리 소개받은 점, H에 대한 용역대금을 통상적이지 않은 지급 방식으로 2년 2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지급해온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들과의 범행 공모시기에 관한 A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B도 피고인들과의 만남 당시에는 이 사건 범행에 관한 논의가 없었던 것처럼 진술하였다. 피고인들이 A, B과 함께 만났을 당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들과 A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이임에도, A이 H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시켜달라는 부적절한 부탁을 넘어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용역제공 없이 피해회사의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는 범죄행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용역을 제공받는 피해회사 측 담당자인 A이 용역 제공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대금을 정해서 알려주겠다는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4)

피고인들이 범행을 돕는 대가에 관하여 구체적 약속 없이 A의 부탁만으로 형사책임과 손해배상책임, 징계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회사와 F 사이의 용역계약 유지가 이 사건 범행 가담의 동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법리 및 쟁점

가)

방조란 정범의 구체적인 범행준비나 범행사실을 알고 그 실행행위를 가능 ·촉진 · 용이하게 하는 지원행위 또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종료하기 전에 정범에 의한 법익 침해를 강화 · 증대시키는 행위로서,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등 참조).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지만(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며, 또한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하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8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피고인들의 방조행위는 1 A, B이 설립한 H을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고, 2 A의 지시에 따라 F의 월별 대금청구서에 본래의 청소 용역대금 외의 돈을 '기타' 항목으로 추가한 후 이를 A에게 전달하고, 3 피해회사로부터 위 청구금액을 F 명의의 계좌로 송금 받아 그중 F의 수수료 5%를 제외한 금원을H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행위이다. F에서 청소용역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는 객관적으로 A, B의 이 사건 범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지원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위 1, 2, 3 기재 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 B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H이 실제 용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A, B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회사의 돈을 편취한다는 사정을 모른 채 A이 짜 놓은 범행 구조에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방조범의 고의를 부인한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할 당시 A, B의 이 사건 범행을 돕기로 공모하였다는 점 또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라도 그 범행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위 각 지원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2)

이 사건 범행의 지원을 공모하였는지 여부

가)

피고인들과의 공모 여부에 관한 A의 진술

(1)

A은 경찰에서, '이 사건 범행 개시 약 4개월 전인 2019. 6. 6.경 피고인들과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졌고(이하 '1차 만남'이라 한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피고인들 및 B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는데(이하 '2차 만남'이라 한다), 위 각 만남을 통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사기 범행에 관한 계획을 모두 공유하고 설명을 마쳤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이 사건 사기 범행이 개시된 지 약 1년 후인 2020. 10.경 피고인들에게 각 1,0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검찰 조사에서는 1차 만남 당시 곧바로 협조를 요청한 것은 아니고 합법에서 불법으로 진행되는 과정의 중간 단계에서 제안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로 진술을 일부 변경하였고, 원심법정에서는 '피고인들에게 횡령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1차 만남 당시 말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원심법원은, 피고인들과의 범행 공모시기에 관하여 A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피고인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피고인들에게 범죄행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 B도 수사기관에서 2차 만남 당시 이 사건 범행에 관란 논의가 없었던 것처럼 진술한 점 등을 들어 A의 위 공모관계에 대한 진술 부분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도1605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과 당심에서 추가 심리된 사항까지 종합하여 보더라도, 위와 같은 A의 해당 진술 부분에 관한 원심의 신빙성 판단에 명백한 잘못이 있다거나 그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A의 위 진술 부분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돕기로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나)

공모행위 인식에 관한 B의 진술 B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자신도 실제 용역업체를 설립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10월경에서야 H이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들과의 이 사건 범행의 공모여부 및 그 시기에 관하여 불명확한 진술을 하였다.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A이 처음에는 B에게조차 H이 허위업체라는 사실을 명확히알리지 않고 실제 용역업체를 설립하는 것처럼 제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B은 '피고인들과 A이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에 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한 채 A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시키는 일만 했을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B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A과 공감대 내지 공모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렇게 추측하였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그 공모행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는 부족하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이 A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뒤 그러한 공모관계에 따라' 이 사건 범행을 방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형법상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 정범과의 공모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점을 알면서 정범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한 경우라면 종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 검사도 당심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방조범의 성립을 강조하는바,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상황과 피고인들의 행위의 형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피고인들이 A 등의 편취행위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3)

