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각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사실오인)
피고인은 형식적으로만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었을 뿐 실질적 사업주인 G의 지시ㆍ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한 직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데, 근로기준법 제2조는‘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ㆍ급여ㆍ후생ㆍ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ㆍ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이에 원심은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G의 사위로 2017년경 D에 차장으로 입사하였다가 2019. 3.경 D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었다(피고인은 이 법원에서 ‘D 지분의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D 근로자였던 E는 ‘피고인이 종종 현장을 방문하였고, 현장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민원들을 보고받고 처리에 관여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마찬가지로 F은 ‘피고인이 차장으로 근무할 때에는 현장에 배치되어 관리자 역할을 하였으나, 대표이사가 되면서 본사 업무를 주로 하고 경영진 회의에도 참석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기간 동안 D의 근로계약 내지 금융거래 등은 대표자인 피고인 명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 또한 근로계약서의 회사 대표자란에 자신의 성명이 기재되고 직인이 날인되는 등 외형상 일정한 법률상ㆍ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근무를 계속하였다.
한편 피고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할 당시 D의 경영사정이 상당히 악화되었다거나, 체불근로자들로 하여금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체불임금 등을 제때에 청산하지 못한 데 따른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는바(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4392 판결 참조).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D의 실제 사업주가 G이라 하더라도 피고인 역시 D의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장인 G의 부탁으로 2017. 11.경 D에 입사하여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 3.경 대표이사로 등재되었다(공판기록 89, 92쪽).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피고인은 D로부터 월 4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지급받았던 반면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후에는 월 6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지급받았고(공판기록 94쪽), 입사 이래로 현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본사 공무팀에서 현장과 본사 관리부를 연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공판기록 98쪽).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비롯하여 D 명의로 작성되는 서류는 피고인 명의로 결재가 이루어졌는데, 외부 거래처들도 그와 같은 서류 등을 통해 피고인을 D의 대표이사로 인식하였다고 보인다(공판기록 98∼99쪽, 증거기록 30∼31쪽).
원심 증인 E는 “피고인이 현장에 가끔 방문하여 현장 상황을 확인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공판기록 71, 75∼76쪽), 원심 증인 F 또한 “임금 체불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문의하자 피고인이 다시 급여가 지급될 것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입사 당시 피고인이 경영진의 지위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82∼83쪽). E와 F은 모두 “G은 회사 내에서 회장님으로 불리었던 자로서 H라는 시행사의 대표로 알고 있었고, 피고인은 시공사인 D의 대표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는바(공판기록 73∼74, 81∼82쪽), D의 경영 구조 및 운영 실태에 관한 각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각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
피고인에게 D의 경영 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은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은 D에서 현장 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나아가 피고인이 D 지분의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공판기록 93쪽), 경영진 회의에 참여하였던 사실(공판기록90쪽) 및 대표이사로서 금융거래 업무를 직접 수행하였던 사실(공판기록 100쪽) 등을 자인하고 있다.
당심 증인 I은 “D, H 등 5개 회사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회장인 G에게 있었고, 각 회사의 대표이사들에게는 경영 사항에 관한 결정 권한이 없었으며, 피고인은 직원 채용 내지 자금 운영 업무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위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의 양형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ㆍ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 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전과 관계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검사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철(재판장) 이수민 해덕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