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A에 대한 형을 벌금 500만 원, 피고인 B에 대한 형을 벌금 1,000만 원으로 각 정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각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주요 원인은 회생채권자 중 AL 주식회사(이하 ‘AL’이라 한다)가 약속을 어기고 물품대금 지급의 변제를 유예해주지 않고, 매출채권에 대하여 양도통지를 하는 바람에 유동성 경색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부득이하게 더 많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던 점, 이 사건 근로자들은 D이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퇴직을 하였으며 그 전까지는 임금이 정상 지급되었던 점, 피고인들이 개인 재산을 출연하면서 D의 정상화에 노력을 하였던 점, D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피고인 B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업무에 관여할 수 없었고, 피고인 A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자 지출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회생채권자 등의 반대로 지출허가를 받지 못하였던 점, 피고인 A은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을 분할 변제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의 결의를 거쳐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이 전부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임금 및 퇴직금을 정해진 기간 내에 지급하지 못한 데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책임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징역 2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A에 관한 직권 판단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이 2021. 2. 8.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1. 11. 20.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피고인 A의 이 사건 각 죄는 판결이 확정된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 제3항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2조 각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66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36조가 임금이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를 정하고 위 법 제112조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삼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확실히 강제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참조).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 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 및 퇴직금의 체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거나,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이나 회생절차 개시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A은 D의 대표이사로서, 2019. 4. 15.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부터 D의 관리인이 되어 D의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전속적 권한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인 A은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2020. 4. 3. 종결되기 전까지, 매달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허가와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분까지의 급여지급허가를 신청하였으나, 이 사건 근로자들의 미지급 입금 및 퇴직금에 대한 지급허가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피고인 A은 2019. 7. 23. 공익채권인 체불 임금 등을 회생절차 종료 시까지 영업수익금과 기타의 재원으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 수시로 변제한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였고, 이에 대하여 이해관계인들의 결의를 거쳐 2019. 12. 24. 법원으로부터 인가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D은 회생절차가 2020. 4. 3. 종결된지 1년이 지난 2021. 4. 12.에야 근로자 F에게 19,454,328원, 근로자 V에게 7,142,019원을 각 입금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체불 금품을 모두 변제하였고, 2021. 5. 18.에야 근로자 H에게 18,436,864원을 입금함으로써 체불 금품을 모두 변제하였다.
근로자 F은 수사기관에서 회생신청 이전 또는 이후에 회생이 결정되면 체불금품을 지급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거나 통지를 받은 사실이 없고, 회생계획에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하였고, 근로자 V은 수사기관에서 이메일로 일부 퇴직연금을 은행에 청구해서 받아가고 미지급 부분은 언제 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근로자 H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B가 체불 금품을 지급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최대한 안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B는 D의 사주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였고, 피고인 A은 명의상 대표이사였는데, D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 되고 피고인 A이 관리인이 된 이후에도 피고인 B는 D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B는 근로자 3인에게 7,000만여 원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하고도, 3년 가까이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동종 범죄로 2회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다만 위 근로자들은 퇴직연금과 근로복지공단의 대지급금으로 미지급금액 중 일부를 지급받았고, 이후 미지급금액 중 잔액도 전부 지급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구상 의무도 이행되었다. 근로자 H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 B와 원만히 합의하여 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그 밖에 피고인 B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은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위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따라,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은 위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의 항소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이를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