방조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 인정여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간접사실들과 정황들을 종합하여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A, B의 이 사건 범행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으면서 이를 용인하고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이 사건 방조행위를 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범행과 관련성 있는 피고인들의 지위와 역할

(1)

F는 피해회사와 2015. 10. 5.경 청소(주차관리)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청소 용역위탁계약관계를 맺고 피해회사의 영업점 청소(주차 · 시설관리) 용역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여 왔다. F의 용역업무는 약 1,000여개의 피해회사 영업점의 청소용역, 주차관리 용역, 시설관리 용역, 연수원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 등으로, 주로 협력업체에 청소용역을 하도급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졌다. F의 청소용역은 상시 이루어지는 일반 청소용역업무와 비정기적,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바닥/대청소용역으로 주로 진행되었는데, 피해회사 관련 용역을 수행하는 7-8개의 협력업체 중 5개 업체 정도가 바닥/대청소용역 업무에 투입되었다.

(2)

피고인 C은 F의 운영1팀 차장으로서 피해회사의 청소용역 관리와 대금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인 D은 F의 'E은행사업소'의 현장소장으로서 피해회사 전국 지점의 청소용역 수행을 위한 하도급업체 관리, 용역상태 확인, 피해회사를 상대로 한 대금청구서 기안,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지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A은 피해회사에서 전국 지점의 청소용역계약 및 용역대금 결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지점별 청소용역을 F에 발주하고, F가 하도급업체를 통해 청소용역을 수행한 뒤 매월 용역대금을 청구하여 오면, 그 용역대금을 확인, 정산하여 F에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3)

A이 F의 청소용역대금을 부풀려 기재하여 피해회사로 하여금 F에 입금하도록 한 뒤 해당 금액을 다시 하도급업체를 위장한 H 계좌로 지급 받는 방법으로 이를 편취하기 위해서는 F에서 청소용역을 위한 하도급업체의 선정, 관리, 대금의 청구및 지급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인들의 업무처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에 A, B의 이 사건 범행이 가능하려면, 피고인들의 협조 내지 묵인을 받거나, 피고인들이 위 업무처리를 하면서도 그 범행내용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피고인들을 기망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들과 A, B의 관계 및 이 사건 범행 전의 경위

(1)

