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주시 덕진구 C에 있는 합자회사 D의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50명을 사용하여 택시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임금은 그 지급 기일에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3. 5.부터 계속 근로하고 있는 근로자 E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2017. 4.분 임금을 같은 달 15.에 지급하면서 1,333,219원 중 933,219원만 지급하여 4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2017. 5.분임금을 같은 달 15.에 지급하면서 1,150,689원 중 729,025원만 지급하여 421,66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기초적인 사실관계
이 사건 근로자 E가 2014. 7. 12. 및 2014. 9. 17. 피고인이 운영하는 합자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택시를 운행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D은 E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2015. 11. 20. E가 D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으로 644,200원(및 그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고, E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2017. 3. 30. 상고가 기각되어 제1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전주지방법원 2014가소121484).
이에 D은 E에게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E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2017년 임금협정서 제17조 제3항 제4호'(이하 '이 사건 임금협정'이라 한다)에 따라 2017. 4. 임금에서 40만 원 및 2017. 5. 임금에서 421,664원 합계 821,664원(≒ 위 손해배상액 644,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E에게 임금으로 지급하였다.
D과 그 소속 근로자들의 과반수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 산업노동조합 D 분회장 F 등과 사이에 2016. 12. 29. 체결된 이 사건 임금협정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E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절차를 통해 참여하였다). 한편 이 사건 임금협정 내용은 2015년 임금협정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으로 단체협약 제47조 제3호에서 정한 바와도 같다.
한편 전주시청은 이 사건 임금협정서와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2016년 임금협정서 제17조(소송판결금액 등 각종 공제대상을 열거하고 있음. 다만,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준운송수입금 부족 부분 공제임)'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전액 지급 원칙 등에 위반되는지에 대하여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으나 같은 위원회는 2016. 3. 30. 위와 같은 부분이 근로기준법의 임금전액지급 원칙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관련법리 및 구체적 사정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금직접지급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그 단서에서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는바,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한 채 기득 이익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체결과정에 있어서도 그 진정성과 명확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점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동의가 있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자동채권과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는 점(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에 비추어 볼 때,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채권 등을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7623 판결 참조).<1>
그런데 앞서 본 기초사실을 토대로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전액지급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이 사건 임금협정서는 D 소속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로 한국노총 소속 분회와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친 다음, D과 10여 차례의 교섭 끝에 체결된 단체협약이고 전반적인 과정이나 절차 등을 종합해 보면, 그 단체협약은 적법하게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체협약의 효력은 이 사건 근로자인 E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보인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제35조).
이 사건 임금협정의 '소송판결금액' 중 '소송'의 범위에 대해서 노사 간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교섭에 나섰던 노동조합 대표 F 등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일부 근로자들이 자신의 귀책사유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등 사업장에 손해를 입히고도 이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심각하였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 먼저 이 조항의 도입을 제안하였고 노동조합도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였는데, 이에 당사자들은 위 '소송'의 의미가 택시운행 중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발생된 교통사고 손해발생액에 대한 소송으로 일응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166쪽). 그리고 피고인은 이 사건 임금협정에 따라 소송으로 확정된 손해액 및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 2개월에 나누어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협정 교섭의 절차나 내용, 체결과정의 진정성이나 명확성 등, 단체협약의 내용과 도입취지, 피고인이 E의 임금에서 소송판결금액을 공제하게 된 경위나 그 횟수, 공제한 총액 등을 고려해 볼 때, 문제가 되는 이 사건 임금협정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의 해석에 대해서 의견이 불일치 할 때에는 노동위원회에 그 해석에 관한 견해의 제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4조), 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견해는 사실상 상당한 구속력을 갖는 것이 통상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서도 D은 이 사건 임금협정과 거의 같은 내용의 '2016년 임금협정서'의 내용에 대해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근로기준법의 임금전액지급 원칙 위반이 없음을 확인받았는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주로 쟁점이 되었던 기준운송수입금 부족 부분의 공제와 이 사건 임금협정(소송판결금액에 따른 공제)에 따른 공제를 본질적으로 달리 볼 이유도 없는 만큼, 피고인이 이 사건 임금협정에 따라 E의 임금에서 위 금액을 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E의 임금을 공제한 행위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이배근
각주1) 검사는 고용노동부의 질의회신 등을 근거로 단체협약에 의하여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항목이 구체적으로 특정이 되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전액지급 원칙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임금공제 등을 막고 근로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공제나 상계까지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다(따라서 민법 제497조의 압류금지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금지규정이나 민사집행법 제246조의 압류금지채권에 대한 규정이 단체협약을 통한 공제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명시적으로 '단체협약'의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일부를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는 단체협약이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사이에 구체적인 합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엄격한 교섭 및 체결절차에 따라 전체 근로자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체결 이후에도 같은 법에 따른 단체협약의 내용 및 해석에 대한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져 단체 법률관계에 대한 합의로서 진정성과 사실상 상당한 규범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체협약에 규정된 내용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전액지급 원칙의 예외로 두고 있음에도) 다시 근로기준법의 임금전액지급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검사의 주장과 같이 단체협약이 있음에도 다시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임금 일부를 공제할 수 있다고 보면, 오히려 근로기준법에서 단체협약의 예외를 둔 취지나 이유가 몰각되고, 단체협약의 효력(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의 일반적 구속력)이나 단체법률관계(노사관계)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