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2. 12. 선고 2023구합76792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같은 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제84조에 따른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재정운영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면서(제33조 제1항),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 등에 관하여 제34조 제1, 2항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1>

나.

피고 장관은 제1기 재정운영위원회부터 제11기 재정운영위원회까지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중 5명에 관하여는 원고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원고들은 주로 그 소속 사무총장이나 상임부위원장 등 일정한 직책을 가진 사람을 추천하였다)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왔다. 예를 들어 제11기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의 경우, 피고 장관이 제11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에 관한 공문을 원고들과 원고 A단체 산하의 C단체, D단체 및 원고 B단체 산하의 E노동조합을 수신자로 하여 보내면, 원고 A단체이 원고 A단체의 상임부위원장을, 원고 B단체이 원고 B단체의 부위원장을 각 추천<2>하여 회신하였고, 피고 장관이 위 각 사람을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위촉하였다. 그 결과 제1기 재정운영위원회(임기: 2000. 8. 3. ~ 2002. 8. 2.)부터 제11기 재정운영위원회(임기: 2021. 1. 1. ~ 2022. 12. 31.) 위원 중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에는 원고들 소속인 사람들이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다.

피고 장관은 2023. 5. 3. ‘제12기 재정운영회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별지 수신자 목록 기재와 같이 수신자에 원고들 산하의 C단체, D단체 등의 노동조합은 포함하면서도, 원고들은 제외하였다.

라.

원고 B단체은 2023. 5. 4.경 피고 장관에게 ‘F’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는데, 그 내용은 ‘귀 부처는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원고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가맹 및 단위노조에 발송하였다. 원고 B단체의 가입자 대표성을 부정하고 위원 추천에서 원고 B단체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강력히 항의하고, 원고 B단체의 가입자 대표성을 인정하는 위원 추천 과정을 다시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마.

원고 A단체은 2023. 5. 8.경 피고 장관에게 ’G‘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는데, 그 내용은 ’귀 부처는 지난 4일 발송된 공문에서 원고들을 배제하였다. 건강보험의 매년도 수가를 포함한 건강보험 재정 전반을 논의하는 정부위원회에서 법적 근거 및 사전 협의도 없이 노동조합총연맹을 배제한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원고 A단체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제도 도입 이래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의 추천권을 행사해 온 합법적 노동조합 총연맹 조직으로서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원고 A단체의 상임부위원장임 H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바.

피고 장관은 2023. 5. 22.경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을 임명 또는 위촉하였는데, 그 중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목록은 아래와 같다.

사.

원고 B단체은 2023. 8. 31.경 피고 장관에게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는데, 이는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추천권을 보장한 노동조합은 전국단위 총연합단체임이 명백하고, 귀 부처도 그동안 원고 B단체을 통해 위원 추천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원고 B단체은 법 규정과 관행에 따라 원고 B단체의 부위원장 Z와 원고 B단체 산하 E노동조합의 부위원장 AA을 위원으로 추천한다.‘는 내용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13, 20,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1)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추천권을 가진 노동조합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근로자 및 각 노동조합을 대표하고 이해관계를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원고들이라고 해석된다.

①

원고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가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함이 분명한데,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취지상 여기서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모든 노동조합이 아니라, 모든 직장가입자를 대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②

2021년 말 기준 원고 A단체의 조합원 수는 123만 8,000여 명, 원고 B단체의 조합원 수는 121만 3,000여 명으로, 국내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 중 직장가입자에 대한 양적 대표성을 가지는 조직은 원고들이 유일하다. 특정 업종이나 직종의 이익을 대변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이나 연맹, 단위 노동조합들과 달리 원고들은 전체 업종과 직장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직장가입자를 대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③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을 개별단위 노동조합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에 우호적인 운영위원만을 선별하여 정부가 자의적으로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④

법 제34조 제2항 제1호는 노동조합 외에 사용자단체에게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고, 그에 따라 피고 장관은 Q연합회, S연합회, U, W, 인사혁신처로부터 추천을 받아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단체와의 대응관계를 고려할 때, 여기서의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연합단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⑤

피고 장관도 그동안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을 원고들이라고 해석하여 원고들에게 추천권을 부여하고 원고들이 추천한 사람을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위촉하여 왔다.

따라서 원고들은 위 규정에 따라 피고 장관에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추천할 법률상 권리를 가지고, 피고 장관은 원고들의 추천에 따라 위원을 임명 또는 위촉할 의무를 부담한다.

