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8. 7. 26.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6,740,189원 및 그 중 별지 기재 각 임금액에 대하여 별지 기재 각 임금지급일의 다음날부터 2023. 6. 2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023. 4. 23.부터 원고가 피고에 복직하는 날까지 월 2,297,097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6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89,042,106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6. 23.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023. 4. 23.부터 원고가 피고에 복직하는 날까지 월 2,297,097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5.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음식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5. 5. 1.부터 피고의 근로자로서 피고가 운영하는 음식점 C 각 지점에서 아래와 같이 근무하였다.
원고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 6일 격주 1일 휴무였고, 담당 업무는 식당 매장 서빙, 청소 등이었다.
원고의 근로관계 종료
원고는 2018. 5. 16.부터 2018. 7. 22.까지 피고의 승인을 받아 다음과 같이 연차 휴가 및 병가를 사용하고, 휴직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휴직이 종료된 후에도 출근을 하지 않자 2018. 7. 26.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문자메시지로 당연퇴직 처리됨을 통지(이하 ‘이 사건 퇴직통지’라고 한다)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가 답장을 하지 않자, 피고는 2018. 7. 30.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재차 퇴직처리한다는 사실을 통보하였다.
<1>
피고는 2018. 6. 22.자를 기준으로 원고를 퇴직처리하였고, 2018. 12. 10. 원고에게 퇴직금 7,049,740원을 지급하였으며, 원고는 이를 수령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 내용
피고의 취업규칙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고의 업무상 질병 인정
원고는 2018. 11.경 ‘입사 이후로 직장 상사, 동료로부터 계속되는 인간적 멸시, 왕따, 괴롭힘은 물론 신체적 폭행까지 당하면서 생계를 위하여 참고 견디며 근무하다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라 결국 몸이 아프고 사고력이 약화되고 자꾸만 초조해지며 말이 어눌해지고 심장이 심하게 뛰기도 하고 오그라드는 느낌이 심해지는 병증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 10. 21. 재해발생일을 2018. 5. 15.로 하는 ’적응장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산재승인‘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그 후 증세가 고정되자 2020. 4. 16. 장해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20. 5. 25. 원고의 장해등급을 14급 10호로 결정하여 통지하였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① 요양기간을 2018. 5. 17.부터 2020. 3. 31.까지로 하는 요양급여 4,073,700원, ② 휴업기간을 2018. 5. 21.부터 2020. 3. 31.까지로 하는 휴업급여 44,189,520원, ③ 장해급여 4,389,90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2, 3, 9, 11, 12, 15, 16, 17호증, 을 제1, 3,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해고 무효
이 사건 퇴직통지는 해고에 해당하고, 다음과 같은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이다.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원고가 업무상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중에 원고를 해고하였다. ②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임금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해고에 따른 미지급 임금으로서 2018. 6. 23.부터 2023. 4. 22.까지 미지급 임금에서 휴업급여를 공제하고 남은 89,042,10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2023. 4. 23.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 매월 2,297,097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위자료
피고는 산업재해 발생을 방지하여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피고
해고 여부 및 그 효력
이 사건 퇴직통지는 원고의 계속 근로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여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음을 통보한 것이지 해고가 아니다. ② 설령 해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원고의 장기간 무단결근 및 복직명령 불응에 따른 처분으로 정당하다. ③ 원고가 업무상 질병으로 휴업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의 질병명, 치료방법, 인정된 장해등급 등에 비추어 요양을 위하여 휴업할 필요가 있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해고시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④ 피고가 문자메시지로 이 사건 퇴직통지를 한 것은 서면통지에 준하여 적법하다. ⑤ 원고는 이 사건 퇴직통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퇴직금을 수령한 후 3년가량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원고의 해고무효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
임금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18. 5. 21.부터 2020. 3. 31.<2>까지의 휴업기간에 대한 휴업급여를 지급받았으므로, 피고는 해당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② 원고는 이 사건 퇴직통지와 무관하게 피고에 노무를 제공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휴업기간 종료일 다음날인 2020. 4. 1.부터 이 사건 소제기 전날인 2021. 5. 13.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위자료
원고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설령 동료 근로자의 괴롭힘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를 알 수 없었으며, 평소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의 정신적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는 원고의 책임 또는 체질적 요인이 상당히 기여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되거나 감액되어야 한다.
예비적 상계 항변
만약 원고의 임금 또는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 피고의 기지급 퇴직금 및 그 이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위 임금채권 및 손해배상채권을 상계한다.
판단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퇴직통지가 해고인지 여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8호증, 을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고의 이 사건 퇴직통지에 따라 일방적으로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퇴직통지는 해고에 해당한다.
