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0. 12. 7. 선고 2010노394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

피고인은 경기 하남시 C에 본점을 둔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D는 노동조합과 사이에 2006. 9. 8.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라는 표제의 서면을 작성하여 2006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단체협약서에는 노동조합의 활동, 근로시간 및 휴일휴가, 인사, 복지후생, 재해보상, 단체교섭, 노동쟁의에 관한 노사간 합의사항이 규정되어 있고, 임금협정서에는 근로형태와 근로시간, 사납금(운송수입금), 출근, 주휴일, 급여, 상여금, 퇴직금에 대한 노사간 합의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 중 사납금 인상과 유효기간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나.

조합원 수의 변천과 노동조합과의 교섭

(1)

노동조합은 2007년경 산별노조인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같은 노동조합의 민주택시본부 경지지역본부 D분회로 조직변경되었고, 조합원의 수가 점차 감소하여 2009. 8. 27.경에는 D에 근무하는 총 근로자 수가 115명인 반면, 조합원 수는 47명에 불과하여 조합원의 수가 D 근로자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2)

D의 사용자측과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만료기간 전인 2008. 7. 11.경부터 2008. 4. 28.경, 즉, 사용자측에서 노동조합 측 교섭위원의 자격을 문제삼기 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3)

노동조합측에서는 그 후에도 사용자에 대하여 2009. 10. 31.경까지 단체협약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청하였다.

다.

노사협의회의 진행경과

(1)

D는 2009. 8.경 근로자위원과 사측위원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2009. 9. 4.부터 2009. 10. 5.까지 8회에 걸쳐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 배분조정을 포함한 현안문제를 협의하고, 2009. 9. 30.에는 사납금에 관하여 2교대제의 경우에는 1일 7,000원, 1인 1차제의 경우에는 1일 5,000원을 인상하기로 하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고, 2009. 10. 5.에는 사납금 인상에 관한 합의내용을 확정한 뒤, 2009. 10. 6. 근로자들에게 사납금 인상내용을 포함한 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을 공고하였다.

(2)

D는 2009. 11. 1. 전체 근로자들에게 2009. 11. 3. 및 같은 달 4. 양일에 걸쳐 회사 근처 더우개 음식점에서 노사협의회 논의사항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점을 공고하고, 그 무렵 같은 내용을 택시에 설치된 무전기로 전체 근로자들에게 구두로 통지하였고, 2009. 11. 3. 및 같은 달 4. 위 음식점에서 근로자 전체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사용자측에서는 앞서 본 구체적인 사납금 인상액을 포함하여 노사협의회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퇴장하였고, 근로자들은 토론을 거쳐 합의사항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였는데, 최종적으로 72인의 근로자들이 사납금 인상액에 대한 찬성의견을 표시하였다.

(3)

피고인은 D의 대표이사로서 2009. 11. 10.경 및 12. 10.경 근로자들에게 2009. 10월 및 11월분 임금을 지급하면서 2009. 10. 12.부터 인상된 사납금 규정을 적용하여 이를 공제한 나머지 액수만을 지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및 항소이유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하남시 C에 있는 D 주식회사의 대표 내지 상시근로자 105명을 사용하여 택시운수업을 하는 사용자로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사납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함으로써 근로자 E에게 2009. 10.분 임금 119,000원 등 임금 합계 301,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22명에게 임금 합계 6,430,000원을 매월 임금 정기지급일에 각 지급하지 않았다. 」

피고인의 항소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납금(운송수입금) 규정과 관련된 D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인 임금협정의 유효기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규정에 따라 2007. 12. 10. 만료되고, 그 후에는 임금협정의 사납금 규정이 개별적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포섭되었다. 피고인은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사납금 인상에 관한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변경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인상된 사납금을 공제한 나머지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것이므로 임금지급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임금협정의 유효기간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2)

한편, ① D의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단체협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사납금, 급여 등 임금 지급에 관하여 별도의 임금협약을 체결하였고, 임금협정서에는 단체협약과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임금협정서의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는 점, ② 단체협약에는 그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되, 단체교섭이 진행 중일 때에는 계속 효력을 갖는다는 특약조항이 포함된 반면, 임금협정에는 그 유효기간을 단체협약과 달리 1년으로 정하면서,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지속조항을 두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단체협약과 달리 임금협정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임금협정에 대한 노사간의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관계법령에 따라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외에는 그 효력이 종료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그런데, 임금협정의 유효기간이 2007. 9. 10.까지로 정해진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관계규정에 따라,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07. 12. 10.이 경과함으로써 임금협정의 효력은 상실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취업규칙 변경(사납금 인상)의 적법성

(1)

다만, 단체협약(이 사건의 경우에는 임금협정)이 실효되어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 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등 참조).

(2)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이 임금협정이 실효되어 기존의 임금 등 개별적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이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유지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정하는 절차를 거쳐 기존의 임금협정에 따른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D의 노사협의회가 구성된 2009. 8.경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근로자 수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D의 사용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할 것이다.

(3)

나아가, D 노사협의회에서는 수차례 회의를 개최하여 사납금 인상액에 관한 구체적 합의에 이른 뒤 이를 근로자들에게 공고하고 2009. 11. 3. 및 같은 달 4. 양일에 걸쳐 위 합의사항을 설명한 다음, 자발적인 토론을 거쳐 사납금 인상에 관하여 근로자 과반수에 해당하는 72명의 동의를 얻은 점, 근로자들은 위 동의 당시 노사협의회의 공고 및 설명을 통해 사납금의 구체적인 인상액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점을 종합해보면, D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 사납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적법하게 인상된 사납금액수에 따라 이를 공제한 임금을 지급한 것을 가리켜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고의

(1)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여도, 사용자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를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나아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살펴 본 노사협의회 진행 경과, 협의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설령, 사납금 인상이 부적법하다고 본다 하여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에서 본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성구(재판장) 노연주 백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