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였는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의하면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 각하된 배상명령신청 사건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횡령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은 약 1억 원에 달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며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근로자의 고의 ·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책임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금, 퇴직금 등과 상계할 수 있으며 근로자는 이와 같이 자동으로 상계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특약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고, 피해자는 위 특약에 동의하고 서명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위 특약에 근거하여 피해자에게 지급할 임금 및 퇴직금과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피고인의 경우 임금,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임금,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므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② 피고인이 증거로 제출한 수사결과통지서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실 중 일부가 검찰에 송치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에 대하여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피해자가 업무상횡령죄 및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되었다거나 피해자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제출한 위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것은 2024. 3. 26.경이고, 송치 결정은 2025. 2. 5.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퇴사한 2023. 11. 26.경 무렵 피해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존재 및 그 범위가 확정되었다거나 최소한 어느 정도라도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임금 합계 14,448,494원과 퇴직금 34,437,952원 전부를 지급하지 않았다(피고인이 피해자에게 2024. 2. 14. 20만 원을, 2024. 4. 23.23,996,295원을 각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진정서를 제출한 이후로서 근로감독관의 권유 내지 지시에 따른 것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 합계 약 4,800만 원의 1/2인 약 2,400만 원을 지급한 점,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피해를 모두 회복하지 못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각각 참작하여 형을 정하였다.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희경(재판장) 곽형섭 김은정
증거목록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