피고인들은 2019. 6. 6.경 A과 1차 만남을, 2019. 8.경에는 A, B과 2차 만남을 가졌다. B은 원심법정에서, '2차 만남 당시 A이 피고인 C에게 "첫 달에 매입을 얼마 정도 잡으면 되나요?"라고 물었고, 피고인 C이 "첫달에는 많이 못 잡아요. 얼마 정도 배정해야 될 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였으며, A이 "문제없겠죠?"라고 계속 물어보자 피고인들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제없습니다."라고 안심을 시켰다'고 진술하였다.<2> 위 진술을 비롯하여 B이 2차 만남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한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그 내용에 특별한 거짓이나 과장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고, 당시 기억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할 동기도 없다. 피고인들은, B이 피고인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전가하기 위하여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술하였다고 주장하나, B은 수사기관에서부터 피고인들과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일관된 진술을 유지하고 있는바, 단지 손해배상의 부담을 덜 목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A의 피고인들과의 공모행위에 관한 일부 진술 부분에 신빙성이 없는 것과는 달리 B의 위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진술로부터 곧바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피고인들과 A, B은 이 사건 범행이 시작되기 약 3개월 전에 따로 만남을 가지고 B을 대표로 하는 하도급업체를 통한 용역제공에 관하여 논의를 하였다고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A이 B을 대표로 내세워 설립하려고 하는 H에 관하여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피고인들은, 2차 만남 당시 피고인들이 A에게 '문제없다'고 말한 것은 A이 요청한 하도급업체를 F의 협력업체로 등록하는 것을 말한 것이고 '첫달 용역'과 관련하여서는 청소용역을 첫 달부터 많이 배정하기 곤란하고 차차 용역물량을 늘려주겠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3> 그러나 피고인들의 변소와는 달리, 이후 피고인들이 H에 실제로 청소용역을 배정하여 용역을 수행하도록 지시한 바가 전혀 없고, 단지 A이 요청하는 금액만을 그대로 기재하여 피해회사에 청구하였을 뿐이다. 오히려 피고인들은 아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H이 수행하기로 한 용역은 단순한 청소용역이 아니라 그 개시 여부를 피해회사 측에서 결정하는 특수한 형태의 용역'이라고 주장하는바, '피고 인들이 차차 용역물량을 늘려주기로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은 위 용역의 성격과 관련한 주장과도 모순된다. 또한 피고인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F의 발주'에 따라 용역이 이루어짐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후 실제 용역 발주가 없었음에도 A으로부터 H의 용역대금 청구 요청을 받았을 당시 곧바로 그 청구가 허위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인바, 그 자체로 피고인들의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위와 같은 대화가 피고인들의 주장과 다른 취지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2차 만남 당시 이미 A이 설립하는 H이 수행할 용역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서류상 첫달에 잡을 매입 규모'에 관하여 논의한 것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3)

B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자신도 처음에는 A이 실제 용역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2차 만남 당시 피고인들과 A의 대화를 듣고 '뭔가 이상한데' 라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A에게 뭔가 이상하게 하는 거 아닌지 물으며 불안함을 토로하면서 A과 다투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이 위 만남 당시 'H이 페이퍼컴퍼니인지 여부' 또는 'A이 H을 통해 피해회사의 자금을 편취하려고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알지 못한 채 단지 A의 부적절한 협력업체 지정 청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더라도, 피고인들은 F에서 청소용역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자들로서, H이 정상적인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인지 또는 A이 H을 통해 실제 용역을 수행하려고 하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다)

H이 수행하기로 한 용역업무와 관련한 피고인들의 변소

(1)

피고인들은, A으로부터 '피해회사의 각 지점의 미세먼지 및 실내 공기질개선이 필요하여 영업점 공조 장치 내에 있는 "FCU(Fan Coil Unit) 청소"<4> 등 환경개 선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 업무를 위해 H을 협력업체로 등록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청소시간 및 투입 인원수를 기준으로 용역대금이 산정되는 일반청소나 바닥/대청소 용역업무와는 달리, 발주자의 사정에 따라 청소의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 FCU 청소와 같은 특수한 성격의 청소용역의 경우에는 특별한 자격이나 기술 등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발주자가 희망하는 용역업체를 직접 지정하고 관리하여도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2)

피해회사 시설팀에서 2019. 9.경 피고인 D에게 영업점에 대한 미세먼지 측정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된다.<5> 그러나 이후 피해회사 시설팀에서 F에 미세먼지 측정결과와 관련한 개선을 요청하거나 영업환경 개선을 위한 FCU 청소의 진행을 요청 또는 문의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고, 실제로 피해회사 지점들에 대하여 FCU 청소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피고인 D이 피해회사 시설팀의 요청으로 영업점 미세먼지를 측정한 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이 언급한 FCU 청소용역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믿을 근거가 충분하였는지 의문이다.

(3)

더구나 FCU 청소가 F의 위탁용역의 범위 내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피해회사가 전국 지점의 FCU 청소를 F에 위탁하고자 하는 경우 별도의 용역을 발주하고 수수료 등을 협의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1. 1.경 이루어진 F의 감사에서 '발주처와 별도의 계약 없이 H의 하도급용역과 관련한 5%의 수수료를 수취한 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6> 피고인 C도 당심법정에서, '대부분의 발주처들 은 FCU 청소가 도급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F를 통해 자금집행을 하지 않고, 다만공사업체가 들어오면 F의 직원들이 관리감독을 한다'고 진술하였다.

