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소정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는 하나(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6969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089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소정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전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전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전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전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이 대표자로 있는 의료법인 C(이하 '이 사건 재단'이라 한다)은 '2003년도 F병원 전문의 임금규정'을 작성하면서 2003. 1. 25.부터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위 임금규정이 D을 포함한 이 사건 재단 소속 의사들과 합의 하에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위 임금규정은 구체적인 분할지급 퇴직금의 액수나 비율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고, D에 대한 급료지급명세서에 의하더라도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액수가 특정되지 않는다.
관련 민사사건[수원지방법원 2016가합84340(본소)·2017가합11813(반소)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8나2027315(본소)·2018나2027322(반소) 사건]에서, 위 임금규정에 의할 경우 당시 근무하던 의사들 상당수의 급여가 줄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재단이 2003년경부터 D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특정하여 실질적으로 지급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2009. 7. 1. 이 사건 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2003년경 임금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사정 등이 있어 퇴직금 지급의무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이 이 사건 재단이 D에게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 이는 급료지급명세서 등을 살펴보아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D에 대한 급여지급과 관련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