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동작구 B에 있는 C 학원 대표로 상시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입시학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인바, 위 사업장에서 2011. 2. 15.부터 2014. 11. 11.까지 근로를 제공한 D의 연차수당 3,327,780원, 2013. 1. 14.부터 2014. 11. 11.까지 근로를 제공한 E의 연차수당 1,182,687원을 특별한 사유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고, 위 사업장에서 위와 같이 근로를 제공한 D의 퇴직금 26,235,420원, E의 퇴직금 12,967,439원을 특별한 사유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D, E은 공소사실 기재 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에 용역을 제공한 사람들일 뿐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다툼이 있어 피고인에게 금품 미청산 및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먼저, D 및 E이 이 사건 학원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증인 D, E, F, G, H, I가 각 이 법정에서 한 진술,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I의 진술기재,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D·E, I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J, K, L, M 작성의 각 진술서의 기재, 피고인작성의 답변서의 기재, N, G, O 작성의 각 이메일의 기재, 각 강의 용역 계약서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D, E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학원의 재수생 종합반 강사로서, D은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절차를 거쳐 채용되어 2011. 2. 15.부터 2014. 11. 11.까지, E은 이 사건 학원 강사의 소개로 채용되어 2013. 1. 14.부터 2014. 11. 11.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해 왔고, 2013, 2014년도에는(D의 경우 2011년도에도) 학급 담임을 맡아 왔다.
D, E은 매년 1월 중순경부터(D의 경우 2011년에는 2. 15.경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있는 11월까지 하루에 4-5 교시, 1개월에 90-100시간의 강의를 하고 시간당 50,400원 내지 53,000원으로 계산된 월 500만 원 정도의 강사료를 받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다음해 2월의 개강 전까지는 일주일에 2, 3일 출근하여 재수생 입학 상담 등을 하였고, 1월 중순에 개강하는 선행반의 강의를 일주일에 2 내지 4시간 진행하기도 하였다.
D, E은 자신의 강의 유무 내지 강의 시간과 상관없이 매일 아침 이 사건 학원에 출근하여 07:50경 자신이 맡은 학급에서 조회를 주재하였고, 오전·오후 수업 및 저녁식사가 끝난 후 17:50경에는 종례를 주재하였으며, 수강생의 출결상황 확인, 수강생 외출·조퇴 관리, 수강생 퇴원 사유 상담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매주 월·금요일 14:10경 주간 (담임)회의에 참석하였는(안건이 없을 때에는 생략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담임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월 100만 원의 담임 수당을 지급받았다. D, E은 이와 같이 담임 업무를 맡고 있었으므로 저녁 종례시간 이전에는 주로 학원 내에 상주하였고, 공강 시간에 자리를 비운 경우도 다수 있었으나 학급 담임을 맡고 있는 강사(이하 '담임강사'라 한다)가 공강 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웠다(D 또는 E이 공강 시간에 다른 학원에서 강의를 한 것이 알려진 바가 없다). 토요일에는 13:00경까지 근무하였다.
그밖에도 D, E은 이 사건 학원 측의 요청에 따라 매주 2회 이상 18:00부터 21:00까지(2013년도부터는 19:00부터 22:00까지) 수강생들의 질문에 수시로 답변을 해 주는 '질문 당직' 업무를 수행하였고, 모의고사 시험 감독 업무도 하였다(질문 당직에 대하여는 회당 75,000원, 모의고사 감독에 대하여는 회당 20만 원의 수당이 별도로 지급되었다).
이 사건 학원에서 강의할 교재는 P에서 발간한 여러 교재 가운데 해당 학과 강사들이 협의하여 결정한 교재로 통일하였고, 부교재는 주로 해당 학과 강사들이 공동 편집하여 이 사건 학원 로고 등을 표시하고 ISBN 번호를 부여받아 발간하였다(그 수익은 학원과 강사들이 2:8의 비율로 분배한 것으로 보인다). 강사들이 개별 자료 등을 사용하는 경우 복사·제본비 등 실비만을 받고 제공하였다.
