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1. 12. 17. 선고 2019가단118034 판결

주문

1.

원고에 대한,

가.

피고 주식회사 B의 [별지1] 목록 제1 내지 6항 기재 각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각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나.

피고 주식회사 C의 같은 목록 제7항 기재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3,295,255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불허하고,

다.

파산자 주식회사 D의 같은 목록 제8, 9항 기재 각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각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1의 가, 다항 기재 각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정지하고, 제1의 나항 기재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3,295,255원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정지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B, 파산자 주식회사 D의 파산관재인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들이,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C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한다.

5.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연구소’라고 한다), 주식회사 D의 소송수계인 파산자 주식회사 D의 파산관재인 E(이하 ‘피고파산관재인’이라 한다)에 대한 청구

가.

청구의 표시

[별지2] 청구원인 기재와 같다(다만 ‘원고들’은 ‘원고’로 정정한다).

나.

각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2호, 제150조 제3항, 제1항)

2.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

가.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9호증의7, 제29호증, 을나 제3, 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당사자관계 및 업무위탁계약의 체결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회사’라고 한다)은 유사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피고연구소,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 주식회사 F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이다(이하 피고회사와 자회사들을 함께 ‘피고회사 및 자회사’라고 한다). G은 위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F”라는 이름으로 유료 증권방송을 하며 유사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2018. 1. 18. D과 ‘텔레마케팅(telemarketing, TM) 아웃바운드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고 한다) 위탁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이라 한다) F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다. 이 사건 업무는 피고회사 및 자회사로부터 제공받은 명단의 무료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유료 회원으로 유치하는 등 회원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2)

공정증서의 작성

원고는 [별지1] 목록 제7항 기재와 같이 발행인 원고, 수취인 피고회사, 액면금 13,738,208원, 발행일자 2019. 2. 28.로 된 약속어음을 작성한 다음 2019. 2. 28. 증서 2019년 제310호로 피고회사 대리인 H과 함께 공증인가 I합동법률사무소 공증담당변호사 J으로 하여금 강제집행을 받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하는 취지가 기재된 약속어음 공정증서(이하 ‘310호 공정증서’라고 한다)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310호 공정증서와 관련하여, 원고는 같은 날(2019. 2. 28.) 피고회사 대리인과 사이에 (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의 종료

원고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2018. 1. 18.부터 업무를 중단한 2019. 6. 30.경까지 약 1년 반 동안 피고회사로부터 프로모션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 3,295,255원을 포함하여 D, 피고회사, 피고연구소 등으로부터 기본급과 수당 등 합계 263,984,672원을 지급받았는데, 업무를 중단한 직후인 2019. 7. 26. D, 피고회사, 피고 연구소 등의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L이 원고에 대하여 카카오톡으로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의 해지를 통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으로 종료되었다.

나.

청구원인

원고는, ① 자신은 ‘피고연구소’의 근로자로서 피고연구소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급여를 지급받았으므로 피고회사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도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므로, 310호 공정증서 상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原因關係)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원인무효이고, ② 설령 자신이 ‘피고회사’의 근로자성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310호 공정증서는 자신의 데이터베이스 유출 또는 중도 퇴사를 막기 위하여 강요된 채무부담증서로서 근로계약(勤勞契約)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같은 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며, ③ 설령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므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不公正)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④ 설령 불공정한 법률행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작성에 관여한 310호 공정증서는 진의(眞意)로 작성된 것이 아니거나 그 작성 당시에 원인채권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통정허위표시(通情虛僞表示)에 기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민법 제107조 또는 제108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회사를 상대로, 310호 공정증서에 기초한 집행력의 배제를 구한다.

다.

판 단

(1)

근로자 여부(청구원인①, ②)

청구원인① 및 ② 모두 사용자가 피고연구소이든 피고회사이든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20조 소정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9두39314 판결 참조).