(4)

발주업체가 FCU 청소용역을 스스로 관리하고 확인하는 경우라면 F에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 없이 직접 FCU 청소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용역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고, 만일 F를 통하여 발주하기를 원한다면 F측에 직접 용역수행에 관한 관리감독을 수행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면FCU 청소를 위한 하도급업체의 선정, 용역수행의 관리감독과 대금의 산정까지 모두 피해회사(A)가 직접 수행하면서도 단지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의 지급'만 F를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F에 5%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들이 이러한 제안을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하였다는 주장은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위 수수료의 성격에 관하여, F가 하도급업체의 청소 용역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리스크나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대가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 1.경 F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피해회사와 F 사이, 그리고 F와 H 사이에 용역관리나 책임 등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정한 아무런 계약서가 작성된 바 없었던바, 실제 하도급업체의 용역을 관리감독하지도 않는 F에 그 법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한 수수료라고 믿었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5)

2차 만남 당시에도 피고인들과 A 사이에 미세먼지나 FCU 청소 등에 관한 발언이 오간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이 'H이 FCU 청소와 관련된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갖춘 업체'라고 믿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피고인 D은 당심법정에서, 피해회사 전국 지점의 FCU가 몇 대인지, 그 업무수행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 영업소 1개 당 용역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알지 못한다거나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진술하였는바, 하도급업체인 H의 용역 내용과 범위, 계약기간, 용역대금의 규모 등에 관하여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B은 원심법정에서, '2021. 1.경 F 본사 내부감사에서 H이 하도급업체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계약서가 없었던 점 등이 지적되자 A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내부감사 관련자의 전화가오면 어떻게 대비할지 얘기를 하였고, 당시 A의 지시로 피고인 D에 연락하여 감사팀전화에 대비하여 입을 맞추자는 얘기를 했다', '당시 A이 미세먼지 관련 얘기를 했고, 피고인 D도 미세먼지 필터 얘기를 했다', '그때 미세먼지 관련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그렇게 구색을 맞추는 듯 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7> (6) 위와 같은 F 감사과정에서의 지적 이후 F와 H 사이에 하도급계약서가 작성되었다.<8> 그런데 그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들은 H과 사이에 용역 내용과 범위, 기간, 용역대금 등에 관한 계약사항의 협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B에게 등기로 보내 날인을 받았을 뿐이다.<9> 그 밖에 H과 약정한 용역업무의 내용을 확인할만한 용역 발주서 등도 작성된 것이 전혀 없는바, 피고인들이 H의 용역 내용을 FCU 청소라고 알고 있었다는 변소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들이 A의 부탁으로 H을 협력업체로 등록할 당시 H이 수행할 용역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계획한 바도 없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7)

나아가, 설령 피고인들이 H을 실제 FCU 청소 수행업체라고 믿었다고 보더라도, 아래 라) 내지 사)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전히 그 업무수행의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라)

협력업체 등록 및 용역 발주 과정

(1)

이 사건 범행 무렵 F에 피해회사의 청소용역과 관련하여 협력업체로 등록 된 8개 업체 중 6개 업체는 권역별로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 업체이고, 'AJ'는 피해회사 측의 요청에 의하여 수의계약을 통해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었으며, 'AT'은 별도의 선정절차나 계약서 작성 없이 F와 거래를 계속해왔다. 이처럼 F는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발주처의 요청 등에 의하여 협력업체를 지정하기도 하였고, 계약서가 누락된 사례도 있었으며, 협력업체 등록에 대하여 별도의 내부 규정이 없어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사본 정도가 있으면 전산상으로 하도급업체 등록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10> 그러나 위 'AJ'는 피해회사의 공식 요청에 의하여 협력업체로 등록된 뒤 F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F의 발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11> 위 'AT'은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F의 지시에 따라 용역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2)

