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을 징역 8년, 피고인 B을 징역 3년에 각 처한다.
피고인 C, D은 각 무죄.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고합1019
판결선고
2025. 1. 9.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2024고합1019<1>』
피해자 주식회사 E(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은 2015. 10.경 건축물 청소 및 유지 서비스업체인 'F 주식회사'(변경 전 'G 주식회사', 이하 'F'라고 한다)와 피해 회사 전국지점에 대한 청소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 A은 2017. 1.경부터 2022. 1.경까지 피해 회사 총무부의 계약팀 소속 대리로 근무하면서 피해 회사 전국 지점에 대한 청소 용역 계약 및 대금 지급 등의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C은 F의 FM운영1팀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 회사를 포함한 거래처들에 대한 건물 청소 용역 계약 관리, 대금 처리 등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D은 F 소속 현장사업소 중 피해 회사의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E은행사업소'에서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 회사 전국 지점의 청소 용역 수행을 위한 하도급업체
관리, 용역 상태 확인, 피해 회사를 상대로 한 대금 청구서 기안,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등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피고인 B은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된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 A은 2019. 7.~9.경 친구인 피고인 B에게 "페이퍼 컴퍼니인 'H'을 설립하여 피해 회사의 전국 지점 1,000여곳에 청소 용역을 제공하고 있는 거래처 'F'의 하도급청소 용역 업체로 등록한 후, 실제로는 H이 피해 회사에 청소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도 마치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피해 회사로부터 F를 거쳐 H으로 청소 용역 대금을 지급하게 한 후 위 금원을 내가 임의로 사용하려고 한다. 네가 H의 대표이사로 등록하여 위 범행을 도와주면 월급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주겠다"라는 취지로 제안하였고 피고인 B은 이를 승낙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A은 피해 회사가 F에 지급해야할 청소 용역 대금을 부풀려 내부 결재를 받은 후 그 대금을 F를 거쳐 H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피고인 B은 H의 대표이사로서 F를 상대로 용역 제공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H 명의 계좌로 용역대금이 입금되면 허위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지급, 허위 거래처들에 대한 대금 지급후 돈을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후 이를 피고인 A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공모하여, 2019. 9. 24.경 피고인 B을 대표이사로 하여 H 법인을 설립하고, 그 무렵 C 및 D으로 하여금 H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게 한 후, 피고인 A은 2019. 11.경 서울 영등포구 I, 6층 E은행 총무부에서 D에게 연락하여 "10월분 대금 청구서에 H에 대한 청소 용역 대금 60,980,000원을 '기타' 항목으로 추가하여 보내달라"라고 요청하고,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된 F의 2019. 10.분 대금 청구서및 세금계산서를 이메일로 송부받은 다음, 청소 용역 대금 지급 관련 내부 결재를 위한 '영업점 청소 용역 2019년 10월분 대금 지급' 문서를 기안하면서 실제로는 청소를 하지 않은 영업점(지점)을 추가 기재하거나 특별청소(대청소, 바닥청소 등) 금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방법으로 F에 원래 청소 용역 금액보다 60,980,000원을 부풀린 금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여 상급자인 피해 회사 총무부 기획계약팀장 J에게 결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들이 설립한 H은 아무런 인적 · 물적 설비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F와 청소 용역 관련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없고, F를 통해 피해 회사에 청소 용역을 제공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피고인 A의 상급자인 피해 회사 총무부 기획계약팀장 J, 총무부장 K 2019.경 총무부 기획계약팀장 J, 총무부장 K, 2020.~2021.경 총무부 기획계약팀장 L, 총무부장 M을 순차로 기망하여 이에 속은 위 J, K으로 하여금 위 청소 용역 대금 지급 문서를 결재하게 하여 2019. 11. 19.경 위와 같이 부풀린 금액60,980,000원을 F 명의의 E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송금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1. 12. 31.경까지 사이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총 27회에 걸쳐 피해 회사로 하여금 원래 청소 용역 대금보다 부풀린 금액 합계 2,631,737,543원을 F 명의의 위 E은행 계좌로 송금하도록 하고, 2019. 10. 31.경<2>부터 2022. 1. 2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28회에 걸쳐 위 부풀린 금원중 F의 수수료 5% 상당을 제외한 합계 2,495,937,000원을 F로부터 H 명의의 N조합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합계 2,631,737,543원을 편취하였다.『2024고합1166』
