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15. 선고 2017가합544124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 주식회사 B는 원고에게 358,230,866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7.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나머지 예비적 청구 및 원고의 피고 C, D, E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B 사이에 생긴 부분의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C, D,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회사는 치과기자재 도소매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 C은 피고 회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이고, 피고 D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이며, 피고 E은 피고 회사의 전산업무 등을 담당하는 직원이다.

2)

원고는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 겸 전무이사로 근무하다가 2016. 10. 20. 해임된 사람이다.

나.

원고에 대한 해임 결의

1)

원고는 2012년 5월경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비등기 이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3. 3. 25.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였고, 2013. 4. 8. 그 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6. 3. 25.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연임되면서 전무이사 직위에서 근무하였다.

2)

피고 회사는 2016. 7. 22. 원고가 회사 내부자료를 무단 유출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대기 발령 조치를 하였다.

3)

피고 회사는 2016. 8. 30.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주총회를 2016. 10. 20.에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위 이사회 의사록에 첨부된 원고에 대한 해임 사유는 다음과 같다.

4)

피고 회사는 2016. 10. 20.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해임 결의(이하 '이 사건 해임 결의'라 한다)를 하였다.

다.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

1)

피고 회사는, 원고가 스위스 F(F, 이하 'F'이라고만 한다)의 한국 판매법인인 G 주식회사의 상무 H과 공모하여, F 회사가 피고 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다량 인수할 수 있도록, ① 2014. 8. 22.부터 2016. 6. 8.까지 피고 회사의 해외 영업지역별 수주, 선적, 목표대금 결제정보를 담고 있는 총 23건의 해외매출 상세내역 자료(Daily Sales report, 영업일일결산서, 매출·수금 달성 분석, 해외매출 상세내역, 출장보고서 등)를 이메일로 H에게 전송하고, ② 2016. 9. 1. 이메일로 'Daily Sales Report 문서'를 촬영한 사진 파일을 H에게 전송하고, ③ 2016. 9. 1. 이메일로 '2016. 8. 해외매출 상세내역(2016Daily Sales Report) 문서'(이하 '이 사건 자료'라 한다)를 촬영한 사진 파일을 H에게 송부하는 방식으로, 피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하고 피고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진정하였다.

2)

그러나 검찰은 위 ① 행위에 대하여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전송행위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원고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어려우며, 일부 자료는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② 행위에 대하여는 2016. 9. 1. 무렵에는 원고가 피고 회사를 나와 F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로, 원고에게 부정한 목적 및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2018. 1. 22. 원고에 대하여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다만, 검찰은 원고의 행위 중 위 ③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상배임죄로 기소하였다.

3)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단715)은, H이 G 주식회사 소속이면서도 한편으로 피고 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하여 피고 회사의 일정 자료를 취득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던 점, H은 원고 외에 피고 회사의 재경팀장, 상무로부터 영업 관련 자료를 받아 온 점, 원고는 대기발령 이전부터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포괄적 지시와 승낙 하에 이 사건 자료와 같은 'Daily Sales Report 문서'를 포함하여 훨씬 광범위한 자료를 여러 차례 H에게 보내온 점, 원고와 H 사이에 피고 회사의 중요한 자료를 은밀히 전달하려 시도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흔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자료 1장의 전달로 인해 피고 회사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2018. 5. 10. 원고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하였다.

4)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노1419)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6, 10, 11, 13, 14, 15, 17호증, 을 제1, 7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비록 원고가 비록 등기된 전무이사의 지위에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일반 직원들과 같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지휘·감독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피고는 2016. 10. 20.경 원고를 해고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명시하여 통지하지 않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위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해고 다음날인 2016. 10. 2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 회사의 최고위직 등기임원 중 한 명이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로 근무하면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이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상법상 이사 및 피고의 임원으로서 회사와의 신임관계 아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임금을 목적으로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는 처음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는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2013년 3월경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2016년 3월경 연임될 당시에는 피고 회사와 사이에 별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2)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피고 회사의 본사인 경산시에서 주로 근무하였고, 원고는 서울 강남구 소재 피고 회사의 서울 지점에서 근무한 점,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출장 등을 이유로 1년 중 상당 기간을 외국에서 체류하기도 하였던 점,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출퇴근 시간, 근무장소 등에 관한 제한을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갑 제12호증)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3)