그러므로 살피건대, 앞서 채택한 증거들, 갑 제30호증, 을나 제2, 5 내지 7,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정 및 법리에 의하면, 갑 제1 내지 14, 19, 20, 23호증(자세히 보면 원고가 직접 관련되는 서증은 별로 없다)을 포함한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의 지휘․감독 하에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볼 증거가 없다.

①

원고와 같은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사람들은 각종 수당에서 3.3%의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다. 원고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과 관련하여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의 사업장 근로자로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②

물론 앞서 법리에서 본바와 같이 ①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되기는 한다. 그런데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의 일반 직원들이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와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한 후 매월 15일에 근로소득세 및 고용보험료,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등 제세공과금을 원천징수한 후 고정된 급여를 지급받아 온 것과는 달리, 원고는 피고연구소도 피고 회사도 아닌 D과 사이에 2018. 1. 18.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업무에 관한 영업활동을 위탁받아서 하였을 뿐더러,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은 각자의 영업실적에 따라 서로 다른 수당, 프로모션 등을 지급받아 같은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적에 따른 격차가 상당하였고, 지급 시점도 일, 주, 월 단위로 계산되어 그때그때 지급되었으며, 지급액 또한 매달 실적에 따라 유동적이었으므로,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가 원고에 대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일반 직원과 다른 지위를 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③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는 일반 직원들에 대하여는 근로계약상 근로장소와 근로시간을 지정하였고, 복무규정, 징계규정 등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제정하여 이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 같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 근로장소와 근로시간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역시 적용되지 않았는바, 이점에서 보더라도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가 원고에 대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취업규칙을 배제하기로 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④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은 이 사건 업무에 관하여 각자 자신의 책임으로 행하는 텔레마케팅 업무 및 이에 부수한 기본적인 회원 관리업무를 넘어서, 원고연구소나 원고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시 내지 할당을 받거나 텔레마케팅 업무와 관련한 개별적․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지는 않았다(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가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의 매출실적을 집계하고 관리한 것은 서로 다른 수당, 프로모션 등을 지급하기 위하여 각자의 영업실적을 산출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⑤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은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업무프로그램이나 사내 메신저에 대한 접속․사용권한도 없었고, 피고연구소나 피고회사로부터 사내전산망을 통하여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의 업무나 근태 등을 관리 받지도 않았으며, 지각이나 조퇴 혹은 결근을 한다고 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도 아니하였다.

⑥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하는 원고와 같은 사람들은 피고회사나 피고연구소 혹은 D을 상대로 이 사건 외에 약속어음 공정증서 작성과 관련하여 다수의 청구이의소송 또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최고․최종심법원으로서의 재판기능을 가진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은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1다225302 판결뿐이다. 이 판결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3. 18. 선고 2020나55983 판결의 상고심이었는데 피고회사로부터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했던 사람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원심판결인 위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은 1심을 인용하면서 피고회사로부터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업무를 위탁받아 담당했던 사람의 항소를 기각한 사안이다. 그리고 그 1심 판결이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3. 4. 선고 2018가단23258 판결이다(이하 위 세 판결을 합쳐 ‘관련 확정판결’이라 한다). 같은 법령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와 관련한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사건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에는,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해칠 것이 우려되므로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유일한 경우 대법원이 법령해석과 적용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민사재판에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를 배척할 수 없는바(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08195 판결 참조), 갑 제32, 33호증을 포함하여 원고 제출의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관련 확정판결을 배척할 정도로 합리적 이유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러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근로기준법 위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불공정한 법률행위 여부(청구원인③)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피해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떠한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다216072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고려하면서, 원고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피고회사가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인지 살피건대, 원고 제출의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피고 회사와 사이의 이 사건 확약서 및 310호 공정증서 작성(2019. 2. 28.) 당시 원고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 및 310호 공정증서 작성에 따른 원고의 급부(이 사건 업무의 임의중단이 있을 경우 기왕에 지급받은 돈 중 프로모션 부분을 반환하기로 하고 이를 담보함과 동시에 데이터베이스 유출 및 피고회사가 불허하는 영업방식으로 피고 회사에 손해를 끼칠 행위를 담보 및 손해배상 예정하기 위하여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한 것)가 현저히 불공정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원고가 받은 돈의 합계는 263,984,672원인데, 피고회사로부터 프로모션 명목으로 지급받았던 돈은 그중 3,295,255원에 불과하고, 310호 공정증서상 액면금도 13,738,208원이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비진의표시 또는 허위표시 여부(청구원인④)

