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상업 인쇄 및 인쇄 관련 서비스업, 무역업, 출판·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중국 국적자로 2011년 4월경부터 피고의 근로자로 일한 자이다.
원고는 2016. 10. 31. 야간근무를 위해 저녁식사 후 출근하여 일하던 중 오후 10시경 발 통증, 오른 다리, 오른 팔의 위약감을 느끼고 오전 0시경 퇴근하였다.
원고는 다음날인 2016. 11. 1. 증상이 악화되자 성남시 분당구 야탑구 소재 C병원에 사지마비 및 뇌졸증 증상으로 입원하여 '경동맥 협착 및 폐쇄로 인한 뇌경색'(Cerebral infarction due to unspecified occlusion or stenosis of carotid artery, 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기계적 혈전제거술(Mechanical Thrombectomy)을 시술받았고, 2016. 11. 8. 퇴원하였다.
원고는 2016. 11. 27.경 중국으로 출국하였다.
피고는 2016. 11. 15. 원고에게 2016년 10월까지의 퇴직금 및 급여로 18,662,309원을 지급하였는데, 다음날인 2016. 11. 16. 과지급된 퇴직금 1,689,100원을 원고로부터 반환받았다.
원고는 2016. 11. 1. 자로 사용관계종료를 사유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자격이 상실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 을 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원고는 2016. 10. 31.<1> 야간근무를 마치고 기숙사에 입실하였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날인 2016. 11. 1.에 119구급차량으로 C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여 이 사건 질병을 진단받고 응급조치에 따른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피고는 아무런 통보나 설명 없이 임의로 날짜를 소급하여 2016. 10. 31. 자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위 해고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간 해고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근로자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부당해고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16. 10. 31. 자 해고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한다.
위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질병에 대한 최소 치료기간 6개월간 원고의 급여 상당액 1,800만 원(= 월 급여 300만원 × 6개월) 및 이에 대하여 2017.5.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원고는 소제기 시점에 이미 피고의 취업규칙상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정년60세를 경과하여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고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본안 전 항변).
피고는 원고가 2016. 10. 31. 자로 자진 퇴사하겠다고 하여 위 날짜를 기준으로 원고를 퇴사 처리하고 2016. 11. 15.에 나머지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고, 원고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
원고를 부당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가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질병 발병 이후 6개월간의 임금채권은 시효 완성으로 모두 소멸하였다.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본안 전 항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근로를 제공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피고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근로계약상의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이미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해직사유인 정년을 지났다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140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취업규칙 제23조가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E생인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5. 11. 12.을 기준으로 원고가 정년 60세를 지났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만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6. 10. 31. 자 해고가 무효인지 여부는 원고의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의 전제가 되므로, 아래에서 함께 살펴본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3.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음을 전제로 그 해고의 부당함을 다투는 경우에는 해고 통보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 근로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로부터의 명시적인 해고 통보가 없었더라도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근로자 측이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거나 근로관계가 자동 소멸되었다는 등의 다른 근로관계 종료 사유를 주장하는 경우라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닌 이와 같은 자발적인 의사결정으로서 사직 내지 자동 소멸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이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8. 16. 자 2018두43941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참조). 한편,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6. 7.14. 선고 2016두3339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2016. 10. 31. 자로 원고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 즉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고 일부 과지급된 퇴직금을 반환하였다거나 원고의 근로관계가 종료되기 전인 2016년 10월 중순경 피고가 F, G 신문 등에 채용공고를 올렸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자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2016. 10. 31. 자로 원고와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2016. 10. 31. 자로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 사유, 해고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서면에 의한 해고 통지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피고는 해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만 다툴 뿐 서면에 의한 해고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2016. 10. 31.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6. 10. 31.자 해고 이후 6개월간의 임금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에 대한 서면 통지 없는 해고를 인정하는 이상 부당해고에 관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49조는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2025. 2. 17.임이 이 법원에 명백하므로, 원고가 구하는 2016. 10. 31. 자 해고 이후 6개월간의 임금 채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원고의 소멸시효 남용 재항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 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 · 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재항변은 이유 없다.
제출된 원고의 의료기록에 의할 때 원고는 이 사건 질병이 상당 정도 호전되어 퇴원한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객관적으로 원고의 임금 청구권 행사에 어떠한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찾기 어려운 이상 원고로서는 해고 이후 3년 이내에 피고를 상대로 임금 청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인 2016. 11. 15. 피고로부터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 다음날 과지급된 퇴직금을 반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후 이 사건 소제기 시점인 2025. 2. 17.까지 8년 이상의 기간 동안 피고에게 부당해고나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문제제기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중국 국적의 재외동포로 2016. 10. 31. 자 해고 시점에 이미 피고 사업장에 5년 이상 근무한 상태로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질병 발병 당시 원고에게 산재신청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임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원고로 하여금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피고가 시효완성 후에 원고에게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기 어렵고, 해고로부터 이미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점, 이로 인해 근로계약서, 작업일지 등 원고의 근로관계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 등이 남아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임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소결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이유 있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위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석(재판장) 이진규 박용범
1원고는 소장에서 2016. 11. 1.까지 야간근무를 하고 다음날인 2016. 11. 2. 입원하였음에도 피고가 2016. 10. 31.자로 퇴사 처리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당시 원고와 함께 근무하였다는 D의 진술서(갑 제2호증)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런데 2025. 6. 4.자 C병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회신 이후 제출된 2025. 7. 3.자 준비서면에서 원고는 주장을 바꾸어 2016. 10. 31.까지 야간근무를 하고 다음날 입원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종전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