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면소 부분 및 근로자 F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사기의 점에 대한 각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검사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심리미진, 법리오해
근로자 B에 대한 일부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원심 판시 『2019고단4992』사건의 면소 부분)
확정된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649 판결의 범죄사실이 이 사건과 동일한 사업장인 피고인 운영의 E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 사이에는 범의의 단일성이 없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및 포괄일죄의 범의의 단일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원심 판시 무죄 부분 중 『2020고단67』사건 부분)
피고인은 근로자 F과 개인적인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근로자 F이 제기한 민사소송절차에서 반소를 제기함으로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는 외관을 만들어 낸 것일 뿐 근로자 F에게 임금, 휴업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사기의 점(원심 판시 무죄 부분 중 『2020고단4690』사건 부분)
피해자 G는 피고인으로부터 ‘승소를 확신하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받을 금원이나 E 건물 매각대금으로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최우선적으로 변제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고 이에 대한 공증까지 마친 다음 가압류를 해제하였으므로 위 피해자는 각서의 내용을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위 소송에서 아무런 돈도 받을 것이 없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여 그 내용이 확정되었음에도 위 피해자에게 소송절차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것처럼 거짓말을 한 점, E 건물 및 대지를 매도하여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받았음에도 위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고 금원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원심 판시 무죄 부분 중 『2020고단5280』사건 부분)
피고인은 E 건물을 매도할 당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기 어려운 사정임을 예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명의로 E를 운영할 경우 부동산 매매대금, E의 매출, E의 설비 등에 체납처분 절차가 진행될 것을 예상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아들인 I과 상의하여 주식회사 E를 설립한 다음 임대차보증금 4억 원을 증여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체납처분 면탈의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형의 면제)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근로자 B에 대한 일부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의 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 기일까지 임금 등을 지급받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근로자가 수인일 경우 근로자들의 퇴직일자가 모두 다른 등 그 범의가 단일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지급을 받을 수 없었던 근로자 각자마다에 대하여 같은 법조 위반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도1724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근로자 B에 대한 2017. 12. 10.부터 2018. 1. 31.까지와 2018. 8. 20.부터 2018. 9. 2.까지의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 부분은 피고인에 대하여 2020. 5. 7.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649호)이 확정된 다른 근로자 관련 범죄사실(2017. 12. 10.부터 2018. 1. 31.까지와 2018. 4. 10.부터 2018. 6. 21.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 체불의 점)과 그 범의가 단일하여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9. 12. 13.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2017. 12. 10.부터 2018. 1. 31.까지 E에 근무하다 퇴직한 S을 비롯한 근로자 8명의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4월을 선고받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649), 이에 상고하였으나 상고심 법원은 2020. 4. 24.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대법원 2020도378) 2020. 5. 7.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근로자 B는 2016. 9. 26.부터 2019. 2. 8.까지 근무한 반면 위 확정판결의 근로자들은 다음 표의 기재와 같은 기간 근무한 사실, 근로자 B는 퇴사를 희망하였으나 피고인이 E 건물을 매각하면 밀린 급여를 청산하고 계속 운영하겠다고 설득함에 따라 2018. 12. 15.부터 2019. 2. 8.까지 거의 출근하지 않고 휴업 상태로 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 B와 위 확정판결의 근로자들의 퇴직일자는 모두 다르고, 퇴직사유도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649 판결의 근로자들의 근무 기간]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 B와 위 확정판결 근로자들의 근무기간, 퇴직한 일시와 퇴직사유 등이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임금 미지급 등의 범의가 포괄하여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근로자 각자마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범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과 위 확정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범죄사실은 서로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근로자 B에 대한 2017. 12. 10.부터 2018. 1. 31.까지와 2018. 8. 20.부터 2018. 9. 2.까지의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이 위 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근로자 F은 2016. 9. 26.부터 2019. 2. 8.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E에서 제빵사로 근무하였고, 피고인은 2019. 2. 12. 근로자 F에게 미지급 급여로 2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근로자 F은 피고인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 47,722,824원(= 미지급 임금액 67,722,824원 – 2019. 2. 12. 지급받은 20,000,000원)과 퇴직금 16,758,785원 합계 64,481,609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절차에서 피고인은 근로자 F에게 금원을 대여하였고 착오로 2016. 10.분 임금 중 4,670,425원, 2016. 12.분 임금 중 4,500,000원을 중복으로 지급하였으며 2018. 1.분 임금 중 100,000원을 초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 F을 상대로 대여금 26,740,295원과 중복 또는 초과 지급한 임금인 부당이득금 9,270,425원 합계 36,010,72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의 근로자 F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12,806,296원으로, 퇴직금을 15,947,449원으로 각 인정하면서 근로자 F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피고인이 근로자 F에게 지급한 금원이 대여금이라거나 착오로 임금을 중복 또는 초과 지급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121035(본소), 2020가단5148203(반소)].