피고인 A은 서울 금천구 O, P호에 있는 주식회사 Q의 실경영주로서 상시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컴퓨터프로그래밍 관리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위 사업장에서 2021. 11. 1.경부터 2023. 10. 31.경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 R의 임금 2023. 8. 임금 5,600,000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5명의 임금 합계 63,701,250원과 연차미사용수당 합계 4,871,119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협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위 사업장에서 2021. 11. 1.경부터 2023. 10. 31.경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 R의 퇴직금 10,956,521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5명의 퇴직금 합계 41,544,293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협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2024고합1019』
피고인 A, B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 C, D의 각 일부 법정진술
증인 S, T, U의 각 법정진술
고소장<3>
수사보고서<4>(피의자 A H 원천자료 및 거래내역서 제출), 수사보고서(피혐의자 B 주식회사 H 관련자료 제출), 수사보고서(H과 G, F 거래내역 분석), 수사보고서(E은행제출자료 첨부-A 담당 업무 및 F 계약서 등), 수사보고서(E은행 본점 총무부 공문회신 파일 관련), 수사보고서(F 압수영장(2024-83866)집행 관련 서류 및 파일첨부), 수사보고서((주)H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법인 관련 세무서 공문 회신), 수사보고서(F압수영장 집행 상황 및 회신자료 분석), 수사보고서(F 및 E은행 청소용역비 서류 조작 관련), 수사보고서(E은행 제출 자료 첨부 - 청소용역(주차관리) 청구현황), 수사보고(피의자 A 횡령금 사용처 정리자료 첨부)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E은행 영업점 청소용역 용역비 청구서 및 청구파일(2019. 10. ~ 2019. 12.), E은행영업점 청소용역 용역비 청구서 및 청구파일(2020. 1. ~ 2020. 12.), E은행 영업점 청소용역 용역비 청구서 및 청구파일(2021. 1. ~ 2021. 12.)
『2024고합1166』
피고인 A의 법정진술
R, W, X, Y, Z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내사자료 입수 보고
체불금품내역(진정인 주장), 각 문자내역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 A: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형법 제30조(사기의 점, 포괄하여),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임금 미지급의 점), 각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퇴직금 미지급의 점)
피고인 B: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제347조, 형법 제30조(사기의 점, 포괄하여)
상상적 경합(피고인 A)
형법 제40조, 제50조(각 동일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상호간, 범정이 더 무거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형의 선택(피고인 A)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경합범가중(피고인 A)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중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경합범가중]
양형의 이유
[피고인 A]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45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제1범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자수
가중요소: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4년~7년
제2범죄(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유형의 결정]
근로기준법위반범죄 > 02. 임금 등 미지급 > [제3유형] 1억 원 이상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4개월~1년 6개월(동종경합 합산 결과 2단계 이상 상승으로 형량범위 하한의 1/2 감경)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4년~7년9개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선고형의 결정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2024고합1019 사건 범행을 자수하였다<5>.
불리한 정상
(2024고합1019 사건 관련)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직원으로서 피해 회사를 위해 업무를 처리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고 B 명의로 유령법인인 H을 설립하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H 명의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으며, 피해 회사 내부 결재서류를 조작하거나 피해 회사 명의 서류를 위조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약 2년 2개월 동안 매달 반복적으로 범행을 하였다.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 회사의 피해액이 약 26억 원에 이르나 피해 회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편취금 약 26억 원 중 F에 지급한 수수료 5%를 제외하고 나머지 약 25억 원을 실제 취득하였고, 그 중 약 1억 원을B에게 교부한 후 나머지 돈을 대부분 부동산 구입, 주식 투자,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였다. 위와 같은 범행의 동기, 경위, 범행 수법 및 기간, 피해금액, 피해금의 사용처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
(2024고합1166 사건 관련) 피고인은 총 5명의 근로자에게 1억 1,000만 원이 넘는 임금, 퇴직금 등을 미지급하였고,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