원고가 2018. 5. 15. C 죽전점 점장인 D과 통화하면서, 동료 근로자의 괴롭힘과 따돌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출근하기가 힘들다.”, “일주일 정도 연차를 사용하고 출근할 수 있는지 못 하는지 그 여력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하였으나, 이는 점장에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요청하는 취지의 말로 볼 수 있을 뿐,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가 2018. 5. 29. 원고에게 연차휴가원 작성·제출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보내자, 원고는 “네. 방문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답장하였고, 병가가 종료된 이후인 2018. 6. 29.에는 “저는 아직 치료중에 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피고가 2018. 6. 29. 병가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보내자, 원고는 2019. 7. 3. 피고 회사를 방문하여 병가 휴가원과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연차휴가와 병가, 휴직을 사용하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퇴직의사가 드러났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장래근로를 계속할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질병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앞서 본 연차휴가를 개시할 무렵인 2018. 5. 17.부터 2020. 3. 31.까지 계속하여 E병원(이하 ‘E병원’이라고만 한다)에서 치료를 받는 등 요양상태에 있었고, 2018. 10. 14.부터 2018. 11. 22.까지 5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원고가 휴직기간 종료일 다음날인 2018. 7. 23.부터 이 사건 퇴직통지를 받은 날인 2018. 7. 26.까지 피고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결근하였고, 이 사건 퇴직통지를 받은 후에도 그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장래 업무에 복귀하여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업무상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비교적 장기간 요양 및 휴업상태에 있었기에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취업규칙 제37조 1호 및 제42조 각호는 ‘휴직 후 복직하지 않는 경우’를 자동 해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퇴직통지는 원고가 위 취업규칙 규정에 따라 당연퇴직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러나 ‘휴직 후 복직하지 않는 경우’는 근로자의 사망, 정년도달, 계약기간의 만료와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퇴직통지는 근로자인 원고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인 피고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이하 ‘이 사건 퇴직통지’를 ‘이 사건 해고’로 바꾸어 칭한다).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재해로 인하여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기간과 노동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그 후의 30일간은 근로자를 실직의 위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요양을 위하여 필요한 휴업에는 정상적인 노동력을 상실하여 출근을 전혀 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일부 상실하여 정상적인 노동력으로 근로를 제공하기 곤란한 상태에서 치료 등 요양을 계속하면서 부분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부분휴업도 포함된다. 이 경우 요양을 위하여 휴업이 필요한지는 해고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업무상 부상 등의 정도, 치료 과정 및 치료 방법,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로자의 용태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09다63205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두43958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4 내지 8, 13,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원고는 적응장애라는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여 그 치료를 위하여 2018. 5. 21.부터 2020. 3. 31.까지 휴업을 하였고, 치료 등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객관적인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제한되는 휴업기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피고는 원고의 업무상 질병에 따른 요양·휴업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해고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적어도 원고가 질병으로 휴업 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것이 업무상 질병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나중에 밝혀졌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제한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2018. 11. 12. E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부터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재발성 주요 우울병성 장애 중증’, ‘적응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위 각 상병명으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재발성 주요 우울병성 장애 중증’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적응장애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상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적응장애’만 인정되어 요양승인처분을 받았다.
원고는 2018. 5. 17. E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은 후 2018. 9. 10.까지 8차례 외래진료를 받았고, 2018. 10. 14.부터 2018. 11. 22.까지 50일 동안은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2020. 3. 31.까지 계속하여 E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의 요양기간과 휴업기간을 2018. 5.경부터 2020. 3.말경까지로 인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적응장애가 비교적 가벼운 우울감과 불안 증상으로서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에 발병 전 수준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적응장애의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원고에게 발생한 질병의 증상 및 정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원고의 요양 및 휴업이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음식점 홀서빙 업무를 담당하면서 2016. 9.경부터 지속적·반복적으로 동료 근로자나 점장으로부터 인격적 모욕과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가 운영하는 C은 매장 크기가 비교적 넓은 음식점으로 보이고, 홀서빙 업무 역시 원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약 20명의 근로자와 함께 담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가 홀서빙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동일 업무를 하는 동료 근로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다른 근로자들과의 갈등 등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되어 원고의 근무지점을 3번이나 변경해주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더라도 동료 근로자 또는 점장이 원고에게 폭언·욕설을 하고, 대화를 거부하면서 무시하고, 등에 ’바보‘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힌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그러한 업무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고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진료기록, 의사 소견서, 재해조사서 등에서 확인되는 원고의 상태는 아래와 같은바, 이를 종합하면 원고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상당한 정도의 인지능력 저하와 정서적 불안정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시점인 2018. 7. 26. 무렵 정상적인 노동력으로 근로를 제공하기 곤란한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아래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피고가 2018. 12. 10.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원고가 명시적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가 그로부터 약 2년 6개월이 지난 후인 2021. 5. 14.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하지 아니하고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거나 이에 승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의 결과를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에게 명시적인 퇴직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스트레스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음을 이유로 연차휴가와 병가, 휴직을 신청하였다.
원고는 2018. 5. 17.부터 2020. 3. 31.까지 계속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요양상태에 있었고, 2020. 3. 31.에서야 증상이 고정되어 2020. 5. 25. 장해급여등급이 결정되어 장해급여를 지급받았다.