D, E이 이 사건 학원에서 강의를 함에 있어 학원 측은 D, E과 '강의 용역 계약서' 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사람들로 하여금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으며, 사회보험제도의 적용은 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위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1년이 된 경우 계약기간 중 전체 용역시간을 12로 나눈 수에 시간당 책정금액을 곱하여 퇴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임강사들에 관하여 취업규칙이 작성된 것은 없다.
강의는 이 사건 학원 내에서 진행하였고, 강의 시간은 학원 측과 강사들이 사전에 협의하여 시간표를 확정하였으며,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강사가 학생들과 협의 후 학원 측에 요청하여 공지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였으나, 휴강이나 결강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다. 강의 시간을 변경하는 경우 교무과장이 신청을 받은 후 교무총괄이사의 결재를 받아 공지하였다. 강의 진도는 필요에 따라 학원 측에서 확인을 하였다. 위에서 본 출근시간과 강의시간 및 강의장소 지정, 다른 사업장에 대한 노무 제공 가능성, 강의 외 부수 업무 수행 등의 사정에다가, 시간당 일정액에 정해진 강의시간수를 곱한 금액과 각종 부가 수당을 보수로 지급받았을 뿐 수강생 수의 증감과 이에 따른 학원의 수입 증감이 폐반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수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사정(특히 이 사건 학원 측에서는 매월 적정한 수준의 강사료를 맞추어 주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도 강의를 개설해 주거나 각종 수당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D 및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학원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비록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학원 측과 D, E 사이에 매년 '강의 용역계약서'라는 표제의 계약서가 작성된 점, 문서로 작성된 취업규칙이 없었던 점, 담임수당 외에 보수에 고정급이 없었던 점,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였으며 이른바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인과 학원 측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여 D, E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피고인은 위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나, 위 사람들이 지급받은 보수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이 판단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계약서에 '협의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학원 측의 해석에 따른다'는 규정이 삽입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미지급한 데에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법리는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1997년경 조세포탈을 포함한 학원 비리로 대형 입시학원장 7명, 보습학원장 4명 등이 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학원가에서 세무신고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강사들이 자신들의 근로소득세액이 대폭 증가할 것을 우려하여 자신들을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하고 학원과 사이의 계약을 용역계약 형태로 바꾸어 사업소득세(세율 3.3%)를 납부하는 방식이 보편화 되었던 점, 피고인은위 구속된 입시학원장 중 1인으로서 역시 위 사건 이후에는 강사들과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게 하는 방식으로 계약 형태를 변경한 점, 이에 따라 피고인이 'R학원'을 운영하던 중 이 사건과 비슷한 혐의로 2003년에 입건되었던 사건은 담임강사에 대하여도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입시학원 종합반 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07년 입건된 사건에서도 담임강사들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에 관하여 검찰에서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던 점, 피고인은 그 이후에도 학원 직원들을 통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강사들에 대하여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2013년부터는 그럼에도 퇴직금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하여 강의료 시간당 단가를 8.3% 축소하고 해당 금액을 적립하여 퇴직위로금 또는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방식으로 용역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그것 자체가 위법 또는 부당할 수는 있다)까지 취하기도 한 점, 피고인이 D, E에게 강사료나 수당은 모두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어 공소제기가 된 부분은 연차수당 및 퇴직금으로서 이는 위 강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피고인의 지급의무의 존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강사들과 이 사건 학원 사이의 계약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위 강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그에 따라 피고인에게 위 강사들에 대한 연차수당 및 퇴직금 지급의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간 그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툰 것은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이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위와 같은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남현
각주1) '정규시수'와 '집중이수'를 합산한 것임.
각주2) D의 경우 이 사건 학원 측의 요청에 따라 2012년에 6개월 간 이 사건 학원 측과 'Q학원 재수 종합반'에 대한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한 청주의 학원에 일주일에 1회 정도 출강한 적이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