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 B]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30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3년~6년
[일반양형인자]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집행유예 참작사유] 없음
선고형의 결정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친구인 A의 부탁을 받고 유령법인인 H을 설립하고, F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고, 그 과정에서 월급으로 약 1억 원이 넘는 적지 않은 이익을 취득하였는바 그 죄질이 불량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C, D(이하 '피고인들'이라 한다)은 2019. 7.~9.경 A으로부터 "페이퍼 컴퍼니인 'H'을 설립할테니 F의 하도급 업체로 등록하여 주고, 피해 회사에서 청소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면 그 돈을 H으로 보내 달라."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A, B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기 범행을 함에 있어서 이를 돕기 위하여, 2019. 9. 하순경 A, B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H을 F의 하도급 업체로 등록하였으며, 2019. 11.경 A의 지시에 따라 F의 2019. 10.분 대금청구서에 원래 청소 용역 대금 외에 60,980,000원을 '기타' 항목으로 추가한 후 이를 A에게 전달하고, 2019. 11. 19.경 피해 회사로부터 원래 청소 용역 대금보다 부풀린 금액 60,980,000원을 F 명의의 위 E은행 계좌로 송금받아 그 중 F의 수수료 5% 상당을 제외한 금원을 H 명의의 N조합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2019.11. 19.경부터 2021. 12. 31.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총 27회에 걸쳐 원래 청소 용역 대금보다 부풀린 금액 합계 2,631,737,543원을 F 명의의 위 E은행 계좌로 송금받고, 2019. 10. 31.경부터 2022. 1. 2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28회에 걸쳐 그 중 F의 수수료 5% 상당을 제외한 합계 2,495,937,000원을 H 명의의 위 N조합 계좌로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A, B이 피해 회사로부터 합계 2,631,737,543원을 편취하는 것을 방조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방조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종범의 행위이므로 종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3도382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180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 회사는 청소용역 계약의 발주처이고 F는 수주처이다. 피해 회사 직원인 A은 계약 관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것이 염려되어 피고인들과 사적 만남을 전혀 가지지 않다가 이 사건 범행 개시 약 4개월 전인 2019. 6. 6.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일식당에서 피고인들과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졌고(이하 '1차 만남'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중식당에서 피고인들 및 H의 명의상 대표인 B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이하 '2차 만남'이라 한다).
피고인들은 피해 회사의 직원인 A의 말만 듣고 별도의 입찰절차 없이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H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하였다. 이후 피해 회사에 대한 대금청구 관련하여도, H의 용역제공 여부 등에 관한 확인도 없이 A이 요구하는 대로 항목을 바닥청소 중 '기타' 항목으로 하고 업체명도 기재하지 않은 채 피해 회사에 H과 관련된 용역대금을 청구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들이 A과의 2차 만남에서 A과 함께 온 B을 미리 소개받은 점, 피고인들의 H에 대한 용역대금 지급 방식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데, 피고인들은 2년 2개월에 걸쳐 위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용역대금 지급을 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A, B의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사정들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A이 B 명의로 형식적으로만 법인을 설립하여 피해 회사에 대한 아무런 청소용역 제공 없이 피해 회사의 돈을 편취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A은 이 사건 범행으로 약 2년 2개월에 걸쳐 약 26억 원을 편취하였고, 이 사건 범행 개시 전 단순히 H의 대표이사로 명의만 대여한 B에게도 매달 급여 등을 주겠다고 약속하여 실제로 위 기간 동안 월 급여 400만 원, 거주비 월 160만 원, 법인카드월 100만 원 등을 지급하였다(증거순번 29번 17면). 그런데 이 사건 범행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1, 2차 만남을 포함하여 이 사건 범행 개시 무렵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급할 지에 대한 논의나 약속이 전혀 없었고<6>,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개시 후 A에게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A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지급된 대가는 이 사건 범행이 개시된 지 약 1년 후인 2020. 10.경 A이 자발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각 1,000만 원이 전부이다(다만, 피고인들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에서 현재 수사 진행 중이다).