그런데 피고인 C은 A, B과의 2차 만남이 있은 뒤 약 1달여 지난 2019. 9.24.경 갓 설립된 H을 단지 A의 구두 요청만을 받고 B으로부터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사본을 받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였다. H은 실제 사무실과 직원이 전혀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였고, 그 대표자인 B도 FCU 청소를 위한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기존에 청소용역 업무를 수행한 경력도 없었다. 그러나 하도급업체 등록 과정에서 H에 대한 별도의 심사나 회사의 인력, 경력, 업무수행능력 등의 최소한의 회사 상황에 관한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H이 수행할 용역의 내용이나 범위, 기간, 용역대금의 산정근거 등에 관하여 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으며, 구두상으로라도 H과 이를 협의하거나 작업지시를 한 바가 전혀 없다.

(3)

위와 같은 협력업체 등록 및 용역 발주 과정은 매우 이례적이고 부적절한데도, 피고인 C은 F 내부에서 팀장 등의 최종 책임자에게 그러한 상황에 관하여 특별히 상의하거나 보고한 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S은 원심법정에서, 당시 H이 추가된품의서에 결재한 것은 맞으나 당시 이를 특별히 보고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2021. 1.경 이루어진 F의 내부감사 결과보고서에는 '발주처의 요청으로 H과 계약 없이 거래한 점' 등을 지적하며 '발주처의 비위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들이 A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위와 같이 업무처리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적절한 요청'이 A의 피해회사 내 비위행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됨은 분명하다.

마)

피해회사에 대한 용역대금 산정 및 청구 과정

(1)

피고인들은 H을 협력업체로 등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회사에 '2019. 10월 용역대금'을 청구하면서 H의 용역대금 60,980,000원을 '기타' 항목에 기재하여 2019. 11. 19. 위 돈을 지급 받았다. 피고인들은 그 사이 H에 어떠한 용역을 발주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그 내용과대금 산정근거를 확인지도 않은 채 단지 A이 요청한 금액을 청구서에 기재하였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청구된 금액이 F에 입금되기도 전인 2019.10. 31. F의 계좌에서 H의 계좌로 15,390,000원을 지급하도록 하였다(위와 같이 돈이 지급된 시점은 H이 설립된지 막 1달여가 된 시점이다). 피고인들은 이에 대하여 원심 법정에서, '피해회사(A) 측에서 급하게 작업이 들어갔다고 선지급 요청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할 뿐<12> 그러한 지급의 근거와 경위에 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H의 하도급대금을 실제 용역업무를 수행한 H의 요청이 아닌 피해회사의 요청에 따라 선지급하였다는 변명도 그 자체로 매우 부자연스럽다.

(2)

피고인 D은 1,000여 개의 피해회사 영업점의 청소용역을 관리하면서 7-8개의 하도급업체로부터 청구금액을 받아 F E은행 현장사업소 서무직원을 통하여 정리한 뒤 매달 F에서 수행한 청소용역대금을 기재한 청구서 초안을 A에게 보냈다. 이때 특히 비정기적으로 피해회사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바닥/대청소' 등 업무의 경우에는, 피고인 D이 현장 서무로부터 해당 업체들의 작업확인서를 받아 이를 취합하여 A에게 함께 보내 용역 제공여부를 확인받아 왔다. 이후 A이 이를 검토한 뒤 F의 위 서무직원이나 피고인 D에게 청구할 금액을 확인해주면, 피고인 D은 피고인 C 및 팀장의 결재를 받아 그 금액을 기준으로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피해회사에 대금청구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어 왔다.

