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2. 13. 선고 2019가합33173 판결

주문

1.

이 사건소중 해고무효 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서울 마포구 C에서 음식점 'D'(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위 식당에서 일하던 직원 3명 중 주방보조원 1명이 일시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자, 그 기간 위 주방보조원을 대체할 직원을 채용하기 위하여 2019년 1월 초경 온라인 E에 아래와 같은 구인광고를 올렸다.

○

업무내용 : 주방의 모든 일하실 분 1명(죽점 주방에서 일하신 경험 있으신 이모님)

○

근무시간 : 09:00~20:00 근무 (1시간 휴식시간 제공)

○

급여 : 월 250만 원~280만 원

나.

원고는 피고의 구인광고를 보고 채용지원을 한 다음 2019. 1. 9. 면접을 거쳐 피고에 고용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급여를 월 250만 원으로 하고 2019. 1. 11.부터 출근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2019. 1. 15.~16.에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는 이유로 2019. 1. 17.부터 출근하겠다고 통보하였고 피고는 이를 양해하였다.

다.

원고는 출근 첫날인 2019. 1. 17. 이 사건 식당에서 주방업무를 하던 중 피고에게 업무내용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는 당일 저녁 7시경 원고에게 사직을 권유하였고 피고는 퇴근 후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하루 만에 해고하였으므로 이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위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해고일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월 2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과 퇴직금 250만 원 및 명절수당 10만 원 합계 26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반박 요지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절하자 원고에게 근로조건이 싫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사직을 권유하였고 이에 원고는 자발적으로 사직하였을 뿐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사실은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

3.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 확인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직권으로 이 부분 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해고무효 확인의 소는 근로계약상의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해당 근로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해고무효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나.

원고는, 피고의 구인공고에는 정규직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은 아니라고 자인하면서 다만 당시 기존 중국인 직원이 춘절(중국의 설 명절)로 중국에 가 있는 동안 일할 사람으로 채용된 것이라 피고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2019. 9. 23.자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2면, 2019. 10. 18.자 첫 번째 준비서면 1면). 그러나 원고와 피고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이 사건 식당에서 점장으로 일한 F은 '원고에게 기존에 일하던 주방메인이 최대 한 달 정도 중국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라고 진술하고 있고(을 제9호증), 여기에 2019년의 음력 정월 초하룻날은 2019. 2. 5.이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계약기간을 1개월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그런데 현재 위 1개월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원고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도 없는 이상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종료되었다(설령 원고 주장처럼 계약기간을 1년이라고 보더라도 근무개시일로부터 1년이 되는 2020. 1. 16. 현재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근로관계가 종료됨은 마찬가지이다).

다.

이 부분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고 Ⓑ 그 해고가 부당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

우선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는지(Ⓐ쟁점)에 관하여 본다.

1)

해고란 명칭을 불문하고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이루어지는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말한다.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하도록 한 경우라면 이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2)

그런데 갑 제1, 3호증, 을 제5호증의 1, 2, 3, 을 제7, 9,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계속 근로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피고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고 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식당의 주방 관련 업무를 할 주방보조원으로 원고를 채용하였는데, 원고는 출근 첫날부터 설거지, 식재료 준비 등 주방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②

이에 피고는 퇴근시간 무렵 원고에게 '위 업무를 하기 싫다면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된다.'라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 원고의 근로의사를 단정적으로 기절하진 않았고 원고에게 교부한 근무복도 회수하지 않았다.

③

원고는 퇴근 직후인 오후 7시 22분경부터 피고에게 문자로 반복해서 업무내용의 불만을 얘기하고 자신을 해고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였다. 이에 피고는 별다른 답장을 하지 않고 전화를 하였는데 원고는 이를 받지 않았고 다음날 오전에도 위와 같은 문자만 계속 보내면서 출근하지 않았다. 특히 원고는 당시 피고에게 '고정적으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이 사건 식당에 가지 않았다.'라거나, '내가 거기서 설거지해야 될 이유 없을 것 같다. 난 젊고 경력 많고 한국인이라 오라는 데 많다.'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을 제10호증 5, 11면).

④

피고는 원고가 전화를 받지 않자 원고에게 처음 '들어온 지 하루된 사람이 이런 문자 보내니 해고는 아주 잘한 듯하고'라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를 보냈으나, 피고는 그 전까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단절시키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적이 없었고, 위 문자는 위와 같이 원고가 자꾸 자신이 해고된 것임을 확인하면서 전화도 피하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번 보낸 것으로서 위 문자 내용만으로 원고가 피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되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⑤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기 전인 2018년 무렵 다른 G 매장(최소 3곳) 등에서도 아주 단기간(1일, 2일, 1개월) 근무하다가 그만 둔 적이 있다. 특히 그중 원고가 2018. 10. 9. 하루 일하고 자발적으로 사직했음을 자인(2019. 12. 17.자 준비서면)한 이수점의 경우 그 사직 경위가 이 사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나.

설령 피고의 사직권유가 해고라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하다(Ⓑ 쟁점).

1)

근로기준법 제11조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되고(제1항),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부 규정만 적용할 수 있다(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별표1]은 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 중 제2장 근로계약에 관한 규정으로 제15조, 제17조, 제18조, 제19조 제1항, 제20조~제22조, 제23조 제2항, 제26조, 제35조~제42조를 들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피고의 이 사건 식당은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식당에 대하여는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원고와 피고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661조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피고에게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2)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참조).

앞서 본 증거 및 갑 제4, 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에게는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

①

피고는 '주방에서의 모든 일'을 담당할 주방보조원 채용을 위해 구인광고를 하였다. 원고에 대한 면접 과정에서도 '설거지를 포함한 주방 관련 모든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하였고(갑 제1호증 4면) 원고가 이를 승낙하여 원고를 채용하였다.

②

원고는 출근 첫날 기존 중국인 주방 직원은 죽 조리를 하고 자신에게만 설거지와 쌀 씻기, 무채 썰기 등 힘든 업무만 시킨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위 설거지 등을 거부하였고, 요리경력자임을 이유로 죽 조리 업무를 요구하였다. 위 주방 직원의 근무내용 등을 문제 삼기도 하였고, 고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영업시간 중에 원고와 피고 및 피고 직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하였다.

③

원고는 주방보조원으로 채용되었고, 설거지 등 주방 관련 모든 업무가 원고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며 피고는 사용자로서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 요리경력이 있는지와 관계없이 원고의 위 업무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원고는 다른 직원의 근무내용 등을 지적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④

또한 원고는 과기 요리업무와 무관한 사무보조업무를 수년간 담당한 경력이 있을 뿐이다. 다만 원고가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제12조에 따른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서 2015. 11. 12.부터 2016. 3. 7.까지 음식서비스를 배운 사실이 있긴 하나,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다른 G 매장에서도 매우 단기간 근무했었고 그중 원고가 하루 일했던 이수점의 점주는 '원고가 중량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죽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감안할 때 원고가 죽 조리에 관한 충분한 요리경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⑤

원고는 퇴근 시간 무렵까지 계속해서 위와 같이 불만을 제기하고 업무를 거부하였을 뿐 개선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원고와 피고의 신뢰관계는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원고의 개인적 사정으로 근무개시를 6일 늦춰줬던 피고로서는 주방보조원의 장기간 공백을 막아야 할 영업상 필요도 컸다.

다.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해고가 있었더라도 이는 정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임금 등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이를 제외한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민(재판장) 강순영 이기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