근로자 F과 피고인이 제1심 판결에 각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근로자 F은 항소심 절차에서 미지급 임금 69,437,939원, 퇴직금 15,947,449원의 지급을 구하면서 청구취지를 확장(미지급 임금)하거나 감축(퇴직금)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근로자 F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7,190,178원으로, 퇴직금을 15,947,449원으로 각 인정하면서 피고인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다. 반면에, 피고인의 반소청구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근로자 F에게 돈을 대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인은 2016. 11. 4. 근로자 F에게 4,670,425원을 지급하였으나, 근로자 F이 같은 날 피고인에게 위 4,670,425원을 지급하여 이를 반환한 사실, 피고인은 근로자 F에게 2016. 12.분 급여 5,720,036원을 여러 차례 나누어 2017. 1. 17. 1,500,000원, 2017. 1. 20. 4,220,036원을 지급함으로써 모두 지급하였는데, 근로자 F이 위 돈을 지급받은 후 2017. 1. 20. 피고인에게 다시 4,500,000원을 송금해주었고, 피고인이 근로자 F에게 2017. 1. 25. 2,400,000원, 2017. 1. 26. 2,100,000원 합계 4,50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4,500,000원을 반환한 사실, 피고인은 근로자 F에게 2017. 7.분부터 2017. 12.분까지 급여로 월 5,713,277원씩을 지급하고, 2018. 1.분 급여로 월 5,707,287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중복 지급된 각 금원은 근로자 F이 피고인에게 이를 모두 반환하였고 피고인이 2018. 1.분 급여 중 100,000원을 초과 지급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반소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84746(본소), 2021나84753(반소)].
이에 대하여 근로자 F과 피고인이 모두 상고하였으나, 상고심 법원이 2023. 6. 15.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다222024(본소), 2023다222031(반소), 이하 제1심부터 제3심까지 통칭하여 ‘관련 민사사건’이라 한다).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121035(본소) 임금, 2020가단5148203(반소) 부당이득금 사건에서 2021. 1. 19. “피고(반소원고) A은 원고(반소피고) F에게 28,753,745원에 대하여 2019. 2. 9.부터 2021. 11. 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원고(반소피고) F의 나머지 본소청구 및 피고(반소원고) A의 원고(반소피고) F에 대한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쌍방이 항소하여 위 법원 2021나84746호로 계속 중인 사실, 위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인의 반소 중 일부 청구에서 “피고 A은 원고 F에게 2017. 2. 3.부터 2018. 7. 18.까지 합계 48,910,720원을 대여해 주었다. 한편 피고 A은 원고 F으로부터 합계 22,170,425원을 차용하였으므로, 원고 F은 피고 A에게 위 대여금 48,910,720원에서 차용금 22,170,425원을 공제한 나머지 대여금 26,740,29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였고, 위 1심 법원은 피고인이 F에게 48,910,720원을 송금하였으나, 대여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사실, F은 이 법정에서 E의 기술상무로서 피고인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위하여 2,000만 원 정도를 대여하였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있고, 나머지 돈은 임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F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에 비추어 볼 때 사후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인의 민사상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을 모두 무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근로자 F의 임금 등 합계 76,754,283원을 미지급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근로자 F은 관련 민사사건 제1심에서 임금 47,722,824원이 미지급되었다고 주장하였다가 이와 달리 항소심에서 임금 69,437,939원이 미지급되었다고 주장한 사실, 제1심 법원은 미지급 임금을 12,806,296원으로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미지급 임금을 7,190,178원으로 인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근로자 F이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액이 불분명한데다가 관련 민사사건에서 확정된 실제 미지급 임금액은 그 주장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액수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근로자 F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을 제외하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대출금이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지 못한다(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에다가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에게는 근로자 F에 대한 대여금채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위 채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는 성질의 채권에 불과한 점, 피고인에게는 중복 또는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이 없었으므로 근로자 F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채권이 없었고, 관련 민사사건의 진행 경과나 경위를 볼 때 피고인이 중복 또는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이 있다고 오인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데,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관점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9497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첫 번째 가압류 해제는 피고인이 대출이율이 낮은 은행에서의 대출을 위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 이루어진 점, 두 번째 가압류 해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제과점 건물의 매각이나 소송에서 받을 돈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로’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준 사실, 피고인은 2019. 2. 11. H에게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을 154억 원에 매도한 사실, 피고인은 채무를 제외하고 실제로 계약금 1억 5,000만 원 및 잔금 296,082,201원만 H로부터 지급받고, 대금 중 3억 원은 피고인이 다시 위 건물에 임차하는 보증금 3억 원에서 상계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인이 2019. 3. 14.자로 E를 폐업한 사실, 피고인은 형제와의 재산분할 소송으로 1심에서 7억 원, 2심에서 4억 원의 승소판결을 받아 상고하였으나, 2018. 8. 30.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는데, 피고인 모친의 전남편의 아들들이 친자확인 소송을 받아 소송참가를 하는 등의 이유로 2018. 11.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인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가압류를 피고인의 요청으로 두 번 해제한 것이 피고인에게 공사대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에게는 공사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자력이 당시에는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가압류를 해제할 당시 AA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거나 E 건물과 대지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가압류 청구금액 상당액을 변제할 금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기대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위 금원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이러한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의 기망행위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가압류를 해제하여 주면 E 건물이 팔리거나 재판에서 승소하면 받을 돈으로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2018. 11. 7. 작성하여 건네준 아래 각서의 주요 내용도 이에 부합한다.