재산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담하는 주된 동기는 재산상 이익임에도 피고인들은 대가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 약속도 없이 인적 신뢰관계도 없었던 A의 부탁만으로 형사책임을 비롯하여 피해 회사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책임 및 F 내에서 해고 등 징계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F와 피해 회사 사이에 용역계약이 유지될 경우 F에 금전적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7> 그것이 F의 직원에 불과한 피고인들에 대한 직접적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닌바, 단순히 피해 회사가 F의 주요 거래처이고, 피해 회사와의 용역계약 유지가 F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A은 경찰 조사 시, 피고인들과의 1차 만남 당시 이미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채 그 대금만 편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횡령한 돈 혼자 먹지 않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범행 방법을 모두 설명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조사에 이르러서는 '1차 만남 당시 곧바로 "횡령할 테니 협조해 달라."고 말한 것은 아니고 합법에서 불법으로 진행되는 과정의 중간 단계에서 제안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로 진술을 일부 변경하였으며, 이 법정에서도 '피고인들에게 범행 방법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에서 횡령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1차
만남 당시 말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들과의 범행 공모 시기에 관한 A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에 더하여, 피고인들과 A은 1차 만남 당시까지 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인적 신뢰관계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이였는데 사적으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A이 피고인들에게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피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려 한다.'는 매우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말을 선뜻 꺼냈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B은 2019. 7.경 A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A이 법인을 설립해서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는 것으로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순번 29번 3~4면) 등에 비추어 보면, 1차 만남 당시 A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설립하는 법인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시켜달라는 '부적절'한 부탁을 넘어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용역 제공 없이 피해 회사의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자는 '범죄행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은 H의 명의상 대표가 될 B과 함께 2차 만남 자리에서 피고인들을 만나서 이 사건 범행 계획을 공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B은 2차 만남 당시 A이 'E은행에 청소용역을 보낼 하청업체를 만들 건데 그 회사 대표가 내 친구인 B이다.'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피고인들이 '우리 회사(F) 팀장에게 피해 회사 측 업무담당자(A)가 청소용역 업체를 하도급업체로 등록해달라고 하여 그렇게 해주겠다고 이미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순번 29번 8~9면, 증거순번 159번 10면). 그러나 위와 같은 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단순히 A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설립하는 법인을 F의 하도급업체로 등록시켜달라는 '부적절'한 부탁을 넘어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용역 제공 없이 피해 회사의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자는 '범죄행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하고, 피고인들이 이에 응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이에 더하여 B은 경찰 제1회 조사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2019. 9. ~ 10.경 A이 찾아와 실제 용역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여, 용역 제공도없이 어떻게 허위로 비용을 청구하느냐고 하자, A이 피고인들과 모두 얘기가 되었다고 하여 A을 믿고 진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마치 2차 만남 당시에는 이 사건 범행에 관한 논의가 없었던 것처럼 진술한 점(증거순번 29번 5면)<8>, 2차 만남 당시에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는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 방법이나 대가에 관하여는 전혀 대화가 오가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차 만남 당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H에 대하여는 실제 용역 제공 여부를 확인한 바 없고, 피해 회사에 대한 대금 청구 당시에도 H의 대금에 관해 다른 하도급업체와 달리 업체명도 기재하지 않은 채 '기타' 항목으로 피해 회사에 대금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실제 용역을 제공받고 그 대금을 지급하는 당사자인 피해 회사 측 직원인 A이 직접 용역제공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하였고, 용역대금도 알려주겠다고 하여 그에 따른 것이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용역을 제공받는 피해 회사 측 담당자인 A이 용역이 제대로 제공되었는지에 관하여 직접 확인하고, 대금도 직접 정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용역계약에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A의 위와 같은 요청을 굳이 거절할 이유까지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업무처리 방식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9>.
한편, U은 이 법정에서 '2020. 10.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AA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 A과 피고인들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이 있는데 당시 차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위험하게 가느냐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C은 2020. 10.경 당시 차장이 아닌 과장 직급이었는바, 실제 피고인 C이 위 자리에 있었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고,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2020. 10.경 전후하여 이 사건 범행 방법이나 상황에 별다른 변화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만약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개시 당시부터 이 사건 범행의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피고인 C이 위와 같은 말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현경(재판장) 국양근 석지성
별지
각주1) 피고인 A, B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 일부를 직권으로 수정하였다.
각주2) 피고인 A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D이 H에 미리 대금을 선지급¦
각주3) 첨부 서류 포함
각주4) 첨부 서류 포함(이하 수사보고서는 모두 같다)
각주5) 다만,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행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후회로 인해 자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채권채무관계에 있던 U의 협박으로 인해 자수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자수 경위도 고려한다.
각주6) A은 경찰 및 검찰 조사 시 '피고인들에게 "횡령한 돈 혼자 먹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였고, 피고인들도 어떠한 콩코물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다.
각주7)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F는 아무런 용역제공 없이 약 1억 3천만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각주8) B은 이 법정에서 'A과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 시점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착각해서 잘못 진술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B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18면), 수사기관에서의 전체적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착각에 의해 시기를 잘못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각주9) F 내부 감사 과정에서 H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사실이 적발되기는 하였으나 비용을 '기타' 항목으로 청구한 부분에 관하여는 별도로 지적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