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D'라는 상호로 도장·도색 공사 등 건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참가인은 2018. 3.경 원고에게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되어 제주시 E에 있는 건물외벽 도색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도색 작업을 하던 사람이다.
참가인은 2018. 3. 30. 16:20경 이 사건 현장과 옆집인 제주시 F 사이 경계에 있는 약 1.2m 높이의 돌담에서 떨어져 옆집 마당에서 넘어진 채로 발견되어 G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참가인은 2018. 3. 30.부터 2018. 5. 11.까지 2차례 뇌수술을 포함하여 4차례 수술을 받는 등 2018. 6. 20.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9. 2. 27. '심각한 인지기능 장애 및 연하장애, 우반신 마비 등(이하 '이 사건 부상'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19. 7. 4. 제주특별자치도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부상은 근로자인 참가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겼음을 인정하여 달라고 신청하였고,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8. 5.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9. 8.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1. 7.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5, 6의 각 기재, 갑 제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은 원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업 도중 이 사건 현장을 이탈하여 술을 마시는 바람에 만취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현장에 통상적이지 아니한 경로인 옆집 돌담을 넘어 접근하는 등의 중과실로 이 사건 부상을 입은 것이므로 원고는 휴업보상이나 장해보상을 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을 입은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요양보상 및 장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한편(제78, 80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같은 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이하 '보험급여'라 한다)를 지급받을 수 있다(제37, 40, 57조).
근로자가 위 두 법률에 따른 보상 또는 보험급여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 이미 지급받은 보상의 범위 안에서는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근로기준법 제87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1, 3항), 이처럼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상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그와 관련하여 근로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그 생활을 보장하고자 적정하게 보상하여 주려는 취지에서 그 성질이 동일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경우 근로자가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대하여는 업무와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지급되지 아니한다(제37조 제2항). 요양 중인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요양에 관한 지시를 위반하여 부상을 악화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3조 제1항 제1호).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태도와 앞서 본 근로기준법상 보상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 사이의 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81조에서 휴업보상과 장해보상의 예외 사유로 정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근로자가 고의로 재해를 유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적정한 작업 지시를 하는 등 업무상 재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현저히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재해에 이른 것이어서 공평의 관점에서 근로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대한 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휴업보상과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안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참가인이 원고의 주장대로 작업 도중 술을 마셔 만취한 상태였다거나, 이 사건 현장에 옆집 돌담을 넘어 접근하는 등의 중대한 과실로 이 사건 부상을 입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아래 각 증거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참가인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갑 제3호증의 2부터 4까지, 을가 제2호증의 각 기재
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동료 근로자들 및 이 사건 현장 인근 주민의 사실확인서이다.
그런데 을가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부상을 입은 2018. 3. 30. 16:20경에는 이미 이 사건 현장에 있는 2층 주택 외벽 중 2층 부분은 모두 폐인트칠이 마무리되어 1층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H, J의 진술 부분은 참가인이 이 사건 현장에 있는 2층 주택 외벽 중 높은 부분에 페인트칠을 하고자 자꾸만 화분을 밟고 이 사건 현장과 J의 집 사이에 있는 돌담에 오르려고 했다는 내용으로서 위와 같은 이 사건 현장의 당시 작업 상황과 들어맞지 않아 믿기 어렵다.
또한 I의 진술 부분은 그 자체로 참가인의 음주 여부 및 장소, 돌담에 오른 경위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도 담고 있지 아니하여 참가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을가 제3호증의 기재
이는 2019. 11. 7. 중앙노동위원회 심문의 녹취록으로서 J가 '위 사실확인서는 그 내용을 모르고 인쇄된 것에 서명을 해주었을 뿐이다, 참가인이 돌담 위에 올라가 페인트칠을 할 이유는 없었다.'라고 하면서도 '참가인이 돌담을 넘어 이 사건 현장에 접근하려고 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화분이 깨졌다, 평소 집 대문을 잠가 두는데, 그 날은 어떻게 참가인이 대문으로 들어와 돌담을 넘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J는 'H이 화분 깨지는 소리가 나자 돌담을 손으로 잡은 참가인에게 "거기로 올라가지 마소"라고 말하였는데 참가인이 그 말을 듣지 않고 그냥 올라가서 넘어질 때 집 안에서 나왔다.'라는 취지로 말하다가 공익 위원으로부터 '그 돌담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다가 떨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듣자 '올라가지도 못하고.'라고 말하였다(을가 제3호증 중 33, 34쪽).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J는 밖에서 화분 깨지는 소리가 난 다음 참가인이 이미 땅 위로 넘어지고 나서야 집 밖으로 나온 것으로 보여 참가인이 돌담 위로 올라가려다 넘어진 경위에 대한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진술에 따르더라도 참가인이 돌담 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넘어졌다는 것이어서 참가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갑 제4,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영상
위 각 영상은 이 사건 현장 인근의 모습과 참가인이 통상적이지 아니한 경로로 이 사건 현장에 접근하였다고 원고가 주장하는 경로를 촬영한 사진인데, 위 증거만으로는 참가인이 원고 주장대로 옆집 돌담을 넘어 이 사건 현장으로 접근하려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참가인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