원고는 급여에만 의존하는 근로자로서 업무상 질병으로 1년 10개월 이상 요양 및 휴업함으로써 장기간 소득이 단절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요양 초기인 2018. 6. 28. 실시된 심리평가에서 직장에서 업무수행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단지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단절하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해고에 다른 위법 사유가 존재하는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이고, 해고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임금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였으나 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인 경우에 근로자는 그 부당해고기간 동안에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 해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고가 무효인 이상 그동안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용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626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사실을 기초로 하여 미지급임금을 산정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임금의 범위에 관하여, 원고가 재해발생일인 2018. 5. 15. 이전 3개월 간(2018. 2. 15.부터 2018. 5. 14.까지) 지급받은 임금의 월 평균액인 2,297,097원을 월 임금으로 인정한다. 다음으로 임금이 미지급된 기간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2018. 6. 23.부터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전인 2018. 5. 21.부터 2020. 3. 31.까지를 휴업기간으로 하는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사실, 원고는 업무상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할 필요가 있었던 사정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없었더라도 2020. 3. 31.까지는 복직하여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원고의 2018. 6. 23.부터 2020. 3. 31.까지의 임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청구는 이유 없다. 마지막으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2023. 4. 22.까지의 미지급 임금 총액 전체에 대하여 2018. 6. 23.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으나, 지연손해금은 각 임금지급일 다음날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초과하는 원고의 지연손해금 지급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휴업기간 말일의 다음날인 2020. 4. 1.부터 원고가 구하는 2023. 4. 22.까지의 미지급 임금총액 84,380,029원[=2,297,097원×(36+22/30), 원 미만 버림] 및 그 중 각 2,297,097원[단, 2023년 4월분은 1,684,537원(=2,297,097원×22/30), 원 미만 버림]에 대하여 별지 기재 각 임금지급일(매 익월 10일)<3>의 다음날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6. 22.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과 2023. 4. 23.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297,097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법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보전과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도록 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업무상 재해를 당하지 아니하도록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작위의무 있는 자가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불법행위자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이러한 불법행위의 방조는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를 포함하며, 이 경우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다235554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았거나 적어도 원고와 관련된 직장 내 갈등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의 홀서빙 담당직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같은 지점에서 계속하여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고의 경우 다른 근로자들과의 갈등 등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되어 근무지점을 3번이나 변경해주었다. ② 원고는 2018. 4. 30. 동료 직원 F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경찰에 신고하여 사업장에 경찰이 출동하였다. ③ 원고는 점장 D에게 통화로 동료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한 점장의 반응을 볼 때 원고는 지속적으로 지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던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2018. 5. 7. 같은 사업장에 근무하는 G으로부터 폭언 사실에 관하여 사과문을 받기도 했다. ⑤ 원고는 2018. 11.경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역본부에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를 작성·제출하면서 ‘사업장에 재해를 알린 사실이 있다’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여야 할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거나 동료 근로자들의 괴롭힘을 방조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에게 업무상 질병 및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피해근로자에게는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가해근로자에게는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피고는 직장 내 괴롭힘 또는 갈등 상황의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원고를 포함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확인을 한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근무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주었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연차휴가, 유급병가, 무급 휴직을 모두 사후 승인해주었고, 피고의 점장 D은 원고와의 전화통화 도중 피고가 원고에게 어떤 조치를 하기를 원하는지 의견을 묻기도 하였다.
원고는 재해발생일로 인정된 2018. 5. 15. 무렵부터 질병 요양을 사유로 하여 연차휴가, 병가, 휴직 등을 사용하며 출근을 하지 않았는데, 당시 피고에게 위 질병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알리지는 않았다. 원고는 피고의 복직명령을 받고도 무단결근을 한 끝에 2018. 11.경에 이르러서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급여를 신청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손해발생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였을 수 있으며, 설령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원고가 사업장을 이탈한 후여서 원고를 직장 내에서 보호할 조치를 취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서 정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피고의 조치가 다소 미흡하거나 부족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위와 같은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2019. 1. 15. 신설되기 전에 원고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만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상계 항변에 관한 판단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근로자가 퇴직 후 그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거나, 근로자가 비록 재직 중에 임금을 청구하더라도 위 초과 지급한 시기와 상계권 행사의 시기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근접하여 있고 나아가 사용자가 상계의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때에는,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때에도 적용된다. 한편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 정책적 이유에서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임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단
피고가 2018. 12. 10.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7,049,740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의 임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가 표시된 피고의 2023. 1. 18.자 준비서면이 같은 날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무 중 2020년 4월분부터 9월분 임금액의 1/2인 각 1,148,548원(=2,297,097원×1/2, 원 미만 버림)과 2020년 10월분 임금액 중 748,552원은 위 부당이득금 7,049,740원 및 이에 대한 이자의 범위 내에서 아래와 같이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76,740,189원[=(1,148,549원×7월)+399,996원+2,297,097원×(29+22/30)월, 원 미만 버림] 및 그 중 별지 기재 각 임금액에 대하여 별지 기재 각 임금지급일의 다음날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6. 22.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과 2023. 4. 23.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297,097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창성(재판장) 김성진 유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