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21. 선고 2016가단523395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에게 10,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5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2016. 10. 22.부터 2017. 6.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상시 근로자 4,100여명을 사용하여 종합건설업 및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의 석유화학제품 제조업 부분은 서울 종로구 소재 본사와 여수시 소재 공장 및 전주시 소재 공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고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고 1, 이하 '원고 조합'이라 한다)은 약 7,0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라 한다) 소속의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산별 노조'라 한다)이고, 나머지 원고들(원고 2 내지 25, 이하 '원고 조합원들'이라 한다)은 피고의 전주시 소재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24명을 조합원으로 하여 구성된 원고 조합의 전북지부 Y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의 조합원들이다.

2)

피고의 여수공장은 1979년에 사업을 개시하여 폴리에틸렌, 폴리부렌 등을 주로 생산하여 왔고, 직원 수는 약 420명이며, 2014년 매출액은 1조 2,676억 원, 2014년 영업이익은 981억 원이다. 전주공장은 1995년에 사업을 개시하여 'BOPP 필름' 등을 주로 생산하여 왔고, 직원 수는 약 100명이며, 2014년 매출액은 933억 원, 영업이익은 -78억 원이다. 여수공장과 전주공장의 인사·노무관리, 회계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도 별도로 체결된다. 여수공장의 Z 노동조합(이하 '여수공장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1980. 5. 9. 설립되었고, 2014. 9. 기준 조합원 수는 196명이다.

나.

이 사건 이전의 단체교섭 거부·해태 등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1)

원고 조합은 2008. 9.경 피고에게 전문과 109개 조항으로 구성된 단체협약안을 제시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같은 달 26.부터 2009. 11. 30.까지 20차례 단체교섭을 하였으나 결렬되었다.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 AA는 위 교섭과정에서 '노사관계는 취업규칙에 따라 규율하면 충분하고, 노동관계법령에 의하여 근로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 조합이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을 수용하지 아니하고 단체협약 수정안을 제시하거나 일부 안에 대해서라도 합의하자는 원고 조합의 요청을 거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2011. 2. 9. 전주지방법원에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12. 4. 26. 확정되었다.

2)

피고와 원고 조합은 2012. 4.경 다시 단체교섭을 재개하여 피고 전주공장 관리팀장 AB와 이 사건 지회 사무장 M가 2012. 6. 25. 4급 이하 조합원의 2012년 기본급 4%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적 합의에 이르게 되었으나 피고가 다음날 위 합의를 파기하였고, 피고와 원고 조합이 2012. 10. 12. 다시 단체교섭을 시작하여 위 AB와 M가 같은 달 17. 다시 위 유사한 내용의 잠정적 합의에 이르렀으나, 피고는 예정된 합의 조인식 하루 전인 같은 달 24. 위 합의를 또 파기하였다.

3)

원고 조합은 피고의 위 합의 파기 및 단체협약 체결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13. 3. 15.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2013. 6. 26. 기각 판정을 받았다. 원고 조합이 이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6423호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14. 5. 23.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였다는 이유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피고가 2014. 6. 17.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2015. 4. 2. 기각되었다.

다.

이후 일련의 이 사건 단체교섭 행위 및 진행 경과

1)

피고가 2013. 10. 8. 여수공장 노동조합과 유효기간이 2013. 10. 8.부터 2015. 10. 7.까지 2년인 단체협약(이하 '여수공장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갱신 체결하자, 원고 조합은 2013. 10. 11. 2008년에 제시했던 단체협약안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단체협약안(이하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제시하였다.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의 내용은 원고 조합의 규모, 연봉제에 의한 임금 지급 등 여수공장과의 차이점을 반영한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여수공장 단체협약과 동일하다. 피고는 2014. 2. 7. 원고 조합에게 41개 조항의 단체협약안(이하 '피고 측 단체협약안'이라 한다)을 제시하였다.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과 피고 측 단체협약안의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2)

원고 조합과 피고가 2014. 1. 21.부터 같은 해 9. 17.까지 17차에 걸쳐 임금협약 갱신 및 단체협약 신규 체결을 위해 실시한 단체교섭(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이라 한다)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피고와 원고 조합 사이의 2014. 2. 21. 4차 교섭에서 원고 조합 AC이 '조합활동, 인사, 임금, 상여금 등의 사항을 피고 측 단체협약안과 같이 "사규, 인사규정 등에 의한다"고 규정하지 말고 단체협약에 직접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피고 인사팀 차장 AD은 '여수공장 단체협약의 채용, 인사, 인사제도개선위원회 등 조항은 30년 이상 된 교섭의 산물이다.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권한이므로 단체협약에 담고 싶지 않으나, 피고 측 단체협약안을 끝까지 고수할 의사는 없다. 원고 조합 측에서는 피고 측 단체협약안에 관하여 구체적인 조항 하나 하나에 관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4)

