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별지 '정정된 원고 명단' 중 순번 1 내지 86 기재 원고들에게 각 300,000원, 순번 88 내지 508 기재 원고들에게 각 200,000원과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5. 10. 27.부터 2018. 10. 2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 A 노동조합(이하 '피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A(이하 'A'라 한다) 소속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고, 피고 B는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 피고 C은 사업지원실장으로 각 활동한 사람이다.
원고들은 A의 근로자로서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는데, 아래 나.항에서 보는 1차 노사합의 이후 A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따라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되거나(별지 '정정된 원고 명단' 중 순번 1 내지 86, 390 기재 원고들이 이에 해당), 명예퇴직을 한 사람들(같은 명단 중 순번 88 내지 389, 391 내지 508 기재 원고들이 이에 해당)이다.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피고 노동조합은 2014. 4. 8. A와 사업합리화 계획, 특별명예퇴직의 시행, 복지제도의 변경 등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1차 노사합의'라 한다). 이때 피고 노동조합이 1차 노사합의와 관련하여 사전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거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는 없다.
A는 특별명예퇴직의 시행과 관련된 1차 노사합의에 근거하여 2014. 4. 8. 실근속기간이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시행 계획을 공고하는 한편, 그 무렵 사업합리화 조치 등에 따라 전국에 소재한 지사의 통·폐합 및 그에 따른 인력재배치를 실시하였고, 배치되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하여 지역본부에 재배치하거나 당시 신설된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하였다.
한편, 피고 노동조합은 2015. 2. 24. A와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하여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2차 노사합의'라 하며, 1차 노사합의와 통틀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라 한다). 2차 노사합의 당시에도 1차 노사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피고 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는 않았다.
관련 규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내지 갑 제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내용이 사업합리화에 따른 전보발령, 특별명예퇴직의 시행, 복지제도의 축소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었음에도, 피고들은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 노동조합법 제16조, 제22조 및 이 사건 규약 제10조, 제21조 등을 위반하여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피고들은 밀실에서 노사합의를 한 결과 근로조건을 후퇴시킴으로써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자행하여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의 근로조건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결권 및 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22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하여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하여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이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0다24534 판결 참조).
이러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 취지와 내용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을 살펴본다.
이 사건 규약이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고(제21조 제4호),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하여금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음(제61조 제1항)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따르면,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의견을 반영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총회의 의결을 거칠 수 있다고 보이고, 달리 위 규약의 조항들이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에 합의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였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약 제21조와 제61조 등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단체협약의 체결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등에 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유효하다.
그런데도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B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이 사건 규약을 위반하였고, 피고 C은 당시 사업지원실장으로서 위원장인 피고 B를 대리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노동조합은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피고 B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인 조합원들에게 가한 손해를 피고 B와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조합원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가)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개별적인 사항들에 관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것으로서 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과 구분하여야 하고, 이렇게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 전에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의 관련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 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더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와 정기적인 단체협약을 구분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점, 피고 노동조합 스스로 제정한 이 사건 규약에 의하더라도 단체협약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노사합의를 구분하고 있지 않은 점, 반드시 단체협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으로서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를 모두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역시 노동조합법 제16조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요구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같이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정기적인 단체협약과 달리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이를 체결하는 관행이 있어 왔으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직권으로 체결하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묵시적 수권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규약 위반에 대한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피고들 주장대로 피고 노동조합이 특정 현안에 대하여 수시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경우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A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왔고, 이에 대하여 조합원들이 그 절차적 적절성을 문제 삼거나 의문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먼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지사 통폐합 및 이에 따른 배치전환, 특별명예퇴직 및 임금피크제의 시행, 각종 복지제도의 축소·폐지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정기적인 단체협약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 B 등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기적인 단체협약 못지않게 절차적 민주성을 강화할 방안을 신중하게 고민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만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노사합의의 경우 일률적으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정기적인 단체협약으로 정하여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을 보다 절차가 간편한 상시적인 노사합의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은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 취지에 어긋난다.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총회 등을 통하여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노동조합법 제16조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될 사항의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조합원들이 조합 내부의 의사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들로 해석된다. 따라서 설령 특정 현안에 대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었던 단체협약의 경우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A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온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내용처럼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 따른 조합원들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피고들은 또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조합원 총회는 아니더라도 노사상생협의회, 전국조직국장회의, 중앙위원회 및 산하조직 대표자회의, 확대간부회의 등의 내부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의견수렴절차는 극소수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것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경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따라 변경된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내용, 비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의 경우 피고 노동조합이 대체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대한 조합원들 및 A 측의 태도, 이 사건 규약 등이 정한 절차를 거쳤을 경우 예상되는 노사합의의 결과, 기타 피고 노동조합의 절차 위반의 중대성 내지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 정도 등 제반 사정들을 참작하면, 피고들이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재직 중인 원고들(별지 '정정된 원고 명단' 중 순번 1 내지 86 기재 원고들)에 대해서는 각 300,000원, 명예퇴직을 한 원고들(같은 명단 중 순번 88 내지 389, 391 내지 508 기재 원고들)에 대해서는 각 2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다만, 원고 E(같은 명단 중 순번 390 기재)의 경우 재직 중이기는 하나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자료액을 200,000원으로 한다.<1>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로 별지 '정정된 원고 명단' 중 순번 1 내지 86 기재 원고들에게 각 300,000원, 같은 명단 중 순번 88 내지 508 기재 원고들에게 각 2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들에게 최종적으로 송달된 다음날인 2015. 10. 27.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10. 2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미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