오히려 원고는 피고 회사로부터 연봉 약 1억 4,000만 원을 받으면서 피고 회사의 해외영업본부를 책임지는 전무이사로 근무한 점, 원고가 근무한 해외영업부서의 규모와 조직, 원고가 담당한 업무의 내용, 원고에게 부여된 권한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피고 회사의 해외영업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나)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피고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회사에 대한 부당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원고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하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피고 회사의 경영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한 것을 해임사유로 삼았으나, 원고는 그와 관련된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과 무죄판결을 받았다. 원고가 H에게 피고 회사의 경영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은 피고 회사가 F과 전환사채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정한 내용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이 사건 해임결의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그 손해액은 원고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재임기간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이다.

나)

피고 회사의 주장 요지

원고가 형사절차에서 무혐의 처분 또는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형사상의 처벌과 징계절차는 별개의 원칙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원고가 피고 회사의 임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피고 회사의 영업상 중요한 자료를 F 측에 유출한 것은 피고 회사에 대한 배신적 행위에 해당한다. F은 위 자료를 바탕으로 피고 회사와 전환사채 발행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고 회사와 원고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원고를 해임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임기가 정하여진 이사가 그 임기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당한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권 확보와 경영자 지위의 안정이라는 주주와 이사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규정인바, 이러한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라 함은 주주와 이사 사이의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그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1, 12,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을 넘어 원고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1)

피고 회사가 원고의 해임사유로 삼은 것은, "원고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승낙 없이 피고 회사의 경영회의 자료 및 영업비밀 자료를 153회에 걸쳐 외부로 유출하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최소 28회에 걸쳐 외부로 유출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 회사는 위 해임사유와 동일한 내용을 이유로 하여 수사기관에 원고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진정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였다.

(3)

그러나 검찰은 위 사안에 관하여 원고가 2016. 9. 1. '2016. 8. 해외매출 상세내역 문서'를 촬영한 사진 파일을 H에게 송부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였고, 위 1건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위 1건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법원의 무죄 판결의 공통된 이유를 살펴보면, ① 원고가 H에게 송부한 자료는 H이 피고 회사의 사외이사 지위를 겸하고 있고 그동안 피고 회사의 월간 경영회의에 참석하였던 관계로 이러한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었거나 그 자료의 성격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가 그동안 위 해외매출 상세내역 문서를 포함하여 피고 회사의 경영 관련 자료를 대표이사의 포괄적 지시와 승낙 하에 F 측에 전송하였고, 피고 회사 또한 원고의 전송행위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피고 회사의 공식 이메일 계정을 통하여 자료를 전송하였고, 원고와 H 사이에 은밀하게 자료를 전달하려고 시도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은 없는 점, ④ 원고의 자료 전송행위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4)

형사절차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위사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아 원고가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회사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하여 원고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판단될 경우 그 비위사유를 이유로 원고를 해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H에게 송부한 문서가 F 측에게 공개되어서는 아니 되는 피고 회사의 영업상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는 것인지, F과의 전환사채 발행가격 협상과정에서 피고 회사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칠 사항을 담고 있는 것인지, 원고의 행위가 피고 회사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상실할 정도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피고 회사가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제출한 문서는 영업 일일결산서(을 제13호증)뿐인데, 그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자료만으로는 위 형사사건에서의 판단을 뒤집고 원고의 행위가 피고 회사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피고 회사는, 원고가 H에게 송부한 자료 중에는 '기밀 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지정된 사람만 문서를 받을 수 있으며, 지정된 사람 외에는 재전송, 보급, 배포, 복사 등이 금지된다'는 취지의 Disclaimer 규정이 부가되어 있었으므로, 이러한 자료를 송부한 것은 피고 회사의 Disclaimer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판결의 이유, 원고가 자료를 송부한 기간, 원고가 자료를 전달한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포괄적인 승낙 하에 H에게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그 중 일부 자료는 원고가 자료를 전송할 때부터 대표이사인 피고 C을 참조 수신인 (CC)으로 하여 이메일을 보낸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의 Disclaimer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보낸 이메일 참조란에 표시된 피고 C의 이메일 계정은 피고 C이 실제로 사용하던 이메일 계정이 아니고 해킹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 회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설령 피고 C이 위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지 않거나 위 계정이 해킹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피고 회사는, ① 원고가 2016년 8월경 F이 피고 회사와의 국제중재절차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피고 회사와 의 계약과 관련된 정보를 F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J에게 전달하고, ② 2016. 9. 21. F의 대표에게 'Future plan update'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고, ③ 원고가 2016. 12. 28.과 2017. 1. 28. K를 통해 F으로부터 합계 6,2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대기발령 기간 동안 추가로 피고 회사에 대한 배신행위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해임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사정은 원고의 해임 당시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거나 원고에 대한 해임 결의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여 이러한 사정이 원고의 해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또한 피고 회사는 위 각 주장과 관련하여 법무법인 J이 피고 회사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8호증) 외에 원고가 F 측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정보 내지 이메일을 보낸 것인지, 그 내용이 피고 회사에게 불리하고 피고 회사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의 행위가 피고 회사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원고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해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손해배상액의 범위