피고와 원고 조합 사이의 2014. 3. 5. 5차 교섭에서 AC이 '인사, 임금 등에 관한 사항을 단체협약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피고 측 단체협약안과 같이 "사규, 인사규정 등에 의한다"고 규정하게 되면 피고가 사규, 인사규정, 보수규정 등을 개정할 경우 단체협약의 내용이 변경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위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자, AD은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은 여수공장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용으로 되어 있으나,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피고는 단체협약에 사규 수준 이상의 내용을 넣을 생각이 없다. 피고가 취업규칙과 동일한 내용을 단체협약에 규정할 경우,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더라도 조합원들에게는 이를 적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피고는 인사권에 관하여 조합의 관여를 받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5)

피고와 원고 조합 사이의 2014. 7. 9. 13차 교섭에서 단체협약 중 생산성향상 조항(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 제75 내지 79조, 피고 측 단체협약안 제31 내지 35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합의 내용을 기록한 회의록이 작성되었으나, 2014. 7. 29. 14차 교섭에서 원고 조합 측의 요구로 인하여 위 회의록은 파기되었다.

6)

피고와 원고 조합 사이의 2014. 9. 17. 17차 교섭에서 AD이 '피고는 지난번 제시한 안에 추가로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원고 조합 G은 '지난 교섭에서 논의한 것 외에 다른 항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였으나 AD은 '다른 조항에 대한 입장도 같다. 피고 측 단체협약안 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후 G이 '피고 교섭 대표가 회의록에 대한 서명을 거부하는 것을 보니 원고 조합을 신뢰하는지 의문스럽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도중 피고 인사담당 상무 AE이 회의장을 퇴장하였고, AD이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하자 이 사건 지회장 W는 AD에게 교섭을 결렬하자는 것인지 3차례에 걸쳐 확인하였고, AD은 '결렬'이라고 대답하였다.

7)

한편, 원고 조합은, 피고가 여수공장 노동조합과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반면, 원고 조합과는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사용자의 단체협약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등 단체교섭 거부·해태 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4. 9. 23.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4. 11. 17. '피고가 2014. 1. 21.부터 같은 해 11. 10.까지 20차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원고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성실하게 임한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원고 조합의 구제신청 일부를 받아들였고, 나머지 구제신청은 기각하였다. 원고 조합과 피고는 2014. 12. 16. 중앙노동위원회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정 부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3. 23. 원고 조합과 피고의 재심 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가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2323호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5. 10. 23. '피고가 원고 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안을 제시받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거나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를 거부하고, 피고 측 단체협약안의 수용만을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원고 조합 측의 수정 요구를 수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단체교섭이 결렬되도록 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충분히 판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고, 피고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서울고등법원 2015누64765)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8)

2014. 4.경부터 피고 회사 전주공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AF은 '2014. 9.경 피고가 원고 조합에게 단체협약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2014. 9. 17. 교섭석상에서 같은 취지의 요구를 하면서 사측 교섭위원이 무단으로 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6. 1. 25. 전주지방법원(2015고약8801)에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16. 2. 12.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내지 20호증의 각 기재(가지 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해태는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되었고,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는 곧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 조합과 그 구성원인 원고 조합원들이 입은 비재산적 손해를 위자료로서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부당노동행위와 민법상 불법행위의 차이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단체교섭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그 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성과는 구별되는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단체협약안 수용요구 및 교섭석상 퇴장 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경위, 즉 여수공장과 전주공장의 사업환경, 노동조합 규모, 경영상황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점, 이 사건 단체교섭이 장기화된 데이는 원고 조합이 피고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해명을 회피하며 시간을 소모한 점, 피고 측 교섭대표가 2014. 9. 17. 교섭석상에서 퇴장한 것은 감정이 고조된 나머지 순간적으로 불쾌함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행동에 불과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를 위법한 민사상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원고 조합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 조합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또한 피고의 원고 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법익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권에 대한 침해라 할 것인바, 나머지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은 바도 없으므로, 이들은 원고 조합과 별도로 손해배상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원고 조합에 관한 부분 - 피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8606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8239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였다고 하여 그 단체교섭 거부행위가 바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교섭 거부행위의 원인과 목적, 그 과정과 행위태양, 그로 인한 결과 등에 비추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그 단체교섭 거부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 불법행위가 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11070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 위반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원고 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원고 조합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된다.

가)

피고는 2013. 10. 8. 여수공장 노동조합과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원고 조합이 피고에게 제시한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은 조합의 규모, 연봉제에 의한 임금 지급 등 여수공장과의 차이점을 반영한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여수공장 단체협약과 동일함에도 피고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을 거절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여수공장과 전주공장의 사업환경, 노동조합 규모, 경영상황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 여수공장 단체협약안과 유사한 내용의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2014. 1. 21.부터 같은 해 11. 10.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 관하여 '여수공장 단체협약의 채용, 인사, 인사제도개선위원회 등 조항은 30년에 걸친 교섭의 산물이다'라고만 설명하였을 뿐, 원고 조합 측 단체협약안의 어떤 부분이 전주공장의 여건에 비추어 수용하기 어려운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는바, 여수공장 단체협약이 오랜 교섭의 결과라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여수공장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용의 참가인 측 단체협약안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는 2014. 2. 7.부터 2014. 9. 17.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 조합에게 피고 측 단체협약안에 따른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하였을 뿐, 단체협약 내용에 관하여 원고 조합과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고,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 조합의 피고 측 단체협약안 수정요구를 거절하였다.

