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 11. 13. 선고 2024고단2491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범죄전력]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은 2021. 4. 27.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침입)죄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3. 9. 28.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들의 지위]

피고인 A은 I단체 J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이하 'J노조 서울경기지부'라 한다) 지부장, 피고인 B은 J노조 서울경기지부 부지부장, 피고인 C은 J노조 서울경기지부 K분회분회장, 피고인 D은 J노조 서울경기지부 K분회 부분회장, 피고인 E은 J노조 서울경기지부 K분회 노조전임자, 피고인 F은 J노조 서울경기지부 K분회 이송 직종 대표자, 피고인 G은 I단체 경기본부(이하 'I 경기본부'라 한다) 수석본부장, 피고인 H는 I 경기본부 본부장이다.

[사건개요]

L병원은 청소, 병동관리, 시설관리, 경비 등의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여 수행하고 있는바, J노조서울경기지부 K분회 소속 조합원(이하 '노조원'이라고 한다)들은 외부업체인 M, ㈜N, ㈜O, ㈜P 등에 소속되어 L병원에서 청소, 병동관리, 시설관리, 경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오던 중 'L병원의 근로자들 직접고용'을 촉구하기 위하여 2019. 9.17.경 L병원 Q병동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L병원이 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자, J노조 서울경기지부 조합원 및 노조원들은 L병원 내부에서 농성 등을 통하여 L병원을 압박하기로 결의하고, J노조 서울경기지부 상급단체인 I 경기본부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범행내용]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결의 및 지원 요청에 따라 다수의 성명불상 노조원들과 2019. 9. 20.경부터 L병원 내부인 Q병동 로비에 진입하여 L병원을 압박하며 농성 등을 지속하기로 공모하고,2019. 9. 20. 12:10경 성남시 분당구 R 소재 L병원 Q병동에서, 기부벽옆에 현수막을 부착한 후 앰프 등 음향시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을 이루어내자'는 취지의 구호를 제창하고 직접 개사한 노동가요의 합창을 함으로써 위 장소에 인접한 재활치료실, 약국, 심장혈관센터, 척추센터, 원무과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직원들이 환자와 대화할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키고 소란을 피운 것을 비롯하여, 이때부터 2019. 12.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2회에 걸쳐 위력으로 위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의 진료 업무, 간호사의 진료상담 업무, 수술장의 수술 및 진료업무, 중환자실의 진료 업무 및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원무수납 업무, 채혈실과 영상의학과, 특수검사부에서 이루어지는 검사 업무, 약제부의 복약지도 업무, 재활치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치료 업무 등 피해자 L병원 소속 직원들의 병원 운영 업무를 방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 제1항). 그러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이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12. 28. 선고 2007도5204 판결 참조).

3)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의 방식·기간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참조).4)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하는바, 특히 그 절차에 관하여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5)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또는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3조, 제4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한편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한 조합활동이 도급인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과 충돌할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조합활동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을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여 그곳에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경우,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로 제공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 되는 곳으로서 조합활동의 기본적인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조합활동으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조합활동이 도급인에 대해서도 정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노동3권의 구체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해당 조합활동이 가지는 의미와 필요성, 조합활동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조합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조합활동을 위해 사용한 장소 또는 시설의 범위·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조합활동으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져 온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고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2. 24.자 2024마6760 결정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인들은 수십명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명에 이르는 I 조합원들과 함께L병원의 Q병동 로비와 현관, 행정동 앞에서 일정 구역을 점거한 채 확성기 등을 이용하여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소음을 유발하였는바, 당시의 각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 등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행위모습과 그 지속시간, 횟수, 단체행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 단체행위가 이루어진 장소가 종합병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L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적어도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위력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피고인들은 단체행위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위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나, 위 판결은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형태의 파업에 관한 것으로서, 사업장의 일부분을 점거한 상태에서 소음 등을 유발하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에 나선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그 법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2)

다만, 노동조합법 제4조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 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1>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고 규정하는바, 피고인들의 단체행동이 위 규정에 따라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3)

검사는, 피고인들이 2019. 9. 20.부터 2019. 12. 7.까지 총 32회에 걸쳐 한 범죄일람표 기재 단체행동을 포괄일죄로 기소하였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7 내지 32항 기재 행위는 피고인들이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권을 취득한 후 조합원들의 결의를 거쳐 한 단체행동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고, 반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6항 기재 행위는 위와 같은 쟁의권 취득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단순한 조합활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는바, 각 행위를 나누어 살펴본다(다만, 쟁의행위 또한 노동조합법에 따른 광의의 조합활동의 한 형태로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 목적이 노동조합과 그 소속 조합원들의 지위 및 근로조건 등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고,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 ·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합활동을 보장하고 있는바, 쟁의행위와 단순한 조합활동의 적법성 판단에 기준이 되는 요건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는 없다고 보인다).

