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1나81465 판결

주문

1.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피고 산하 지부인 C지부(이하 ‘피고 지부’라 한다)에 소속된 조합원이다.

나.

원고는 2020. 3. 16. 피고 지부(지부장 D)에게 조합원 총 39명의 서명을 첨부하여 ‘모든 조합원에게 지부장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직선제를 유지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다.

원고는 2020. 3. 20. 피고 지부로부터 아래와 같이 ‘2020. 3. 19.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 조합규약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원고를 조합원에서 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명처분‘이라 한다)는 징계결과를 통보 받았다.

라.

이에 원고가 그 직후 이 사건 제명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

피고 지부는 2020. 3. 27. 지부장 선거 공고(선거일 2020. 4. 7., 입후보 등록기간 2020. 3. 31.부터 2021. 4. 2.까지 3일간)를 하였다.

바.

원고는 2020. 4. 16. 피고 지부 징계위원회로부터 “징계위원회 철회 통보서”라는 제목 하에 ‘피고 지부 징계위원회가 2020. 4. 16.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이 사건 제명처분 의결을 철회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사.

원고는 2020. 4. 28. 노동조합 탈퇴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피고 규약 중 조합원이 ‘지부장의 사전승인 없이 조합원에게 서명, 날인을 받은 경우’ 및 ‘조합규약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조합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부분은, 조합원의 노동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규정으로 무효이다. 그리고 무효인 해당 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제명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루어진 위법한 징계처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써, 제명된 기간 동안 진행된 지부장 선거에 원고가 입후보하지 못하는 등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 7,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규약에 “규율과 통제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고(제11조 제15호), 그 규약으로 조합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등(제22조) 조합원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된다. 따라서 피고의 규약이 ‘지부장의 사전승인 없이 조합원에게 서명, 날인을 받은 경우’ 및 ‘조합규약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적절한 통제권 범위 내의 규정으로 유효하며,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제명처분은 역시 적법하다.

설령 이 사건 제명처분이 위법하더라도 이는 피고 지부의 징계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행한 것이고 피고가 위 제명처분을 지시한바 없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피고가 부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이 사건 제명처분이 철회된 이후 원고가 스스로 피고 조합에서 탈퇴한 점을 볼 때, 원고가 청구하는 위자료 금액은 과다하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노동조합은 조직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의 규약으로 조합원에 대한 규율과 통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있다(노동조합법 제11조 제15호). 노동조합에게는 조합의 단결력 강화를 위하여 내부적인 규약이나 결의를 통해 조합원 개인의 행동에 대한 규제를 설정하고 위반행위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재량을 가지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통제권이 인정된다(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1994. 10. 11.자 94카합1218 결정 참조).

2)

이러한 노동조합의 통제권은 조합의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통제권 행사의 일환으로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그 징계의 종류, 규약의 내용 및 조합규약의 위반정도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처리하여야 하며,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 그 징계처분은 위법한 처분으로서 단지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그 조합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구체적인 판단

1)

관련 피고 규약 조항 자체가 무효인지 여부

을 제6호증의 기재<1>에 의하면, 피고 규약 제18조는 조합원은 조합규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정하고 있고(제1항 제1호), 위 규약 제101조 제2항은 조합원이 “지부장의 사전승인 없이 조합원에게 서명 날인을 받은 경우”(17호) 및 “규약 제18조(의무)를 위반한 경우”(19호)에 조합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살피건대, ①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에 기하여 결성되는 것이고,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단결력 강화가 요청되므로, 노동조합이 내부 규약을 통해 조합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규제하고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한 점, ② 조합원 개인이 임의로 조합원들의 서명 날인을 받아 이를 외부적으로 이용할 경우 자칫 대외적으로 조합의 활동으로 오인될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 점, ③ 또한 조합원에게 규약 준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통제권 행사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규약 제101조 제2항 17호 및 19호 조항이 그 자체로 원고의 주장처럼 조합원의 노동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거나 민주주의를 부정하여 무효인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사건 제명처분이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나아가 위 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제명처분이 통제권의 재량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나)

원고가 지부장의 사전승인 없이 조합원 총 39명의 서명을 받은 사실, 원고가 이를 2020. 3. 16.자 내용증명에 첨부하여 피고 지부에게 발송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