특히 정년, 승진, 휴직, 복직, 징계, 해고 등 인사에 관한 사항과 교대근무, 연차휴가, 경조휴가 등 근무시간에 관한 사항, 교대 근무자 휴일근무수당, 자격·면허수당, 성과급 등 임금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 조합 측으로부터 위 각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된 단체협약안을 제시받았으므로, 피고는 그에 대한 피고 측의 입장을 밝히고 원고 조합 측과 협의함으로써 교섭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였어야 할 것이나, 피고가 원고 조합 측에 제시한 피고 측 단체협약안은 위 각 사항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거나 사규 등 취업규칙 또는 법에 의한다고만 규정하였다. 또한 피고 측은 2014. 2. 21. 4차 교섭에서는 '피고 측 단체협약안을 끝까지 고수할 의사가 없으니 그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하였다가 2014. 3. 5. 5차 교섭에서 원고 조합 측으로부터 '피고 측 단체협약안 중 "사규 등 취업규칙에 의한다"고 한 부분을 변경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단체협약에 직접 규정하자'는 수정요구를 받자 '인사에 관한 부분은 사규에 보장된 수준 이상의 내용을 담고 싶지 않다. 인사에 관한 부분을 단체협약에 직접 규정하게 되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더라도 조합원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거듭하여 밝히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 대상인 인사 등 사항에 관한 원고 조합 측의 교섭요구를 거절하였다.

다)

피고 측 교섭위원 AD이 2014. 9. 17. 피고 측 단체협약안에 대한 어떤 수정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피고와 원고 조합 사이의 교섭이 결렬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조합 측이 피고 측 교섭실무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교섭 결렬' 발언을 유도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D이 수차례 반복하여 피고 측 단체협약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이상, 이를 단지 피고 측 단체협약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하는 취지로 볼 수 없고, 원고 조합 측의 교섭 결렬 발언은 AD의 위 발언 후 AE마저 교섭회의장을 퇴장하고 나서 AD에게 교섭 결렬 의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피고 측의 감정을 자극하여 교섭 결렬을 유도한 것이라 볼 수도 없다.

라)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단체교섭에 성실한 자세로 응하여 원고 조합 측의 요구에 대해 실무자들에게 협상 지침을 주는 등 조치를 취하였다면 원고 조합과 피고는 상호 수용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합의 가능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위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교섭에 임하였다고 할 것인바, 피고의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행위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

따라서 원고 조합으로서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그 조직 및 운영의 자주성이나 명예와 신용 등을 침해받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조합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원고 조합원들에 관한 부분

피고가 원고 조합원들에게도 그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 조합원들이 겪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바,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 조합뿐만 아니라 원고 조합원들에게도 앞서 인정한 불법행위에 관하여 원고 조합원들이 겪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단체교섭권은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함께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위 각 권리는 종국적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리인데(노동조합법 제1조 참조), 특히 단체교섭권의 경우 근로자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대신 다수의 근로자가 단결하여 교섭대표를 통하여 집단적으로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자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게 된다.

2)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에게 있으나(제29조), 이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하여는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것이 유리한 점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단체교섭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수단적인 측면에서 그 실현을 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고, 권리의 원천은 위 헌법 규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근로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태함으로써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한 단체교섭 내지 단체협약 체결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피해는 그와 같은 근로조건의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종국적으로 귀속되게 된다.

4)

노동조합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한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조직력을 보호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5)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여 근로자의 단결권이 침해되고, 그에 따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한 노동조합의 기능이 약화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역시 근로자에게 실질적·종국적으로 귀속되게 된다.

6)

따라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단체교섭을 하려는 근로자들로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태하거나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7)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 본인과는 별도로 그의 부모들도 그 사고로 말미암아 그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을 가지는 것처럼(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다7046 판결 참조), 침해되는 권리의 주체가 아닌 자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의 침해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에 관한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인바, 단체교섭권이 위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고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의 부당한 거부·해태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실질적·종국적 피해자로서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근로자들에도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8)

비록 단체교섭의 부당한 거부·해태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하여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종국적 피해자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손해를 배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특히 노동조합은 근로자들과 구별되는 독립된 법인격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법인이어서 노동조합이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것을 조합원들이 지급받은 것과 동일시 할 수 없는 점, 노동조합이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 차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들의 손해를 구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 및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근로자들의 고유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9)

대법원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들에게 현저한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추인함이 상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고{대법원 2013. 12. 13.자 2011마1193 결정 및 위 대법원 결정에서 인용한 원심 결정인 광주고등법원 2011. 12. 29.자 (전주)2011라37 결정 참조},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원들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3794 판결 및 원심 판결인 창원지방법원 2009. 5. 19. 선고 2008가단51925 판결 참조).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배상하여야 할 배상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의 부당노동행위 내용이나 정도, 그 전후의 경과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 조합에 대하여 10,000,000원, 원고 조합원들에 대하여 각 500,000원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나.

따라서 피고는 위자료로 원고 조합에게 10,000,000원, 원고 조합원들에게 각 5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날인 2016. 10. 2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7. 6.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경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