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I, J, K(이하 'I 등'이라고 한다)에 대한 퇴직금과 연차유급휴가수당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다.
I 등은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피고인의 강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작성하였고, 위 신청서를 작성해 주지 않으면 학원을 그만두어야 하였다고 진술한다.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에 따라, 대법원 판례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에는 1년 단위의 대강의 정산 기간만 기재되어 있고,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액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I 등은 피고인이 제출한 '봉급지급명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해당 문서에 도장을 날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며, 다른 강사들도 I 등과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I 등이 퇴직시에 지급받은 500만 원은 단순한 전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고, 이는 피고인이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 액수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의 아버지인 D은 2000. 이전부터 서울 성북구 E에서 F이라는 이름으로 입시학원을 운영하였는데, 2005. 10.경 사망하였다. 피고인은 D을 이어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2009. 1. 30. 서울 성북구 G에서 주식회사 H라는 이름으로 학원을 법인으로 만들었고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을 고용하여 입시 강의 등의 서비스업을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① 2000. 11. 15.부터 2011. 7. 17.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I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 3,781,818원, 퇴직금 29,133,250원, ② 2000. 2. 7.부터 2011. 7. 17.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J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 3,761,914원, 퇴직금 30,402,695원, ③ 2001. 9. 30.부터 2011. 7. 17.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K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 3,823,923원, 퇴직금 27,694,978원 등 합계 98,598,578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판단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의 판단
원심은, I 등이 공소사실에 적힌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대해서 1년 단위로 퇴직금 중간 정산 신청서를 작성하였고, 월급을 받으면서 퇴직금을 분할하여 함께 받아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I 등이 실제로 위 사업장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게 되었을 때 진정인들은 피고인으로부터 500만 원씩을 퇴직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지급받았고, J은 '상기 본인은 2000. 2. 7.부터 2013. 5. 25.까지에 해당하는 모든 임금 및 해당 수당을 전부 수령하였으며, 퇴직 위로금 5,000,000원(금 오백만원)을 수령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금품 수령 확인서를 작성하였던 점, 위와 같이 퇴직금이 분할되어 지급되고 퇴직 위로금이 지급된 사실과 그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들에서 알 수 있는 지급 목적과 경위 및 이 사건 학원의 규모와 진정인들이 근무한 총 기간, 진정인들이 위임계약서를 작성한 이후에도 2~3년 더 이 사건 학원에서 강의를 하다가 그만두었던 점 등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면, 사용자로서 민사적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이 진정인들의 퇴직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구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판결 참조).
또한,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과 I 등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이 존재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I 등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2011. 7.경 I 등에게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입사 첫해부터 퇴직시까지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작성하였고, 이에 기초한 유효한 중간정산 약정에 따라 I 등에게 매월 월급에 포함하여 퇴직급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지만, ㉠ 피고인이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근거로 제출한 각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에는 작성 일자, 퇴직금의 액수, 중간정산내역 등이 아예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의 서명날인도 되어 있지 않으며, 정산대상 기간도 1년 단위로 기계적, 반복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공판기록 74~99쪽), ㉡ I은 2009.경에 Z이라는 강사가 퇴직금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분쟁이 있었고, 위 중간정산 신청서는 피고인의 요구로 그 무렵에 일괄하여 소급하여 작성되었다고 진술하였는데(공판기록 166쪽), 위 중간정산 신청서의 형식이 일률적이고, 서명날인에 사용된 필기구가 작성자별로 모두 같은 것으로 보여(2000년부터 2009년까지 작성된 9장의 서류 모두 필기구가 바뀌지 않았다) I의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 ㉢ I 등이 서명하였던 각 사실 확인 진술서(공판기록 100~105쪽)에는, 상호 합의에 따라 매년 발생하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이를 12개월로 분할하여 매월 월급과 함께 지급받았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J은 당시 피고인이 Z 강사와 퇴직금 소송을 진행중이었는데, 이 서류에 서명을 해주지 않으면, 학원을 그만두어야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했다고 진술하였던 점(공판기록 294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신빙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또한 2009년 3월 ~ 5월분 봉급 지급 명세서에 보면, 퇴직금 액수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고, I 등이 위 서류에 직접 도장을 날인하였으므로, 유효한 퇴직금분할 정산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로 합의하였던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당시 피고인의 밑에서 지휘, 감독을 받고 있던 I 등이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피고인이 지정하는 급여 지급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 사건에서,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 I과 J은 자신이 위 서류에 도장을 찍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160, 293쪽), 피고인이 I 등의 도장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이를 이용하여 임의로 위 서류의 외관만을 형성하였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2009년경까지 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던 Z과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민사, 형사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던바(피고인이 2010년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것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인 2011년경까지도 강사들의 근무 형태는 특별히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I 등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다고 믿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가.의 1)항에 기재한 바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하여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2011. 7.경 I 등에 대하여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을 인식하고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I은 14년 동안 이 사건 학원에 재직하면서, 피고인에게 연차 휴가를 사용하겠다거나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고, 2015. 2.경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비로소 피고인에게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160, 161쪽). K와 J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공판기록 285, 292쪽).
또한 J은 2013. 5.경 최종적으로 이 사건 학원 근무를 종료하면서 '근무 기간(2000. 2.경부터 2013. 5.경까지)에 해당하는 모든 임금 및 해당 수당을 전부 수령하였으며, 퇴직 위로금 500만 원도 수령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금품 수령 확인서에 서명날인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500만 원을 실제로 지급받았으며(공판기록 109, 110쪽), I과 K도 각 근무 종료 시점에 J과 같이 500만 원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보이는바(공판기록 111, 112쪽), 위 서면의 문언과 각 퇴직 위로금 500만 원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초과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I 등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과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