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 B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는 아파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피고인 회사의 종업원인 원심 공동피고인 A(이하 'A'이라고 한다)은 성남시에 있는 F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관리소장으로 위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A은 2014. 7. 3. 피해자 G에게 추락의 위험이 있는 4m 높이의 이 사건 아파트 배관 내부 청소를 지시하면서 안전모, 안전대 등을 착용하도록 하지 아니하였고,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도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회사는 A의 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 회사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
A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
A은 피해자에게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였으나, 피해자가 착용을 게을리하였다. 한편 피해자의 작업 장소는 비계 등의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을 설치하여야 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A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
설령 A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 회사는 A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하여 A을 상대로 산업안전에 관하여 교육하고, A을 통하여 종업원들에게 안전장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가 A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당심의 판단
A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안전모 및 안전대 지급의무 위반 여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르면, 사업주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높이 또는 깊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다(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제4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 제1항).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라가 약 4m 높이에서 소방호스를 이용하여 이 사건 아파트 배관 내부 청소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A이 2013년경 피해자를 비롯한 이 사건 아파트 근로자들에게 개인별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고, 안전장비 대장을 작성하고 관리해 온 사실(공판기록 제83 내지 85쪽), 위 근로자들이 작업 대기실에 안전모 등을 보관하고 이를 사용한 사실(수사기록 제25, 36쪽), A과 관리과장 O이 근로자들에게 매달 1회 또는 2회씩 안전모 등을 착용하고 작업하라고 교육한 사실(수사기록 제36, 41쪽), 피해자, M 등 4명이 2014. 7. 3. 하나의 조를 구성하여 배관 내부 청소를 하였는데, 피해자를 제외한 3명은 안전모 등을 착용하였고, 오로지 피해자만 이를 착용하지 아니한 사실(수사기록 제36, 41쪽)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나)항의 인정사실만을 들어 A이 피해자에게 추락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모 등을 착용하지 아니한 채로 할 것을 지시하거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추락 방지 조치 의무의 존재 여부
관련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4m 높이의 사다리에 올라가 소방호스를 이용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배관 내부를 청소하던 중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관련 법령과 이 사건 기록에 드러난 아래 ①, ②항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작업 장소가 비계 등의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을 설치하여 추락방지조치를 하여야 할 장소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42조에 따라 비계 등의 작업발판이나 안전방망을 설치하여야 할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이 사건처럼 사다리 등을 이용하여 4m 높이에서 작업하는 장소도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사다리를 이용하여 일정한 높이의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 작업발판 등을 설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면, 사업주가 언제나 지표와 사다리의 정점 사이의 공간에 고용노동부 고시(가설공사 표준안전 작업지침, 추락재해방지표준안전작업지침 등)에 따른 엄격한 규격에 맞추어 작업발판 등을 설치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사다리 작업에 내재하는 추락의 위험성을 고려하더라도 적정한 정도를 넘는 추락 방지 조치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사고현장 사진(수사기록 제10쪽) 등 피해자의 추락 장소에 관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추락 장소가 작업발판 등을 설치하여야 할 장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 회사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1>
피고인 회사의 주의와 감독 여부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위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6303 판결 참조).
설령 A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나타난 아래 ①항 내지 ⑥항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회사가 피해자의 아파트 배관 청소 업무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회사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있다.
피고인 회사는 전국에 약 830개의 아파트 단지와 위, 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여 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피고인 회사는 각 아파트 단지에 관리사무소장을 배치하여 피고인 회사의 대리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구체적인 관리 업무는 관리소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피고인 회사는 관리사무소장과 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하였고,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주간, 월간 등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보고 내용 중에는 안전관리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 회사는 정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 등과 관련하여 정기점검을 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A도 피고인 회사로부터 정기 안전교육을 받았고, 안전관리 부분을 포함한 정기 업무보고를 하였다.
비록 피고인 회사가 2013년에 이르러 비로소 이 사건 아파트의 근로자들에게 안전모 등을 지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회사가 피해자가 배관 청소 작업일 1년 전에 주의 및 감독을 소홀히 하였음을 이유로 피해자의 배관 청소 작업과 관련하여 주의 및 감독을 게을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
결론
피고인 회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1항과 같은데,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민수(재판장) 이영범 강효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