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1. 12. 10. 선고 2020노7211 판결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고인들 공통: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가 주식회사 E과 체결한 계약은 위임계약으로 도급계약이 아니므로 피고인들에게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아파트를 관리하면서 실질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한 안전, 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였으므로, 공소사실 기재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인정될 수 없다.

나)

피고인 A: 피고인 A은 사업주가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형(각 벌금 50만 원의 선고유예)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적인 관리업무를 맡고 있던 피고인 회사와 주식회사 E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경비용역계약과 관련하여, 이를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1항 제1호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위 요건은 ‘도급’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그 분리된 일부 사업이 도급계약에 관한 것에 국한되는지가 쟁점이 된다.

살피건대, 동일한 법체계 내에서 범죄구성요건을 이루는 법률용어는 통일적으로 규정하여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취지나 입법연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되기 때문에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위 계약의 민사법상 성격이 무엇인지와 별개로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도급의 의미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살피건대, ①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6호에서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② 위 개정법의 개정이유<1> 등 입법경위에 비추어 위 개정내용은 기존 조항의 도급개념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으로 보일 뿐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규정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제1항은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어 ‘사업’ 개념을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④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위 법률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6조 제2항에서 에서 ‘법 제29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이란 일부 관련 법령에서 제외된 사업을 제외하고, 그 사업을 이루는 계약의 사법상 성격이 도급인지 여부와 별개로 그 사업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를 규정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사업의 사법상 성격이 도급인 경우로만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관계 법령에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순회점검 내지 안전·보건점검을 협의체 내지 점검반을 구성하여 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2>, 피고인은 위 협의체 또는 안전·보건점검을 위한 점검반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구 산업안전기본법 제71조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내지 제7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도379 판결 등 참조).

검사는 피고인 A에 대한 적용법조에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를 명시하여 양벌규정에 따른 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적용한 것으로, 피고인 A이 사업주인지 여부는 피고인 A에 대한 범죄 성립의 요건이 아니다.

3.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사정들과 불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형을 정하였고,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 조건의 변화도 없다. 이 사건 범행경위에 일부 참작할 점이 있고, 범행 이후 위법상태가 시정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A은 초범이다.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그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기철(재판장) 김봉남 유인한

각주1) 개정법의 개정이유를 보면, 당시 법의 보호대상을 확대하는 측면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부분이었을 뿐 도급의 의미를 확대하여 보호대상을 확대한다는 취지는 없다.

각주2)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0조의2 제1항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