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7. 선고 2020고단4220 판결

주문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C, D, E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각 기각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가.

피고인 A

피고인은 서울 중구 G에 있는 B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400여명을 사용하여 석유화학 및 화학섬유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1995. 1. 4.부터 현재까지 근무 중인 C의 2016년도 정기휴가 미사용수당 1,156,272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명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 B 주식회사

피고인은 위 가항과 같이 사용인인 위 A이 피고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이 근로자 C, D, E에게 정기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A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피고인 A의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

①

피고인 회사는 2012. 5.경 근로자들에게 임금조정 공지를 하면서 정기휴가제도를 폐지하고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을 한다고 알렸고, 그 후 근로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2013년경부터 정기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였다.

②

피고인 회사의 인사팀은 2015년 말경 임금피크제 시행 등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정기휴가 규정이 폐지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정기휴가 폐지를 포함하여 취업규칙 개정절차를 진행하였다. 위 인사팀은 개정 공고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첨부하였다.

③

피고인 회사는 2015. 12. 8.부터 같은 달 11.까지 각 부서의 팀장으로부터 각 부서 소속 직원들이 서명날인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제출받았고, ‘정기휴일 4일을 부여하였던 정기휴가제도를 폐지하면서 이를 규정하였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개정된 취업규칙을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2016. 1. 1.부터 시행되었고, 이미 근로자들이 사용하고 있지 않던 제도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정기휴가를 사용하겠다거나 그에 상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 않았다.

④

피고인 A이 취임하기 전의 대표이사인 H는 2015. 12. 13.까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실제 근무하였고, 피고인 A은 2015. 12. 14.경부터 피고인 회사에서 업무를 파악하면서 대표이사직을 준비하였으며 2016. 3. 18.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⑤

서울지방고용청 근로감독관은 2017. 4. 26. 원고에게 ‘근로자들에게 2014년 및 2015년 (정기)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라’라는 취지의 시정지시를 하였고, 2016년 (정기) 휴일근로수당에 대하여는 별다른 시정지시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 회사는 2017년도 중에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정기휴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근로자들과 합의하였고, 근로자들 315명 전원이 처벌불원서를 서울지방고용청에 제출하였다.

⑥

C은 2017. 7. 3.경 서울지방고용청에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2018. 1. 11., 2019. 8. 15.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형사고소하였다.

⑦

피고인들은 이 사건 취업규칙의 변경이 적법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고, 절차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생각하여 C 등에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채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⑧

또한 피고인 회사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정한 바에 따라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고내용을 공유하고 각 팀별로 회의를 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전체 근로자 452명 중 392명의 동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이 유효하게 변경되었다고 주장하면서 C, D, F, E를 상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이 유효하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82294). 위 사건의 1심 법원은 이 사건 취업규칙으로 변경하는 데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회사의 청구를 인용하고 근로자들의 미사용 정기휴가에 대한 수당 지급 청구를 기각하였다.

⑨

위 판결에 대해 C 등이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22나2004418(본소), 2022나2004425(반소)},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회사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통해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중 ‘정기휴가 제도 폐지’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피고인 회사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C 등의 반소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⑩

피고인 회사가 상고하였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위 판결이 2023. 2. 23. 확정되었고, 피고인 회사는 위 판결에 따라 2023. 4. 21. 및 2023. 6. 7. 정기휴가 미사용수당을 C 등 4명에게 모두 지급하였다.

⑪

피고인 A은 자신이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이루어진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C 등이 형사고소를 한 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취업규칙의 개정 절차에 관하여 법률자문을 받았으나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피고인들은 이를 믿고 근로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이 유효함을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기까지 하였다.

⑫

앞서 본 관련 민사사건의 내용, 피고인 회사의 인사팀이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상당히 이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개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부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공소기각 부분

1.

공소사실

가.

피고인 A

피고인은 서울 중구 G에 있는 B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400여명을 사용하여 석유화학 및 화학섬유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8. 11. 17.부터 현재까지 근무 중인 F의 정기휴가 미사용수당 합계 2,709,6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 B주식회사

피고인은 위 가항과 같이 사용인인 위 A이 피고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2.

판단

위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에 의하여 근로자인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 후 근로자 F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이 부분 공소를 기각한다.

판사 박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