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2. 7. 15. 선고 2021노105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4,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 1.경 이전부터 E(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영업부진으로 과다한 채무가 발생하여 대출에 의존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던 실정이었음에도 피고인은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피고인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사업장의 폐업 및 해고 통지를 하였고, 폐업 이후에도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거나,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책임조각사유 또는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호에서 정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용인시 수지구 B, C~D호에 있는 E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5명을 사용하여 음식점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1)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5. 21.부터 2020. 3. 7.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 F의 2020. 2월 임금 2,600,000원, 2020. 3월 임금 606,667원, 연말정산환급금 216,140원, 합계 3,422,807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근로자 9명에 대한 임금 합계 33,098,986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는 적어도 30일 전에 그 예고를 하여야 하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할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5. 21. 입사하여 조리사로 근로하고 있는 근로자 F에게 2020. 3. 7. 사업장에서 "코로나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겠다. 내일까지 할 수 있으면 하고 운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사전 예고 없이 즉시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으로 통상 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2,589,600원을 해고 일에 즉시 지급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9명의 해고예고수당 합계 24,009,600원을 해고 일에 즉시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① 임금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으로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천재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되고, 이는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고, ②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천재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호에 따라 피고인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임금 미지급의 점에 대한 판단

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8. 8. 1.경 이 사건 사업장을 개업하여 영업을 시작하였는데, 위 사업장의 2018 사업연도(2018. 8. 1.부터 2018. 12. 31.까지) 당기순이익은 23,922,192원이었으나, 2019 사업연도(2019. 1. 1.부터 2019. 12. 31.까지)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4,098,241원으로 감소한 사실, 피고인은 2019. 10.경 J으로부터 1억 원, K로부터 1,000만 원(추후 그 대 출금이 1,500만 원으로 증액되었다)을 각 대출받아 이 사건 사업장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 국내에서 2020. 1. 20.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2020. 2.경부터 대구, 경북 지역의 G 교인을 중심으로 대량의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사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 2. 24.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였고,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뷔페 관련 업종의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사실, 피고인은 2020. 3. 초경 이 사건 사업장의 폐업을 결정하고, 2020. 3. 6. 실장을 통하여 직원들에게 그 다음날 전체 회의를 할 것이라고 공지한 사실, 피고인은 2020. 3. 7. 이 사건 사업장의 직원들에게 ‘코로나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겠다. 내일까지 할 수 있으면 하고 운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미지급 임금도 지금 상황에서는 줄 수 없으니 체당금을 신청해서 받아라.’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증거기록 77, 92쪽), 피고인은 2020. 3. 8.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영업을 완전히 중단하여 2020. 3. 23.자로 폐업신고를 한 사실, 피고인은 2020. 3. 19. 수원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였고(2020하단10614), 위 법원이 2021. 1. 12. 파산선고결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위 인정사실들에 의하면, 2019년 무렵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영업상황이 좋지 않았고, 2020. 2.경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이 사건 사업장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어도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 등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피고인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

①

피고인은 2020. 3. 초경 이 사건 사업장의 폐업을 결정하고 2020. 3. 7. 직원들에게 그 폐업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을 뿐 사전에 직원들에게 회사의 사정에 관하여 설명을 하거나 미지급 임금을 해결할 방안 등에 관하여 직원들과 협의를 한 사실이 없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을 개업할 무렵부터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아 재정상황이 좋지 못하였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피고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부진을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이 사건 사업장을 폐업한 것이어서(뷔페식당이 고위험시설로 지정되어 그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된 것은 2020. 6. 23. 이후이다), 그 폐업이 오로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③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사업장의 직원이었던 F은 경찰에서 ‘피고인은 매니저가 쉬는 날 대체근무를 하거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와서 업무지시도 하고 현금매출을 가져가기도 하였다. 밤에 마감 때 현금매출만 가져간 적도 많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8쪽).

④

나아가 피고인이 특별히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근로자들이 수긍할 만한 수준의 조치들을 취한 사실도 없다.

2)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의 점에 대한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26조가 근로자를 해고함에 있어 30일간의 해고예고기간을 두거나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예고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해고예고제도를 둔 것은 갑작스러운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해고예고는 사용자에게는 대체근로자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의 해고를 재고하는 일종의 숙려기간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해고 사유의 유무에 대한 자기변호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다만 사용자로 하여금 언제나 예외 없이 해고예고를 사전에 이행하도록 하면 사용자의 이익을 무단히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돌발적으로 야기된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인하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까지 해고예고를 요구하거나,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중대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기본적 신뢰관계가 깨어진 경우에까지 해고예고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관계에서 일방 당사자인 사용자를 지나치게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서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이를 감안하여 근로기준법 제26조 단서는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고절차 없이 즉시 해고할 수 있다”고 하여 ‘해고예고가 불필요한 해고’인 즉시해고제도를 두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마640 결정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해고예고제도 및 그 예외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2의 다.항에서 살펴본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호에서 정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