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4. 22. 선고 2021노109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한 E, S, H은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이들에게 기간 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B, C호에 있는 D 대표로서 상시 4인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미용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8. 6. 20.부터 2016. 10. 31.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14,795,765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퇴직근로자 3명의 퇴직금 합계 30,358,183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헤어디자이너들이 근로자로 평가될 여지가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헤어디자이너 E, S, H이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E, S, H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사람들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가)

E, S, H은 구인공고를 보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D 고덕점(이하 ‘이 사건 미용실’이라 한다)에 지원하여 피고인의 면접절차를 거친 후 채용되었다. 이 사건 미용실에는 ‘스태프, 디자이너, 실장, 점장’ 순서로 직급체계가 있었고, 각 직급에 따라 연차일수나 수당에 차이가 있었다. 스태프로 입사한 경우 2년 정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본사의 시험을 거쳐 디자이너로 승급되고, 실장 및 점장은 원장인 피고인이 임명하였다. 이 사건 미용실에서 E는 퇴직 전까지 디자이너, 점장 등으로 근무하였고, S은 디자이너, 실장 등으로 근무하였으며, H은 스태프, 디자이너 등으로 근무하였다.

이와 같이 E, S, H은 모두 피고인이 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이 사건 미용실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피고인이 정한 직급체계의 적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나)

이 사건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은 피고인과 협의하여 특정 요일을 휴무일로 정하였고, 근무일에는 주간근무 시 10:00에 출근하여 20:00에 퇴근하였으며, 야간근무 시 11:00 출근하여 21:00에 퇴근하였다. 헤어디자이너들의 근무 장소는 이 사건 미용실로 한정되었다.

헤어디자이너들은 한 달을 만근하면 월차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각, 무단결근, 조퇴를 하는 경우에는 월차가 차감되고 고객 배정 순번에서 밀리는 등 불이익을 받았으며, 월차를 언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했다. 한편, 피고인은 매주 토요일 오전 직원 조회를 열고, 그 달의 할인행사나 주의사항 등을 공지하였으며, 헤어디자이너들이 위 조회에 불참하는 경우에는 지각으로 처리되어 월차가 차감되고 고객 배정 순번에서 밀리는 불이익을 받았다.

이와 같이 E, S, H을 비롯한 헤어디자이너들은 피고인이 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되었고, 피고인은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헤어디자이너들에 대하여 근태관리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

헤어디자이너들은 가위, 드라이기 등은 개인 소유의 물건을 사용하였지만, 시술제품이나 미용기계는 이 사건 미용실에 구비되어 있는 것을 사용하였고, 이들이 개인적으로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게 할 수는 없었다. 또한 담당 디자이너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고 방문하는 고객에 대한 디자이너 배정은 피고인이 정한 순번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사건 미용실의 시술금액은 이미 정해져 있는 요금이 적용되었고, 할인 여부 및 할인율 등은 모두 원장인 피고인이 전적으로 정하였으며, 헤어디 자이너들이 피고인의 승인 없이 임의로 시술금액을 조정할 수는 없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들로부터 W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아 소속 디자이너들의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뒤 직접 관리하면서 이 사건 미용실의 홍보를 위해 활용하였고, 고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고객 관리 프로그램은 따로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관리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미용실 소속 헤어디자이너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헤어디자이너들에 대한 보수는 ‘고정급 또는 매출액에 따른 인센티브 중 높은 금액’을 지급하고, 실장 및 점장의 경우 월 10만 원의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E, S, H도 입사 직후 몇 개월 동안은 월 150만 원 ~ 월 180 만 원 정도의 고정급을 지급받다가, 그 후부터는 매출액에 따른 인센티브를 매월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고정급에 대하여 ‘헤어디자이너의 매출이 많지 않은 입사 초기 지원정착금의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헤어디자이너들이 자신을 지정하여 방문한 고객이 적거나 없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책정된 보수체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들이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비율제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 매출에 따라 매월 실질적인 보수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미용실 소속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여 고객을 유치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상 이러한 형태의 보수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

E, S, H은 모두 이 사건 미용실에서 2년 이상 근무하였고, 이들의 근무시간 및 근무형태에 비추어 볼 때 위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다른 사업장과의 겸직은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바)

그 밖에 피고인이 E, S, H과 근로계약서가 아닌 자유직업소득자계약서 및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점, 이들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점, 위 헤어디자이너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의 사정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적인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여 위 디자이너들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은 피고인으로서는 E, S, H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E, S, H은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인 점, 피고인은 처음부터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위 헤어디자이너들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자유직업소득자계약서 및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명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계약서의 형식과 문언을 내세워 헤어디자이너들의 퇴직금 지급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이들에게 절대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 등과 이에 더하여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사유를 내세워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를 두고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무죄라고 한다면, 그것은 강행규정으로 보장하는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 되어 부당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하여 퇴직급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목적에 반한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E, S, H에게 일방적으로 퇴직금 전액의 지급을거부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E, S, H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들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