다만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통제권 행사는 조합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조합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인바, ① 원고가 다른 조합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목적은 ‘모든 조합원에게 지부장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직선제를 유지하여 줄 것’을 피고 지부에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노동조합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을 저해하는 것이라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원고가 위 서명을 받은 후 수신자를 피고 지부로 하여 발송한 내용증명에 이를 첨부하였을 뿐, 임의적으로 단체 행동으로 나아갔다거나 이를 이용해 대외적으로 조합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③ 그럼에도 피고는 규약 제101조 제2항 17, 19호을 들어 원고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인 제명처분을 내렸는바, 이는 조합원의 비위사실에 비추어 현저히 가혹하거나 객관적 타당성이 결여된 징계권 행사로 조합원의 행동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오히려 노동조합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통제권 행사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이에 더하여, ① 조합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박탈하는 제명처분의 경우 해당 조합원의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향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권리를 박탈하게 되는 점, ② 특히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원으로 입후보할 피선임권을 갖는데(노동조합법 제23조), 원고의 경우 위법한 제명처분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여 지부장 선거에 입후보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였고 이는 조합원으로서의 권리 행사가 부당하게 침해당한 것인 점, ③ 당시 원고가 지부장 선출방식과 관련하여 피고 지부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지도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공교롭게도 이 사건 제명처분 직후 지부장 선거를 위한 공고가 이루어지고 원고가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기간 동안 후보 등록 및 선거까지 진행되었는바, 원고를 조합원에서 몰아내거나 또는 선거참여를 배제시키려는 의도 하에 명목상 징계사유가 존재함을 내세워 원고의 비위행위의 수준이 미약함에도 가장 중한 제명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인바,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배상함이 마땅하다.

마)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224408 판결 참조), 위 제명처분이 내려진 경위,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은 자진하여 철회한 점, 이후 원고 스스로 피고 조합에서 탈퇴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바)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피고 지부의 징계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행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규약(지부준칙)을 가지고 독립된 활동을 하고 있는 독자적인 사회적 조직체라면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 볼 수 있으나(대법원 1977. 1. 25. 선고 76다2194 판결 등 참조), ① 피고 지부의 경우 독자적인 규약을 가지고 독립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제출된 것이 없는 점, ② 오히려 피고 규약은 조합원의 징계는 중앙위원회 또는 운영위원회에서 구성한 징계위원회에서 할 수 있고(제102조 제3항) 지부징계위원회는 지부 규모에 따라 3인 이상 5인 이하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동조 제4항), 피고 지부 징계위원회에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내린 것은 피고 규약에 따라 피고의 징계권 행사의 일환으로 봄이 타당한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써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 원고가 그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1. 2.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 12. 1.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승환(재판장) 봉지수 박봄빛누리

각주1) 원고는 갑 제1호증이, 피고는 을 제6호증이 각 이 사건 징계처분에 적용되는 조합규약임을 주장한다. 이 사건 징계처분 통보서(갑 제3호증)는 근거규정으로 “제10장 상벌 100조(징계) 17, 19조”을 제시하고 있는데, 해당 부분은 갑 제1호증의 기재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각주2) 그러나 ① 갑 제1호증에는 제100조 16호까지만 현출되어 있고 이 사건 징계처분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같은 항 17, 19호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② 피고 조합이 조합규약으로 을 제6호증을 제출하면서 갑 제1호증은 피고 규약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는 증거의견을 밝힌 점(당심 제2차 변론기일), ③ 을 제6호증과 갑 제1호증이 편집형태나 조문번호 등에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나 주요 내용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한 점, ④ 위 각 서증들의 개정알 기재 부분에 의하면 갑 제1호증은 2018. 4. 27.에, 을 제6호증은 2019. 12. 13.에 개정된 규약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징계대상행위가 2020. 3. 16.에, 이 사건 징계처분이 2020. 3. 19.에 이루어졌음을 함께 살펴보면 을 제6호증이 이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 시기상 보다 적절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하 을 제6호증의 기재를 기준으로 해당 규정의 무효 여부 및 이 사건 징계처분의 불법성 여부 등을 판단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