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택관리업체인 B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2015. 1. 1.경부터 2017. 10. 31.경까지 위 회사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울산 동구 C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서 아파트의 운영·관리 등에 관한 업무를 집행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비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근로기준법 제63조 및 그 시행령 제34조에 의하면 관리·감독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결과 2014. 10. 13.경 관리소장에게 지급되던 연장근로수당 지급중지를 의결하여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울산광역시도 2016. 8. 19.경 전임 관리소장에게 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의 환수조치를 명령하였으며, 2016. 12. 27.<1>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피고인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에 대하여 의결을 하지 아니하는 등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12. 30.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입주자들이 납부한 관리비를 업무상 보관 중 피고인의 연장근로수당 2015년도 3,550,330원, 2016년도 3,621,690원을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7. 2. 3.경 2017년도 1월분 연장근로수당 687,180원, 2017. 3. 3.경 2월분 연장근로수당 565,180원, 2017. 4. 5.경 3월분 연장근로수당 478,040원, 2017. 5. 4.경 4월분 연장근로수당 119,510원 합계 9,021,930원을 지급받아 임의로 사용하였다.
피고인의 주장과 법리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나 회장의 결재에 의하여 연장근로 수당을 받은 것이므로, 횡령행위를 하지 아니하였고 횡령의 범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판단
인정되는 사실
공판에서의 변론과 증거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4. 10. 13. 개최된 회의에서 관리소장(D)의 시간외 수당을 2014. 11.부터 지급중지하기로 결의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울산광역시는 2016. 8.경 전임 관리소장에게 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이 부당하다며 동구청장에게 이에 대한 환수조치를 명령하였고, 울산 동구청장은 그 무렵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환수조치 사항에 대하여 입주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는 통지를 하였다(수사기록 14~17쪽).
피고인은 2015. 1. 1.부터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관리사무소의 다른 직원들과 출, 퇴근 시간 및 근무형태가 같았고, 관리소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지는 않았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 12. 27. 임시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를 하였다. 이 사건 회의 안건 중에는 "직원급여 인상의 건"이 있었고, 회의자료에는 2014. 10. 13.자 관리소장에 대한 시간외 수당 지급중지 결정을 취소할지 여부가 기재되어 있었다(수사기록 12쪽).
이 사건 회의 직후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은 2016. 12. 29.자 지출결의서에 서명하였는데(피고인 제출 증 제1호증의 1), 그 지출액 합계는 2,600만원을 초과하였다. E은 2015년, 2016년 임금인상 적용급여 소급내역, 연장수당 소급내역에도 서명하였다(수사기록 18~21쪽). E의 뒤를 이어 2017. 1. 1.부터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된 F는 2017년 1월 내지 4월 급여대장에 서명하였다. E, F가 서명한 위 각 서면은 공소사실 기재 연장근로수당의 지급을 명하는 취지가 담긴 문서이다.
피고인은 2016. 12. 29.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함께 있던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 등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시간외 수당의 소급분을 받게 된 것을 자축하는 명목으로 피자를 대접하여 나누어 먹었다.
선결 쟁점에 대한 판단
선결 쟁점
검사는 공소사실에서 근로기준법 제63조 및 그 시행령 제34조에 의하면 관리·감독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인은 아파트 관리소장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는 피고인의 유·무죄와 직접 관련은 없으나, 당사자(특히 고발인 G)가 강하게 주장하는 내용이어서 판단에 포함시켰음].
법리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는 그 업무가 "사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관리·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고, 그 최저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최저기준으로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 아니므로(근로기준법 제3조 참조), 위 배제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더라도, 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유사한 취지에 수원지방법원 2012. 9. 11. 선고 2012가소306193 판결(판사 H)].
판단
위 법리에 의하면, 사용자가 최저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정하더라도 그 자체는 근로기준법위반이 아니므로,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피고인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의 지급을 결의한다고 해서, 그 결의가 근로기준법 제63조 및 그 시행령 제34조에 의하여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 즉 피고인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 근무형태의 실질이 다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나아가 피고인의 직책(관리소장)에 "관리" 또는 "소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가 말하는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피고인이 관리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연장근로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의 횡령행위 내지 횡령 고의에 대한 판단
쟁점
검사는 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 없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런 결의가 있었거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의 결재를 받아 지급받았으므로 횡령행위가 없거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한다.
판단
앞서 살핀 사실 및 공판에서의 변론과 증거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회의의 안건에 직원급여 인상의 건이 있었고, 이 사건 회의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며, 이 사건 회의(2016. 12. 27.자) 직후 지출액이 2,600만원을 초과하는 2016. 12. 29.자 지출결의서에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E이 서명하였고, 피고인은 그 결의서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 2015년도 및 2016년도 연장근로수당 합계 7,172,020원(전체 횡령 금액의 약 80%)을 지급받은 사정, ②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한 F는 당시 연장근무수당을 소급하여 지급하자는 내용이 가결된 것으로 알았고, 2017. 1. 1.부터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된 이후 피고인에게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연장근무수당 합계 1,849,910원을 지급한 사정, ③ 피고인은 2016. 12. 29.경 지출결의서 서명이 있은 무렵 연장근로수당을 받은 것을 기념하여 피자를 대접하였고, 이를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 등이 함께 먹기도 한 사정, ④ 통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수천만원의 예비비가 지급되는 지출결의서에 대한 결재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하여 알고서 서명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사정, ⑤ 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E, F)의 서명을 위조하였다든지 회장을 기망하여 서명을 받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정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에 의하거나 적어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수령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연장근로수당을 횡령하였다거나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송영승
각주1) 공소장에는 "12. 26."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12. 27."의 오기인 것으로 보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