앞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면서 그 의무를 위반할 경우 피고회사로부터 받은 프로모션의 반환을 약정하였고,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함으로써 그 반환 담보 및 데이터베이스 유출과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상 의무위반으로 피고회사에 손해를 끼칠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으로서 310호 공정증서상 채무를 부담한다는 표시행위를 피고회사에 대하여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그 표시행위에 나타난 대로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표시행위에 대응하는 내심의 효과의사, 즉 310호 공정증서상 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한다는 의사가 원고에게 존재하지 않았어야만 할 것인데, 이 사건 확약서상 의무로 규정된 사항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증담당 변호사 앞에서 310호 공정증서를 직접 작성한 자에게 그와 같은 채무부담의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어서 원고의 의사표시를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원고의 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상대방인 피고회사로서는 원고가 전혀 채무를 부담할 의사 없이 진의에 반한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까지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원고는 그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대로 310호 공정증서 상의 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310호 공정증서가 그 작성 당시에 원인채권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통정허위표시에 기하여 작성된 것으로 무효인지 본다. 어음행위는 무인행위(無因行爲)로서 어음수수의 원인관계로부터 분리하여 다루어져야 하고 어음은 원인관계와 상관없이 일정한 어음상의 권리를 표창하는 증권이다. 어음의 소지인은 소지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그가 어떠한 실제적 이익을 가지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어음채권에서 어음발행의 원인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원인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4다8759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고 제출의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310호 공정증서상 어음채권에서 어음수수 당시 어음발행의 원인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원인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감액 여부

310호 공정증서 기재 13,738,208원은 일종의 손해배상예정액이라고 할 것인데, 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職權)으로 이를 감액할 수 있으며,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다19051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310호 공정증서의 원인행위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 확약서상 ① 데이터베이스를 유출하거나, ② 무단으로 계약이행을 거절하거나, ③ 피고회사에서 허용하지 않는 영업방식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로 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프로모션 악용방지를 위하여 받은 프로모션의 100% 금액을 공정증서로 작성’하기로 하면서(갑 제2호증) 액면금 13,738,208원의 310호 공정증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며, 원고가 1년 반 정도 위탁업무를 수행하다가 ②에 위반하여 무단으로 계약이행을 거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원고가 피고회사로부터 받은 프로모션 명목의 돈은 피고회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합계 3,295,255원뿐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과 310호 공정증서 작성의 목적, 체결 경위, 원고의 의무 위반 경위, 그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입은 손해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원고의 위탁업무 이행거절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원고로부터 재판도 없이 13,738,208원의 집행권원을 얻게 된다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310호 공정증서상의 채무는 원고가 피고회사에게 위탁업무 이행거절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에 해당하는 3,295,255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원고가 고객으로부터 결제를 받았다가 피고회사, 피고연구소, D 등을 통하여 환불된 경우가 56회에 이르고 그 환불액수가 수천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주장이지만, 정확히 ‘피고회사’가 결제하였다가 환불된 횟수 및 액수를 특정할 수는 없는데다가, 설령 그것이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회사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이 사건 확약서에는 고객이 환불을 요청할 때의 수당과 관련된 내용이 있지도 아니하다).

(5)

소결

따라서 피고회사의 원고에 대한 310호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3,295,255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불허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연구소, 피고파산관재인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피고회사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중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