(3)

피고인 D이 피해회사에 보내는 청구서 초안 액셀파일에는, 하도급업체별로 용역대금 산정에 관하여 해당 업체명, 청소일자, 청소면적, 표준비용 등이 표시되어 작성되는데,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외에 하도급업체의 용역대금이 '기타' 항목으로 청구된 일은 없었다. 그런데 H의 용역대금의 경우에는 27개월 동안 예외없이 업체명 등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채 '기타' 항목을 추가하여 A이 요청한 금액을 그대로 기재한 채로 작성되었고, 별도의 작업확인서나 용역대금 산정근거를 알 수 있는 증빙자료를 첨부한 바도 없다. 특히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FCU 청소는 영업점 에 고정 인원이 매달 투입되는 업무가 아니라 실비정산이 필요한 용역으로, 실제 작업내용과 실비를 매달 확인하는 절차가 용역대금의 적정한 산정에 필수적이다.

(4)

피고인들은, '피고인 D이 2019. 10.경 A에게 H의 청소용역에 관한 작업확인서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A이 작업확인서를 직접 받고있으니 확인해서 금액을 알려주면 그대로 청구하면 된다고 말해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바,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청구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통상 작업확인서는 용역업체로부터 제출 받아 F 현장 서무

나 용역대금 산정근거를 알 수 있는 증빙자료를 첨부한 바도 없다. 특히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FCU 청소는 영업점 에 고정 인원이 매달 투입되는 업무가 아니라 실비정산이 필요한 용역으로, 실제 작업내용과 실비를 매달 확인하는 절차가 용역대금의 적정한 산정에 필수적이다.

(4)

피고인들은, '피고인 D이 2019. 10.경 A에게 H의 청소용역에 관한 작업확인서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A이 작업확인서를 직접 받고있으니 확인해서 금액을 알려주면 그대로 청구하면 된다고 말해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바,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청구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통상 작업확인서는 용역업체로부터 제출 받아 F 현장 서무직원을 통해 피고인 D에게 송부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데, 용역수행의 근거자료 내지 작업완료에 관한 확인을 용역 수행업체인 H 또는 해당 용역이 진행된 피해회사 지점의 현장 직원에게 요청하지 않고 피해회사 총무부서에 근무하는 A에게 요구하였다는 것인바,그 자체로 H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하는 변소이다.

(5)

A이 요청한 용역대금 청구방식에 대하여, 피고인 D은, '처음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고 진술하면서도 'A의 요청이라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하였다', '피해회사에 공문으로 보내는 문서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부풀려 횡령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였다', '피해회사 담당자가 요구한 것이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등으로, 피고인 C은 'A이 직접 확인하겠다고 해서 거부하기 힘들었다', 'A의 말이 E은행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생각했고 계속 대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할 뿐인바, 하도급업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들이 단지 부주의로 이러한 상황을 간과하거나 용인하였을 뿐이라는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

(6)

A은 매달 피고인 D으로부터 받은 용역대금 청구서를 다시 수기로 수정하여 '기타' 항목의 돈을 다른 항목의 금액에 더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작한 뒤 피해회사의 결재를 받았다. 피고인들이 그러한 조작 과정에 직접 관여한 바 없고, 구체적인 조작 방법이나 실제보다 부풀려진 금액의 규모 등을 알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기타' 항목의 청구 방식이 A의 피해회사 내에서의 위법행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바)

H의 청소용역 수행상황에 대한 관리 내지 확인 과정

(1)

피고인들은, '피고인들이 하도급업체의 작업현장을 매번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아니고, 발주처 담당자인 A이 직접 작업완료 여부를 확인한다고 하였으므로 이 경우 용역대금 청구 시 작업확인서를 발주처에 보내는 것을 생략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관리하는 주체는 F이고,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회사에 청구한 H의 용역대금에 대하여는 해당 대금의 5%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F에 귀속되었는바, 피고인들의 하도급업체의 용역상황 관리에 관한 주의의무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은 용역이 진행되는 피해회사 지점 또는 H(B)을 통해 용역의 내용이나 수행 상황에 관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고<13>, 협력업체에 대한 그러한 확인절차가 이례적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하도급용역을 관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할 것을 요청한 A의 업무방식에 대하여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