원고 A단체은 2023. 5. 8.에, 원고 B단체은 2023. 8. 31.에 각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추천하였으므로, 피고 장관은 원고들이 추천한 사람을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해태하고 있는바, 피고 장관의 부작위로 인하여 원고들의 법률상 권리인 추천권이 침해당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한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직장가입자를 대표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 없이 원고들과 달리 회계장부 제출 명령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노동조합에게만 추천권을 부여하고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위촉하였다. 이러한 위촉행위는 직장가입자 대표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당결부금지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

나.

피고들

1)

원고들에게는 피고 장관에게 그 추천한 사람을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 장관은 원고 A단체의 2023. 5. 8. 자 공문을 받지 못하였고, 원고 B단체의 2023. 8. 31. 자 공문은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위촉이 끝난 후 발송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신청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은 원고적격 및 대상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의 피고인 피고 대한민국은 행정청이 아니므로 피고적격이 없다. 한편 피고들은 다양한 직역과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과 다르게 조합원 수가 3,000명 이상인 노동조합에게 위원 추천 기회를 부여하되, 회계장부 미제출 등의 법률위반 사항이 존재하는 노동조합에게는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인바, 이러한 재정운영위원회 위촉에 부당결부금지원칙 등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의 적법 여부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호는 ’부작위라 함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36조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처분의 신청을 한 자로서 부작위의 위법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이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행정청이 당사자의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 또는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행정청의 응답을 신속하게 하여 부작위 또는 무응답이라고 하는 소극적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고, 이러한 소송은 처분의 신청을 한 자로서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자만이 제기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행정청에 대하여 어떠한 행정처분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아니하거나 부작위의 위법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볼 수 없거나 원고적격이 없어 그 부작위위법 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피고 장관에 대하여 어떠한 행정처분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를 갖고 있다거나 부작위의 위법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소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볼 수 없거나 원고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

1)

원고들의 주장은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이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원고들만을 의미하므로,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권한은 원고들에게만 있는 것을 전제로 하나,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이 해석하기 어렵다.

①

법령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8두63143 판결 등 참조). 법은 문언상 ’노동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노동조합이 전국적 규모여야 한다거나, 노동조합의 총연합단체여야 한다는 등의 추가적인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하므로(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본문), 법 제34조 제2항 제1호가 규정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 노동조합이라면 그 조직형태가 단위노동조합(기업별, 직종별, 산업별)이든 연합단체이든 묻지 않고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법률해석의 기본원칙에 부합한다. 이는 다른 법률에서 각종 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추천 권한을 가진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내지 범위를 ’전국 규모의 노동단체‘로 한다거나, ’총연합단체‘로 한다는 등으로 정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더라도 분명하다. 즉, ㉠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 제청하여 위촉한다고 규정하고(위 법 제14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3항), ㉡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위원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전국 규모의 노동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위 법 제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1조의3 제1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심의위원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 정하고 있고(위 법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1호), ㉣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연합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법 제103조 제2항 제2호).

