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C건물 905호에 있는 주식회사 D 대표이사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섬유무역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00. 1. 3.부터 2013. 3. 31.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잔액 3,750,59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 한다)의 근로자들에 대한 전체 연봉금액을 정한 다음 역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산정한 것이 아니라,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산정한 퇴직금을 급여액에 합산하여 산정하였고, 비록 무효이나 매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분할하여 지급하였는바, 피고인은 E에 대하여 기지급 퇴직금 명목 금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이 있고 이로써 E의 피고인에 대한 퇴직금채권 1/2를 상계할 수 있으므로, 지급하지 않은 퇴직금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퇴직금 분할지급약정이 무효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매월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E으로부터 퇴직금 지급요구를 받고 알아본 바 위 약정이 무효이며 대신 기지급 퇴직금 명목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세무사를 통해 산정한 E의 퇴직금 중 1/2을 초과하는 부분을 상계하고 나머지 8,998,820원을 송금하여 지급하였으므로, 퇴직금 미지급의 범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판단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1도6272 판결 등 참조).
증인 E의 당심 법정진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E은 2000. 1.경부터 2013. 3. 31.까지 D에서 근무하면서 경리업무, 세무·회계 관련 업무, 자금계획, 임금대장 정리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2005년부터 D 전 직원에 대하여 연봉제가 실시되었고,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퇴직금이 1년마다 계산되어 매월 분할지급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E도 2004. 12. 31.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지급받았다.
E은 경리, 회계, 임금대장 관련 업무 등의 담당자로서 1년마다 D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정산을 맡아 처리하였으므로 위와 같이 연봉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연봉의 산정을 맡아 하였다.
이에 따라 E은 직원들의 2004년도 급여(월 임금 합계 및 상여금 200%)를 계산하고, 여기에 1달치 평균 임금(퇴직금)을 계산하여 합한 금액을 2005년 연봉액으로 산정하였다.
D은 위와 같이 산정된 연봉액을 14회로 나누어 월 급여로 12회, 추석 및 구정에 명절 상여로 각 1회씩 지급하였는바, 이에 따라 1달치 평균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은 14분되어 월급여 및 각 상여금과 함께 직원들에게 지급되었다.
E은 퇴사할 때까지 매월 직원별로 월급여명세서를 작성하여 전 직원에게 교부하였는데, 위와 같이 연봉제를 시행하면서 퇴직금을 14회로 나누어 월급, 상여금과 함께 지급하게 되면서 2005년 각 월급여명세서의 지급내역 란에는 '퇴직금 월급여포함분'이라는 항목이 포함되게 되었다(이에 반해 2004년의 월급명세서에는 이러한 항목이 없었다).
이후 월급여명세서의 위 '퇴직금 월급여포함분' 항목은 '직책수당', '중식대' 항목의 금액에 포함되거나 '선급금' 등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기도 하였으나, 그 성격은 동일하였으며, 그 금액이 실제로 E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지급되었다.
2012. 8.경 D이 퇴직연금에 가입하자, 2012. 8.경부터는 분할지급되던 퇴직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퇴직연금에 납입하였으며, 이에 따라 2012년 8월 급여명세서(증 제4호증) 하단에 '8월분 급료분부터 퇴직연금을 공제합니다'라는 안내가 기재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E이 2013. 3. 31. 퇴직한 후 E으로부터 퇴직금을 분할하여 월 급여 등과 함께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이니 퇴직금을 다시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고, 2013. 4. 13. 8,998,82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E은 2013. 5. 6. 서울서부지방고용노동지청에 피고인이 퇴직금 및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과 E은 2013. 6. 7.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그 때 계약에 따라 퇴직금을 월 급여에 포함하여 E에게 지급하였고, 이러한 지급이 법적으로 퇴직금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체적으로 퇴직금을 계산하여 퇴직연금 1,740,540원, 퇴직금 명목 8,998,820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2013. 6. 27. E과 함께 다시 진술조사를 받은 후, 같은 날 앞서 1회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 및 퇴직금을 계산하여 퇴직연금 1,740,540원, 퇴직금 명목 8,998,82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E에게 매년 분할지급한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아야 하는바, 만일 체불된 E에 대한 임금이 있다면 상계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답변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제출하기도 하는 등, 위 조사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나름대로 퇴직금을 계산하여 50%를 상계한 후 나머지 8,998,82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한편, 종래 위 진정 사건 진행 중, 당초에는 D의 이사로 등기된 H, 감사로 등기된 G이 임원임을 전제로 하여 사건이 진행되었다가(증거기록 152쪽, 이에 따라 E의 퇴직급여가 10,401,030원으로 계산되었다), G이 실제로는 임원이 아닌 직원에 해당한다고 보게 됨에 따라 근로자가 5인 미만에 해당하는 기간(퇴직금이 50% 발생)이 단축되어 E의 퇴직급여가 14,489,950원으로 계산되게 되는 등, E의 구체적인 퇴직금액을 쉽게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매월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분할하여 실제로 지급하여 왔는데, E이 퇴직한 후 위와 같은 분할지급약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다시 지급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위와 같이 E의 정당한 퇴직금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E의 퇴직금을 계산한 다음 그 중 1/2은 이미 실제로 분할하여 지급하였던 퇴직금 명목 금원의 부당이득 반환채권으로 상계할 의사로, E이 퇴사한 지 14일 이내인 2013. 4. 13. 8,998,82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에게 E에 대한 정당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지 않고, E에 대하여 위와 같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8,998,820원 및 E이 반환받은 퇴직연금을 공제한 퇴직금 잔액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그 퇴직금 잔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은바, 이에 대하여는 제3항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오성우(재판장) 이건희 최미영
각주1) 한편,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하여 공소제기하였고 원심은 그대로 위법조를 적용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이 사건은 퇴직금의 미지급에 관한 것으로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제1호, 제9조의에 의하여야 한다. 다만 뒤에서 보는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퇴직금 기일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가 없다고보는 이상 이 점에 대하여는 별도로 직권판단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