피고인들은, 일반적인 청소나 대청소가 아닌 특수한 형태의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거나 확인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회사의 청소용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일반적인 청소나 대청소 외에 특수한 형태의 기술력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용역을 따로 발주 받은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C의 당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코로나 시기에 소독키트, 마스크, 소독제 등의 물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제작해서 지점에 뿌리거나 방역매트를 제공하는 등의 업무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또한 그러한 특수한 업무를 별도로 요청받는 경우에도 F가 직접 업체를 선정하여 관리감독 및 대금 산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들이 H을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는 FCU 청소 업체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직접 용역 이행상황을 관리하고 대금을 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바닥/대청소 등의 비정기적인 용역의 경우 피고인 D이 용역대금의 산정을 위하여 작업내용과 대금산정 근거를 확인하여 왔다는 것이고, 그러한 비정기적 청소를 수행하는 하도급업체는 5개에 불과하였으므로, 추가로 H의 용역내용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업무상 특별히 과도한 노력을 요하는 경우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이 사건 범행은 A이 2022. 1.경 휴직을 하면서 종료되었고, 그 무렵 H도 해산하고 청산하는 절차를 밟았다. 피고인들이 27개월 동안 실제 FCU 청소 용역이 수행되어 왔다고 믿었다면 피해회사가 F에 발주한 FCU 청소용역의 필요성은 A의 휴직또는 H의 해산과 무관하게 계속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14> 그런데 피고인들은 A이 휴직을 한 이후 피해회사의 후임자나 시설팀 등 담당자에게 H에 의뢰한 FCU 청소가 종료된 것인지 등을 확인하거나 후속 업무의 진행방법을 검토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H이 해당 업무를 실제 수행하여온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피고인들 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사)

H에 대한 용역대금 지급 과정

(1)

B은 원심법정에서, '세금계산서를 끊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피고인 C과처음 2-3차례 정도 연락을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어떻게 끊는지, 얼마를 끊어야 금액이 정확한지를 재차 확인을 했었다', '피고인 C이 용역을 제공한 부분에 대하여 입증자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고, 금액과 세금계산서 끊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들이 이후 하도급업무나 용역대금과 관련하여 B이 아닌 A과 소통하였던 정황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B이 H을 실제로 운영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H에 지급되는 하도금 용역대금이 A의 지배하에 있다는 사정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범행이 이루어진 약 27개월 동안 월별로 피해회사에 대한 대금지급청구와 H에 대한 대금정산이 이루어졌고, 첫 3개월 동안 매달 6천여 만원을 청구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8천여만 원에서 1억 1천여만 원의 돈(한달 평균 약 1억 원)이 H의 용역대금 몫으로 피해회사에 청구되었다. 매달 피해회사에 정상적으로 청구되는 F의 용역대금이 약 13억 원 내지 14억 원 가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으로 허위지급된 금액이 전체 용역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결코 작지 않다. 피고인들이 장기간 동안 그 금액의 지급근거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단순히 부주의 내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넘어 A이 위 금액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3)

피고인들은, F에서 내부적으로 H의 용역과 관련하여 정상적인 결재를 받고 수수료 5%를 정산한 뒤 H에 용역대금을 지급해주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불법성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H의 업무수행 내역을 한번도 확인한 바 없는 점, 용역대금의 구체적인 근거도 확인하지 않은 채 A이 알려주는 금액을 기타 항목으로 청구하여 피해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을 기초로 H의 용역대금을 결제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F의 정상적인 결재과정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H의 용역대금을 실제 업무수행의 결과라고 만연히 믿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들의 주도 하에 H이 F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상태에서 용역대금도 하도급업체에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한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범행을 가능하게 한 주된 요인이었던바, F 내부의 결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피고인들의 범의를 부인하는 사정이 될 수는 없다.

아)

피고인들이 부주의로 A으로부터 기망당하였을 가능성

(1)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일련의 업무처리 과정이 부적절하였음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단순히 부주의한 업무처리일 뿐 이 사건 범행을 방조하기 위한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F에서 피해회사 전국 지점의 청소용역과 관련한 하도급업체와의 계약체결, 용역관리, 용역대금의 결제 등을 주로 담당하는 자들로서, 앞서 상술한 바와 같이 해당 업무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만 기울였어도 A의 요구가 피해회사 내에서의 불법행위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었다고 보인다.