②

원고들은 위 다른 법령의 규정들을 들어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도 전국적 규모이면서 총연합단체인 원고들로 해석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나, 문언상 법과 다른 법령이 명확하게 다르게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위 각 법률 중 국민연금법을 제외한 각 법령은 법률에서는 해당 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최저임금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또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람‘(고용보험법 제7조 제4항 제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조 제2항)이라고 규정하면서, 각 해당 위원의 자격과 임명․위촉 또는 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최저임금법 제14조 제6항, 고용보험법 제7조 제6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조 제4항)<3>, 그에 따른 각 시행령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에 대한 추천 권한을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 또는 ’전국규모의 노동단체‘에게 부여하고 있는 체계(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 제3항,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조의3 제1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4조 제1호)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해 법은 제34조 제4항에서 “재정운영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그에 따른 법 시행령은 제14조가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과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의 추천방법 및 추천대상을<4>, 제15조 내지 제17조가 재정운영위원회의 회의․소집․의장․의결․소집절차, 간사, 회의록 등을 각 규정하고 있을 뿐,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에 대한 추천 권한을 가진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나 범위 등을 한정하거나 제한하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법과 위 각 다른 법률의 문언, 법령의 체계와 규율내용의 차이 및 다른 법령의 개정 연혁<5>과는 달리 법은 제정된 때부터 현재까지 법률은 물론 시행령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관해서는 개정된 바 없고, 시행령에서도 그에 관한 규율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법을 비롯한 위 각 법률의 각종 위원회의 구성 내지 추천에 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문언의 의미를 분명히 구분하여, 법에서는 ’노동조합‘으로, 다른 법률에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람‘ 또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각각 규정하고, 다른 법률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람’ 등에 대한 추천 권한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할 것을 행정입법자에게 위임한 것에 비해, 법에서의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나 범위에 대하여는 행정입법자에게 위임하지 않는 체계로 규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다른 법령의 규정들은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을 원고들 주장과 같이 해석할 설득력 있는 근거라고 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 위 다른 법령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위촉함에 있어 추천 권한이 있는 노동조합의 범위를 규정한 것임에 반하여, 법은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위촉하는 경우 노동조합의 추천 권한을 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추천 권한을 행사하는 취지 내지 의미 및 상황이 동일하지도 않은바, 원고들의 주장처럼 다른 법령의 규정을 들어 법의 노동조합도 원고들로 한정하여 축소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③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사용자단체‘의 해석에 의하더라도 노동조합을 원고들에 한정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원고들은 위 사용자단체가 Q연합회 등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를 의미함을 전제로, 그에 상응하는 노동조합 역시 원고들처럼 전국적 규모의 노동조합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위 규정은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도 아무런 추가 요건을 두지 않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사람이 제청 및 위촉되고(위 법 제14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3항), 고용보험법상 고용보험위원회의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은 ’전국 규모의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중 위촉되며(위 법 제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1조의3 제1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심의위원회의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경우 ’전국을 대표하는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중 위촉된다(위 법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1호). 이러한 규정에 의할 때,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사용자단체는 반드시 전국적 규모일 필요 없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단체의 개념에 부합하면 되는바, 이에 상응하는 노동조합 역시 법 문언과 달리 전국적 규모여야 한다거나, 총연합단체여야 한다고 해석할 이유가 없다.

④

원고들의 노동조합 총연합단체로서의 지위 및 그 조합원 수나 각 산하에 조직되어 있는 산업별 연합단체, 단위 노동조합의 현황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에 관한 추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수긍할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법의 명확한 문언과 노동조합의 조직 형태나 범위에 관하여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은 규율 체계에도 불구하고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이 원고들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아래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은 피고 장관에게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추천할 권한을 가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지, 특정인에 관한 임명 또는 위촉을 요구할 권리까지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사정들은 법상 추천 권한을 가지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나 범위의 해석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다. 게다가 원고들 주장처럼 해석한다면, 기존 제1기부터 제11기까지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에 있어 원고들이 아닌 다른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은 설령 그 추천 노동조합이 원고들 산하 노동조합이더라도 별개 노동조합인 이상 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인 원고들의 추천을 결여한 것이 되는데, 원고들은 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2)

나아가 법 제34조 제2항 제1호는 피고 장관이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임명 또는 위촉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일 뿐, 피고 장관에게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람을 그대로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임명하거나 위촉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추천권이란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권한에 불과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 장관에게 특정인을 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할 것까지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앞서 본 문언과 연혁, 규율 체계를 가진 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규정만으로는 원고들에게 피고 장관에게 어떠한 행정처분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법규상 신청권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비록 제1기부터 제11기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는 피고 장관이 원고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게다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청의 내용을 보면 이는 원고들이 추천한 사람을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여 달라는 것이지, 원고들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에 관한 것도 아니므로, 원고들에게 부작위 위법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청에게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소극적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한 경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그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누13326 등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이나,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 장관이 원고들이 추천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사실은 명백한바,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장관의 부작위 또는 무응답이라고 하는 소극적 위법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부분소는 부적법하고, 피고 장관이 원고들이 추천한 사람을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 장관의 부작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의 적법 여부

가.

피고적격 판단

피고 대한민국은 위 피고에게 피고적격이 없다고 본안전항변하나,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예비적 청구가 항고소송이 아닌, 공법상 당사자소송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위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나.

확인의 이익 판단

직권으로 본다.

행정소송법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대하여는 소의 이익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소의 이익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이 준용되고(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따라서 공법상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의 경우, 항고소송인 무효확인소송과 달리 확인의 이익이 필요하다. 한편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하는 데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된다(대법원 2001. 9. 4. 선고 99두10148 판결, 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26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재정운영위원회 위원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는 위원 임명․위촉에 관한 공법상 계약이 성립하였는데, 위 계약은 부당결부금지원칙 등을 위반하여 무효이다)에 의하더라도 공법상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이지 원고들이 아니므로,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간에는 그 효력확인을 구할 공법상 법률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추천권‘ 등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이 부분 소와 같은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소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

5.

결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김준영 류지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