피고인의 자금 상황
피고인은 E 근로자 56인에 대한 2017. 12.경부터 2018. 12.경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2018. 4. 30.부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순차적으로 기소되었고, 그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액은 118,596,615원에 달하였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단1619, 5315(병합), 5533(병합), 2019고단340(병합)].
피해자 G가 가압류를 해제한 2018. 11. 14. 피고인 명의 계좌에는 잔액이 전혀 없거나(AC조합 (계좌번호 1 생략), AC조합 (계좌번호 2 생략)) 100,000원만 있을 뿐이었고(AC조합 (계좌번호 3 생략)), 그 전후로도 피해자의 채권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금원만이 입출금을 반복하였을 뿐이다.
피고인 소유의 E 건물과 대지에는 이 사건 무렵 다수의 근저당권, 가압류 등이 설정되어 있었고, 수차례 임의경매나 강제경매의 개시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자금난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AA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진행 경과 및 결과
피고인은 형 AA를 상대로 E 빌딩 임차인들로부터 수령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444,764,753원과 상속채무 구상금 346,104,039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AA는 위 절차에서 피고인을 상대로 E 빌딩 점유로 인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등 합계 373,607,967원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2014. 7. 24. AA가 피고인에게 E 빌딩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426,492,023원을 비롯한 722,788,077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AA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10838(본소), 2013가합82857(반소)].
이에 대하여 AA가 항소하고 피고인이 부대항소하였으며 양자는 모두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2015. 4. 16. AA가 피고인에게 구상금 411,986,58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부당이득금에 관하여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차임 등 과실을 취득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이 AA에게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230,078,92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제1심 판결을 변경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나47773(본소), 2014나47780(반소)].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2018. 8. 30. 상속재산 과실은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구체적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취득한다고 판시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판단한 원심판결의 본소 중 E 빌딩 차임 반환청구 부분과 반소 부분에 관한 피고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15다27132(본소), 2015다27149(반소)].
환송 후 항소심 법원은 2018. 11. 26. 피고인은 이미 구체적 상속분을 초과하여 차임 또는 그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취득하였고, AA는 구체적 상속분이 전혀 인정되지 않아 과실 중 취득할 몫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은 본소청구 중 E 빌딩 차임 반환청구 부분을, AA는 반소청구 중 E 빌딩 차임 반환청구 부분을 각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18. 12. 15.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8나10205(본소), 2018나10212(반소)].
이와 같은 소송 진행 경과 및 결과, 특히 대법원 판결의 환송 취지와 이를 반영한 환송 후 항소심 법원의 화해권고결정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8. 8. 30. 무렵에는 E 빌딩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과 점유로 인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은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취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어 위 소송에서 추가로 받을 금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이고, 적어도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제1심 판결과 같은 내용이거나 그보다 유리한 내용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던 것으로 판단된다.
E 건물 및 토지 매도 대금 사용처
피고인은 2019. 2. 11. H에게 E 건물 및 토지를 154억 원에 매도하였는데, 피해자에게 최우선적으로 가압류청구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각서의 내용과는 달리 피해자에게 위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매도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위 매도대금 전부를 기존 채무 등의 상환에 사용하였다.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하였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납세의무자가 국세징수법 등에 의한 체납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체납처분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체납처분 집행에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한다(강제집행면탈죄에 관한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3999 판결 등 참조). 한편 여기서 ‘재산을 은닉하다’는 것은 체납처분을 실시하려는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의 재산을 발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납세의무자가 진의에 의하여 그 재산을 양도하였다면 그와 같은 처분행위로 인하여 조세징수권자인 국가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체납처분면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강제집행면탈죄에 관한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도1447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제과점 건물 대금 154억 원에서 3억 원을 위 건물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으로 상계한 일은 매수인 H가 매매대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수인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점, 피고인은 제과점 매각 후 오랜 기간의 소송과 파킨슨 병으로 가게를 아들인 I에게 양도한 점, 피고인이 납부하여야 할 양도소득세는 154억 원에서 3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매각대금 대부분을 제과점 수리비용이나 채무변제에 사용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위 3억 원의 상계가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심 판시 『2019고단4992』사건의 공소기각 부분에 대한 항소에 관한 판단
검사가 항소장에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다고 기재한 이상,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근로자 C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도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및 항소이유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고,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당심에서 근로자 C의 성명이 수기로 기재되고 도장이 날인된 ‘2021. 1. 2.자 처벌불원서(합의서) 및 확인증’과 근로자 C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증 사본이 제출된 이상 근로자 C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제기 후 원심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할 만한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항소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면소 부분 및 무죄 부분 가운데 근로자 F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과 사기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그런데 이 부분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일죄이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과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한 각 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 무죄 부분 가운데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