(2)

피고인들이 단순한 부주의로 A의 기망행위에 속아 'H이 FCU 청소 용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 받는 것'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려면, 적어도 A이1 협력업체 등록 및 용역업무의 발주 단계에서 H이 정상적인 FCU 청소와 관련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인 것처럼 보일만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였거나, 2 H이 피해회사의 영업점에서 실제 용역을 수행한 것처럼 보이는 최소한의 자료나 대금산정의 근거를 제시하였거나, 3 용역대금 청구서 초안에 다른 하도급대금과 달리 '기타' 항목으로 이를 청구하여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하였거나, 4 H에 대한 용역대금의 지급, 세금계산서 발급 단계에서 H 측의 해당업무가 담당직원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행세하는 등 H이 실제 하도급업무를 수행한 대가를 지급받는다고 믿게 하는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이 드러나야 마땅하다.

(3)

그러나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단지 A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거나 이를 의심할 수 없었다고 진술할 뿐, 자신들이 업무상 하여야 할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A의 요청대로 부적절한 방식의 업무를 장기간 수행한 것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피고인들은 A의 위법행위를 의심할만한 충분한 정황들이 있었음에도 그러한 가능성을 그대로 용인한 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조행위를 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자)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취한 바가 없고,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청구, F에서의 징계 위험을 감수하고 A, B의 이 사건 범행을 도울만한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2)

그런데 피고인들은 줄곧 '수주처의 직원인 피고인들이 발주처 책임자인 A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A이 하도급용역을 직접 관리한다고 하니 이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F는 하도급용역대금의 5%의 수수료를 취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로 F에 손해가 발생할 일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이러한 내심의 의사 역시 이 사건 범행의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용인하였던 소극적인 동기가 될 수 있다. 사기 방조죄가 반드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동기가 증명되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는 방조범이 '공동가공의 의사'나 정범의 행위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요구하는 공동정범과 구별되는 점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방조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방조행위가 피고인들에게 민형사상의 책임과 불이익만을 가져올 뿐 별다른 이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방조범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라.

소결론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방조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A, B 사이의 공모행위 및 공모시기, 방조의 동기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 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3.

피고인 A, B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A

1)

원심은, 1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범행의 동기와 수법, 경위 및 범행기간, 피해 회사의 피해액이 약 26억 원에 이르나 피해 회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편취금액의 대부분을 부동산 구입, 주식 투자,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극도로 불량한 점, 피고인은 총 5명의 근로자에게 1억 1,000만 원이 넘는 임금, 퇴직금 등을 미지급하였고,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피고인의 불리한 정상으로, 2 피고인이 초범이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부분 범행을 자수한 점과 그 자수 경위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동은 없고, 피고인은 여전히 그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과 관련한 피해자퇴직근로자 5인을 위하여 합계 30,058,331원을 형사 공탁하였는바, 일부 양형요소가 피고인에 다소 유리하게 변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이 2024. 1. 9.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각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의 대지급금을 수령함으로써 피해 일부가 회복된 점도 양형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인의 노력에 의한 피해회복으로 평가할 수 없어 유리한 양형요소가 될 수 없다). 비록 근로자들의 모든 피해가 회복된 것은 아니나, 다소나마 근로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유리하게 변동된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나.

피고인 B

1)

원심은, 1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고 그 과정에서 약 1억 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2 수사기관에서부터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과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2)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회사를 위하여 1억 원을 공탁하였다. 비록 피해회사의 전체 피해액에는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고, 여전히 피해회사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나, 피고인이 취득한 이득액의 대부분을 공탁함으로써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은 참작할 만하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당심에서 유리하게 변경된 양형조건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4.

결 론 피고인 A,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C, D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