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D의 퇴사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 D의 퇴사로 인한 퇴직금지급의무 및 금품청산의무가 존재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D에게 퇴직금 등 금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하남시 B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실경영자로서 상시근로자 10명을 사용하여 채소류 등 도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11. 1.부터 2022. 12. 31.까지 근로하다 퇴사한 D의 2022년 9월 임금 1,631,300원, 2022년 10월 임금 1,631,300원, 2022년 11월 임금 1,631,300원, 2022년 12월 임금 1,631,300원 등 임금 합계 6,525,200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11. 1.부터 2022. 12. 31.까지 근로하다 퇴사한 D의 퇴직금 1,862,538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D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가 맞고, 피고인이 2022. 9. 1. 이후 D에게 구체적인 근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곧바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D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고 볼 만 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피고인의 퇴사통보는 적법한 해고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가 2022. 12. 31. 이 사건 회사에서 해고되어 그 시점에 피고인의 D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① '의견서'(증거순번 1번) 중 진정인 진술 부분<1>, ② '진정인 자료제출(진정이유서)'(증거순번 3번), ③ '전화등사실확인내용(D)'(증거순번 13번) 중 진정인 진술 부분에 대해 부동의하였고, 원심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D를 증인으로 신문한 후 위 각 증거를 모두 채택하여 조사하였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 제315조, 제316조의 적용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서류에 해당하여야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서류에 진술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2. 26. 선고 98도
2742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도4105 판결 등 참조).
'의견서' 중 진정인 진술 부분은 수사의 결과 및 수사관의 의견을 내부적으로 보고하면서 피고인 아닌 자에 해당하는 D의 진술을 기재한 것이고, '전화등사실확인내용 (D)' 중 진정인 진술 부분도 D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내부적으로 보고하면서 그 진술을 기재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서류에 해당하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313조에서 정한 진술자인 D의 서명 · 날인이 없는 이상 전문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한편, '진정인 자료제출(진정이유서)'은 그 작성자가 노무법인 내일의 공인노무사인바,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지 않았고, 위 진정인 자료제출(진정이유서)에 포함되어 있는 D의 진술 부분에 대하여는 D의 서명 · 날인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위 각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각 증거들을 증거로 채택하고 조사를 마쳤으므로, 이 판결을 통하여 형사소송규칙 제139조 제4항에 따라 위 각 증거들에 대하여 증거배제결정을 한다.
D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인지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뿐 아니라 당심에서도 계속하여 D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다투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D에게 이 사건 회사의 '총괄본부장' 직함을 부여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도 D를 '본부장님'이라고 칭한 사실, 피고인이 D에게 만들어 준 명함에도 D가 맡은 직책이 이 사건 회사의 '총괄본부장'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D의 이메일 주소에도 이 사건 회사의 상호가 포함(이메일 1 생략)되어 있는 사실, D는 이 사건 회사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근무하였고, 근무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였으며, D가 맡은 업무는 소송 관련 업무, 채권 및 대출관리 업무, 관공서 관련 업무 등인 사실, 이 사건 회사는 D의 고용보험과 관련한 이직확인서에 이직사유를 "임금체불로 인한 자진퇴사", 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 이직일을 "2022. 12. 31."로 기재하여 제출한 사실, 피고인은 2023. 2. 27.경 D에 대한 '임금체불확인서'에 사업주로서 이 사건 회사의 직인을 날인하였고, 2023. 6. 8.경 D에 대한 2022년 10월분과 11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한 사실, D는 2021. 11.경부터 2022. 12.경까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서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이 사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 소유 차량을 이용한 사실, 이 사건 회사는 D에게 2021. 12.경부터 2022. 11.경까지 사이에 월 단위로 160여만 원을 꾸준히 지급한 사실(임금체불 확인서에 따르면, 2022. 11. 24. 지급된 돈은 2022. 9. 5.에 지급되었어야 하는 2022년 8월분 임금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D에게 이 사건 회사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있는 'E'이라는 상호의 식당을 알려 주고, 그 곳에서 식사를 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D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판단된다.
근로관계 종료에 따른 피고인의 퇴직금 및 임금 정산의무 발생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즉 D는 2023. 1. 3.경 출근하였다가 작업반장으로부터 "피고인이 2022. 12. 31.자로 D를 퇴사처리하였다."라는 말을 전해 듣고, 그 날 피고인을 만나 퇴사 처리한 것이맞는지를 확인한 사실, D는 피고인이 자신을 퇴사 처리한 것을 확인한 후 자신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퇴직 처리를 한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 퇴사할 결심을 하였고, 피고인에게 퇴직 처리에 대한 항의는 하지 않은 채 밀린 월급을 언제 줄 것인 지만을 물어본 사실, D는 그 후 사용하던 회사 차량을 반납하거나 자신의 집기를 챙겨오기 위하여 이 사건 회사에 간 적이 있을 뿐 더 이상 출근하여 일을 하지 않은 사실, D는 2023. 5. 22.경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피고인의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퇴사일을 2022. 12. 31.로 특정한 사실,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D의 연체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D와 이 사건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사용자가 먼저 2022. 12. 31.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근로자인 D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합치에 의하여 2022. 12. 31. 종료하였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은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연체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은 위 기한 내에 연체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