갑 제1,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해임 당시 연봉은 140,000,000원인 사실, 원고의 이사로서 잔여 임기는 28개월 남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피고 회사는 원고의 해임 당시 연봉과 잔여 임기에 대해서는 명백히 다투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임기만료 전에 해임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는 원고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이사로서 잔여 임기 동안 재직하면서 지급받을 수 있는 보수 상당액인 326,666,666원(= 연봉 140,000,000원 : 12개월 × 잔여 임기 28개월, 원 미만 버림)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26,666,66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회사에 대한 퇴직연금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회사는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고, 원고도 위 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이 사건 해임 결의로 인해 원고와 피고 회사의 위임 관계가 종료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퇴직연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 회사의 방해로 인하여 위 퇴직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퇴직연금 상당 추정액인 31,564,2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회사의 주장 요지

피고 회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따라 근로자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근로자가 아닌 원고에 대하여 확정기여형퇴직연금의 지급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2)

판단

가)

갑 제9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임원퇴직금 산정과 지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 위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은 그 지급 방법 및 산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회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2013. 12. 31. 부터 위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사실, 피고 회사는 L을 퇴직연금사업자로 선정하여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한 사실, 2016. 8. 31. 기준 원고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되어 있는 적립금은 31,564,200원인 사실, 원고는 퇴직연금사업자인 L에게 위 적립금을 지급해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피고 회사가 원고의 퇴직사실을 증명하는 퇴직확인서 발급 등을 거부하여 위 적립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재직 중에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였다가 퇴직하였으므로 위 퇴직연금을 지급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인데, 피고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 원고가 위 퇴직연금을 지급받지 못한 이상,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1,564,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근로자에게만 퇴직연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하나, 피고 회사가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고, 피고 회사가 L을 퇴직연금사업자로 선정하여 적립하여 온 퇴직급여 중에는 원고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는 임원을 포함하여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위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들에 대한 노트북 불법 압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및 피고 C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1)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피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 C, D, E은 2016. 7. 22. 원고가 기밀을 유출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업무용 노트북을 불법적으로 압수하여, 그 안에 저장된 원고의 개인 정보와 개인 이메일 내용을 원고의 동의 없이 열람하였다. 따라서 피고 C, D, E은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회사는 위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연대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피고 C은 2016. 7. 22. 피고 회사의 임직원 및 해외거래처 임직원들을 상대로 '원고에 대하여 회사 내부자료 무단 유출을 이유로 대기 발령하고, 노트북 반납 및 사내 컴퓨터 등 모든 전산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문을 공지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그로 인하여 원고는 신뢰도 및 해외영업 네트워크에 중대한 손상이 발생하여 동종업계에서 취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 C은 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2)

판단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원고는 2018. 8. 24. 자 준비서면을 제출하여 이 부분 주장을 철회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라.

소결론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58,230,866원(= 부당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326,666,666원 +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31,564,2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 회사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7. 7. 26. 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나머지 예비적 청구 및 원고의 피고 C, D, E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