4)

범죄일람표 순번 제7 내지 32항 기재 단체행동에 관하여

가)

피고인 C, D, E, F(이하 '피고인 C 등'이라 한다)은 L병원의 직원이 아니라, 위 병원으로부터 청소 등의 용역을 도급받은 수급업체의 직원들로(피고인 A, B, G, H는 I 소속 임원들로서 소속 조합원인 피고인 C 등과 같은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지원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에 참여하였다) L병원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L병원의 병동 등은 피고인 C 등과 같은 수급업체 소속 직원들이 청소, 병동관리, 경비 등 도급받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장소이고, 본건 쟁의행위의 목적이 L병원을 상대로 수급업체의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인바, 이러한 요청사항의 현실적 전달을 위해 단체행동이 사업장인 L병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이 있고, L병원 또한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해당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면서 그에 따른 일정한 이익을 향수하고 있는 이상,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가 적법성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 이상, 쟁의행위의 결과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는 측면이 있더라고 이를 용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자신과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L병원의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하였다는 점, 그 자체만을 가지고 쟁의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나)

정부는 2017년경 '공공분야 정규직 전환 지침'을 발표하였고, 이후 피고인들은 단체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위 지침에 따라 L병원과 사이에서 수급업체 소속 직원들의 직접고용에 관한 협의를 해 왔다. L병원은 수급업체 소속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전원 고용이 아니라 업무평가에 따른 선택적 고용을 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만약 위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자회사를 설립하여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결과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시도되었으나, 2019. 10. 28. 최종적으로 조정이 불성립되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를 결정한 뒤, 본건 단체행동에 이르렀는바, 피고인들이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행위로서의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였다고 판단된다.

다)

피고인들은 L병원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고, 이러한 요구사항은 사용자의 인사, 경영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응 근로조건의 향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본건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 교섭 과정, L병원 또한 직접고용과 관련하여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해 왔고, 노동위원회 조정과정에서도 직접고용에 관하여 협상이 이루어졌던 점, 사후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이후 L병원이 수급업체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결정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고용 요청은 이 사건에서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L병원의 공통된 핵심 관심사항으로서 교섭의 대상이 되었던 사항에 해당하고,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지위와 L병원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직접고용 여부는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형식적 관점에서만 보아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행사에 관한 것으로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한편 2026. 3. 10.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관하여 주장의 불일치'가 있는 경우를 노동쟁의에 포함시킴으로써 쟁의행위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바, 이러한 개정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쟁의행위를 통해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구체적 행위태양 측면에서 보면, 피고인들은 진료실, 수술실 등과 같이 고도의 평온이 유지되어야 하는 곳이 아닌 개방된 장소로서 일반인들의 일반적 출입이 허용되는 건물의 로비와 현관 앞에서 단체행동을 하였고, 단체행동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더라도, 피고인들은 로비 등에서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고, 대표자가 연설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체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이 로비나 현관 등을 완전히 점거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 등의 출입을 막거나, 진료실 등 주요 장소를 점거하여 병원의 본질적 업무를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체활동을 하였다는 증거는 없다. 또한 조합원들은 단체활동이 이루어지는 도중 응급 환자 등이 병원을 출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조합원들을 통제하는 모습이 확인되는바, 이러한 피고인들의 단체활동은 사업장의 본질적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사용자의 출입이나 관리 또는 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로서 쟁의행위의 적법성한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인들의 구호, 노래제창, 연설 등으로 인하여 소음이 발생하였고 이 때문에 원무과 업무에 다소간의 불편함이나 지장이 초래되었을 것으로는 보이긴 하나, 그 정도가 쟁의행위의 적법성을 부인할 정도로 수인한도를 넘어섰다고는 보이지 않고, 달리 병원의 핵심 업무인 진료, 검사, 치료, 수술 등 업무가 단체행동으로 인하여 중단되거나 현저한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5)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6항 기재 단체행동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L병원과 논의되어 왔던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촉구할 목적에서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그 소속 조합원들과 함께 단체활동에 나아갔고, 단체활동은 근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심시간에 이루어졌다(순번 제5항의 경우 피고인은 C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 단체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단체활동이 총 6회에 그쳤고, 그 지속 시간도 각 수십분 정도로 비교적 짧으며, 일부 단체활동이 병원 내 로비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나, 주로 Q병동 현관이나 행정동 앞에서 이루어져 병원업무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단체활동은 참석자들이 연설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평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참석자의 수도 쟁의권 취득 이후에 이루어진 쟁의행위와 비교할 때 비교적 적은 편이며, 피고인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등의 출입을 막거나 물리적 충돌을 초래할 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의 이 부분 단체활동이 정당한 조합활동으로서 한계를 일탈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6)

위와 같은 점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행위 내지 조합활동으로서 정당성의 범주 내에 있다고 인정되고, 그것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형법 제58조 제2항 후단 규정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취지를 공시하지는 아니 한다.

판사 김우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